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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발행일 : 2010-06-14 11:00:25

스바루 포레스터의 성능이나 편의성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불특정 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어느 순간 번뜩이는 비범함이 있다. 저중심 설계와 AWD의 성능은 직선보다는 곡선에서 두드러지고, 특히 비포장도로에서 강점을 보인다. 쏠쏠한 운전의 재미가 있다.

글/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박기돈 (rpm9.com 팀장)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경험하지 않고도 막연하게 호감을 갖게 되는 브랜드가 있는데, 스바루가 바로 그런 경우다. 포레스터 이전에 경험했던 스바루는 임프레자 STI 하나였다. 이 하나의 기억이 꽤나 좋았고, 스바루 특유의 파란색이 주는 시원함도 좋았었다. 예전에 레거시가 양산형 왜건으로 속도 기록을 세운 것도 인상 깊었다.

스바루도 이제 공식적으로 한국에 입성했다. 내세운 카드는 레거시와 아웃백, 포레스터, 3가지다. 겨우 3차종이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미국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도 스바루는 5가지 차종만 운영한다. 스바루는 대중 브랜드치고 라인업이 상당히 단촐한 편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니치 대중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잘 뜯어보면 스바루는 특이한 구석이 많다. 끈질기게 수평대향 엔진을 고수하고 있고, 전 차종에 AWD를 적용한다. 라인업 가짓수가 많지도 않고 신차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엔진이나 변속기도 자주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국에서의 실적은 괜찮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스바루 시승의 첫 타자는 포레스터다. 현행 모델이 3세대인 포레스터는 주력인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실제로 포레스터 판매의 43%는 미국에서 이뤄진다. 포레스터는 처음 나왔을 때 SUV와 왜건의 틈새를 노린 모델이었다. SUV적인 성격이 가미되긴 했지만 현 모델도 크로스오버 같은 구석이 많다.

외관은 브랜드 이미지만큼이나 보수적이다. 무난하고, 튀는 구석이 없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차이지만 도로에 나서도 그다지 쳐다보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눈썰미가 있다면 독특한 스바루 로고에 눈이 갈 것이다. 실루엣은 왜건을 약간 높인 모습이다. 마치 아우디의 올로드 같다. 여러 개의 크롬바가 겹쳐진 그릴은 일본 색을 느끼게 한다. 안개등을 감싼 플라스틱이나 범퍼 하단의 프로텍트 바는 혹시 모를 오프로드 주행을 대비한다. 실루엣이나 지상고를 본다면 비슷한 사이즈의 경쟁 모델들처럼 본격적인 오프로드와는 거리가 멀다.

타이어는 225/55R17 사이즈의 요코하마 지오랜더 695이다. 전형적인 순정 타이어 패턴으로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트레드 디자인을 갖고 있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포레스터의 실내는 심플하고 기능적이다. 국내에서 단 내비게이션이 수입차로서의 품격을 지켜주고 있다. 3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SI-드라이브(Subaru Intelligent-Drive)’는 국내 사양에서 빠졌다. 가격을 맞추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플라스틱의 질감은 평균 이상은 아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기어 레버에 적용된 메탈 ‘룩’ 장식의 질감도 마찬가지.

센터페시아는 매우 간결한 디자인이다. 송풍구 위아래로 모니터와 공조 장치가 배치되었다. 대시보드는 날개 형상에 가운데가 툭 튀어나와 센터페시아의 위치가 가깝게 느껴진다. 공조장치에는 별도의 액정이 없지만 풀 오토 에어컨이다. 상단에 위치한 작고 길쭉한 액정에는 외기 온도와 연비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모니터에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기능이 통합돼 있다. 보기와 달리 내비게이션과 DMB, DVD, MP3, 블루투스, 카다이어리 등 많은 기능이 내장돼 있다. 후방 카메라도 있다.

시트 포지션은 승용차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통상적인 SUV의 포지션 보다는 낮지만 전방 시야는 좋다. 시트의 가죽 질이나 몸을 잡아주는 느낌은 평범하다. 운전석의 위치 조절은 전동이고 등받이 측면에는 에어백이 내장돼 있다.

계기판은 3개의 원이 겹쳐진 단순한 디자인인데, 연료게이지 크기가 상당하다. 3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마련돼 있다. 유리창은 운전석 하향만 원터치.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포레스터는 전체적으로 유리의 면적이 넓다. 선루프도 넓어서 개방감이 좋다. 원터치로 작동하는 선루프는 절반이 조금 넘는 부분에서 한번 멈춘다. 열 때나 닫을 때 모두 마찬가지로, 한번 더 눌러주면 끝까지 움직인다. 천장 덮개는 수동이다.

