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디자인 때문에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카로 인식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미니는 굉장히 다이내믹한 차다. 차를 잡아 돌리기 좋아하는 이들조차 미니의 기본기를 인정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카트 느낌’으로 불리는 그 탄탄함은 (운전면허가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전 재미의 바탕으로, 미니를 고만고만한 소형차들 중에서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특징 중 하나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BMW 산하의 미니가 이렇게 만들어진 데는 미니의 51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랠리카 혈통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미니는 내년부터 다시 랠리시리즈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출전한다. 경주차는 올해 새로 추가된 완전히 새로운 미니, 컨트리맨.
바로 그 미니 컨트리맨을 시승하러 독일에 갔을 때, “얘는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라고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살짝 돌려) 물어봤더니 미니 브랜드의 총괄 책임자가 흥미로운 대답을 했었다. 여성적이고 부드러웠던 기존의 미니들과 달리 일부러 남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결과라는 것. 그런데 2011년형으로 거듭난 새 미니 패밀리들을 보니 기존 모델들도그런 부분을 반영해 성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모습의 변화–그래봐야 범퍼 모양이 바뀐 정도지만-는 보행자 보호성능을 높인다는 기능상의 이유도 있는데, 마우스피스를 꽉 깨문 듯 보이기도 하는 것이 예전보다 못 생겨진… 아니 더 단단해진 인상이다. 시승차는 검정색이라 눈에 덜 띄지만 다른 색상이라면 번호판 양 옆으로 추가된 흡기구 형상이 조금 더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옵션으로 이 부분에 크롬도금을 입힐 수도 있는 모양인데, 은이빨처럼 보이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다.
테일램프에는 LED가 적용됐다. 깜빡이가 내장된 원을 중심으로 메아리가 치는 형상이 재미있다. 후진등과 후방안개등을 범퍼에 몰아 넣은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그 형상이 어디서 보던 것이다 했더니 뉴비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닮았다. 미니 측의 설명은 앞범퍼의 라인이 반복되도록 했다는 것인데, 듣고 보면 그렇긴 하다.
BMW산하의 미니는 2001년에 처음 나왔고 2006년에 현재의 2세대 모델이 출시되었다. 이번 미니는 연식 변경 모델이 아니라 BMW그룹에서 ‘LCI(Life Cycle Impulse)’라 부르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외관상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미니처럼 아이코닉한 차는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동그란 헤드램프를 세모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BMW(그룹)코리아는 2011년형으로 새 미니 패밀리를 출시하면서 몇 가지 스페셜 에디션 또는 패키지를 함께 선보였는데, 시승차는 미니 쿠퍼S에서 선택할 수 있는 레드에디션이다. 검정색 차체에 지붕과 사이드미러캡이 빨간색으로 나오고 빨간색 줄 무늬 스티커를 붙여 레이서의 분위기를 냈다. 해외에서 JCW 전용 사양으로 발표된 ‘칠리레드’를 흉내 낸 조합이다. 휠을 어두운 색으로 바꿔주면 더 잘 어울리겠다. 아, 그렇지..새 미니 패밀리는 휠도 예뻐졌다. 솔직히 기존 쿠퍼S의 휠은 너무 투박했다.
실내의 변화는 은색 부품들을 검정색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뭐냐, 그게?”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장난감 같은 느낌이 줄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기존 미니의 (지나친?) 발랄함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라면 쌍수 들어 환영할 내용이다. 검정바탕에 크롬 액센트들은 클래식한 조합이다.
오디오는 조작할 때마다 헛갈리곤 했던 볼륨조절 다이얼을 위로 올려 아예 두 개의 다이얼이 나란히 놓이도록 했다. 써본 결과는 대만족. AUX와 USB단자는 토글 스위치 아래쪽에 넣었다. 대신 예전 쿠퍼S에서 볼 수 있었던 CD체인져가 사라져 글로브박스 상단은 온전한 수납공간으로 사용된다.
공조장치 조작부도 바뀌었다. 기존 것은 모양내는데 치중한 나머지 풍량이나 온도의 조작이 영 어색했는데 이제 자연스럽다. 보기에는 버튼식 같지만 실제로 눌러보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이얼 몸체가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 남아있다.
자료상에는 3개의 LED를 이용해 실내 무드조명 색상을 756가지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데, 시승차는 예전처럼 몇 가지 색으로만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팔걸이가 없어졌다. 전반적으로는 개선할 부분들을 잘 잡아내 숙성시킨 것 같아 만족스럽다.
쿠퍼S의 경우 엔진 출력이 9마력이나 높아졌다. JCW패키지와 비교해도 8마력이 부족할 뿐인 184마력. 그러면서도 연료소모와 CO2배출은 되려 줄었다. 12.1km/L, 3등급이었던 공인연비가 14.5km/L, 2등급으로 올라갔으니 무시 못할 차이다. 시승기간의 평균연비도 14km/L가 나왔다. 기존 쿠퍼S의 엔진에는 빠져있었던 밸브트로닉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래저래 효율이 좋아졌다.
주행감도 (더) 통쾌하다. 처음 차를 받아 주행하는 동안은 ‘설마 보닛을 열어보면 JCW 엔진 튜닝킷이 떡 하니 들어앉아 있는 것은 아니겠지.’하고 의심했을 정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전자레인지 팝콘 터지는 소리가 배기파이프를 통해 흘러나온다. 저거, 분명 매운맛 팝콘일꺼야!
아아, 이러면 곤란하다. 한동안 “쿠퍼S는 불편하고 난 쿠퍼면 충분해!”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쿠퍼S가 이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이건 몰랐으면 좋았을 내용이지만, 새 미니 쿠퍼S의 개선점 중 하나는 6단 수동변속기의 조작감이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이란다. 아아아아 그 아이는 또 얼마나 재미 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