수납 공간은 많은 편이다. 우선 센터페시아 하단에 큰 수납 공간이 마련되었고 반듯한 컵 홀더도 넉넉하다. 센터 콘솔에 딸린 작은 플라스틱 수납함은 탈착이 가능하다. 거기다 컵홀더와 이어지는 칸막이까지 탈착할 수 있어서, 필요하다면 가늘고 긴 물건을 넣을 수 있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2열은 생각 보다도 넓다.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이 한 뼘 이상 남는다. 3인승이긴 하지만 불룩 튀어나온 플로어 때문에 가운데 앉으면 조금 불편하긴 하다. 2열 시트는 등받이도 움직인다. 조절 폭이 크진 않지만 요긴한 건 사실이다. 2열을 위한 컵홀더는 암레스트가 아니라 가운데 좌석 앞부분을 젖히면 나타난다. 젖혔을 때 남는 자리는 수납 공간으로 활용해도 될듯하다. 2열 시트는 레버 하나로 간단하게 접을 수 있고 등판이 트렁크와 평평하게 이어진다. 트렁크는 용량도 크고 바닥에도 큰 수납 공간이 있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국내에 들어오는 포레스터는 172마력(23.5kg.m)의 힘을 내는 2.5리터 수형대형 4기통 모델이다. 요즘은 많지 않은 SOHC 타입이지만 출력이나 토크 모두 평균은 한다. 터보면 더 좋겠지만 수치만 본다면 그리 아쉽지 않은 힘이다. 포르쉐와 함께 수평대향 엔진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보닛을 열어보면 엔진 헤드의 위치가 낮긴 낮다. 무게 중심을 낮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변속기는 4단 자동이다. 공회전 시의 진동은 일반 자동차와는 약간 다른 특성이 있다. 보통 공회전에서 진동이 있을 경우 일정한 박자를 띄는데 포레스터는 그 간격이 넓어 다소 흥미롭다. 수평대향이라 그런가 싶지만 포르쉐와도 다르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2.5리터 엔진은 SOHC답게 저속 토크가 풍부하다. 저속에서는 가벼운 거동을 보이고 생각보다는 꾸준하게 힘을 뽑아낸다. 중간 영역 대에서는 잠시 토크가 함몰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동력 성능이다. 엔진의 특성은 날카로움 보다는 두툼한 토크 위주라고 할 수 있다.

변속기가 4단이기 때문에 기어비의 배치는 특별하지 않다. 1~3단의 최고 속도는 60, 115, 180km/h로 실질적인 가속은 3단에서 끝난다. 4단으로 넘어가면 가속력이 떨어지고 190km/h까지 어렵게 속도가 붙는다. 4단 100km/h의 회전수는 2,200 rpm으로 항속용 기어를 갖고 있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고속으로 주행 시 찰싹 달라붙는 느낌은 없다. 직진 주행성도 조금은 모자란다. 차의 성격상 고속 주행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100km/h 내외의 속도로 달리면 굉장히 편하다. 고속 영역 이전까지의 승차감이 상당히 좋다. 출렁대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만큼 롤이 많지 않다. 다만 방음이 아쉽다. 하체의 소음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포레스터는 경쟁 모델과는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선 보다는 곡선에서 그런 성격이 두드러지는데, 우선 VDC의 개입이 상당히 늦다. SUV는 높은 무게 중심을 감안해 VDC 개입이 빠른 게 일반적이다. 포레스터는 그 반대다. 코너링 중 차체 안정성을 AWD로 조절한다.

조향 특성은 뉴트럴 지향이어서 좀처럼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다. 부담되는 내리막 코너에서 타이어 그립이 약해질 때가 되면 AWD가 긴밀하게 동력을 배분한다. 요즘 흔하디 흔한 AWD가 대체로 이렇긴 하지만 포레스터는 느낌이 다르다. AWD의 성능에서 차별화가 된다. 타이어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성능이 더 돋보인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본격 오프로드가 아닌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비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나니 포레스터가 달리 보인다. 뒤를 날리면서 아주 재미있게 탈 수 있다. 오버스피드로 코너에 진입해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고, 그 상태에서도 언더스티어가 없다. 순간 ‘랠리가 이런 맛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포장도로에서도 VDC의 개입이 늦기는 마찬가지지만 출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잡는 쪽의 세팅이다. 속도가 너무 높으면 속도를 줄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적극적인 운동 성능을 지향하고 있다. VDC를 끄면 더욱 신나게 탈 수 있다. 완전히 꺼지는 게 아니라 개입 시기가 한참 늦춰진다. 손은 바쁘지만 운전 재미는 최고다.

브레이크도 예상 외로 좋다. 헐렁대는 하체의 느낌과는 반대로 브레이크는 상당히 강력하다. 초기의 반응이 좋고 강하게 밟으면 꽂히듯 멈춰 선다. 제동 시 좌우 밸런스는 최고라고 할 순 없지만 이 정도면 무난한 편이다.

평범 속의 비범, 스바루 포레스터

3,790만원이라는 가격에 비추어 포레스터를 통상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그것이 스바루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강점을 어떤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인지는 스바루 코리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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