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센트가 돌아왔다.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모델이었던 베르나가 모델 체인지되면서 과거 화려한 명성을 날렸던 엑센트의 이름을 11년 만에 다시 찾아 온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과거 엑센트와는 소형차라는 것 외엔 어떤 연결 고리도 찾을 수 없고, 아반떼를 빼 닮은 모습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경쟁력을 담았다.

글, 사진/ 박기돈 (RPM9 팀장)

기자의 기억 속에 엑센트는 최초로 파스텔 톤의 다양하고 화려한 차체 색상을 적용해 우리네 도로를 울긋불긋 물들였던 작고 매력적인 소형차로 기억되고 있다. 이 후 소비자들이 점점 큰 차를 선호하게 되면서 시장에서는 쏘나타와 아반떼가 베스트 셀러가 되어 갔고, 반대로 더 작은 경차는 특별한 혜택을 등에 업고 인기를 끌면서 소형차는 서서히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베르나 스스로도 점점 정체성을 잃고 망가져 가게 되었는데, 현대차가 소형차 살리기에 나선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쏘나타나 아반떼를 선택할 사람들이 소형차로 눈길을 돌리는 것을 원할 리는 없다. 당연히 더 큰 차, 고급차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소형차 시장이 경쟁이 많은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뺏어 올 경쟁모델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아반떼와 쏘나타가 잘 팔리고 있는데, 높은 경쟁력을 갖춘 엑센트를 선보이는 것은 왜일까? 현대가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모닝이 형성하고 있는 경차 시장에서 고객을 뺏어 오는 것이다.

현대차 측에서는 폭이 상당히 좁은 23 ~28세 젊은이들을 마케팅 타겟으로 삼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첫 차를 구입하는 연령대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Guy’s License’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새 엑센트에 개성과 가치를 듬뿍 담았다. 젊은이들의 엔트리카가 다시 소형차로 돌아올 수 있을까?

변산반도 새만금방조제 주변 길에서 시승한 엑센트는 그만큼 잘 만들어진 소형차였다. 외관은 누가 봐도 아반떼를 많이 닮았다. 사실은 아반떼, 투싼 ix, 그리고 엑센트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 모습에서는 범퍼 좌우에 스포츠카의 공기 흡입구처럼 돌출시킨 디자인이 강한 개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있다. 헤드램프는 아반떼 만큼 샤프하지는 않지만 그 내부를 여전히 화려하게 다듬었다.

옆모습은 아반떼에서 보였던 과감한 캐릭터 라인을 잘 살리고 있다. 소형차에 16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한 모습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비례도 잘 다듬었다. 오히려 기본인 14인치 휠을 장착하면 많이 어색할 듯하다. 휠의 디자인은 그냥 무난한 편이다. 뒷모습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좀 얌전해 졌다.

차체 사이즈는 4,370×1,705×1,455mm, 휠베이스는 2,570mm이다. 이전 베르나에 비해 길이는 70mm, 너비는 10mm 늘어났지만 높이는 15mm가 낮아졌다. 좀더 스포티한 비례가 되었다는 뜻인데, 길이가 짧은 소형차의 한계인지 여전히 지붕이 좀 높아 보이긴 한다.

다행히 70mm 늘어난 차체 길이는 모두 휠베이스에 반영되었다. 즉 실내 공간이 그만큼 더 넓어졌다는 얘기다. 앞자리만 본다면 시트를 뒤로 밀 수 있으니까 전혀 비좁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반떼로 나왔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실내로 들어서면 데시보드의 플라스틱 질감에 우선 놀란다. 플라스틱이 좀 딱딱하긴 하지만 디자인과 질감이 모두 훌륭하다. 시승한 차는 가죽 스티어링 휠, 썬루프, 네비게이션과 풀 오토 에어컨 등이 모두 장착되어 있었다.

센터 페시아의 버튼이며 다이얼의 재질과 품질은 거의 럭셔리 세단 수준이다. 수퍼비전 클러스터도 아반떼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소형차로서는 넘친다. 한마디로 실내 전면부를 봐서는 소형차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센터 페시아 하단에는 USB, AUX 단자가 있으며 아이폰도 연결할 수 있다. 아이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봤다. 볼륨을 절반 정도 올릴 때까지는 나쁘지 않은 사운드를 구현했다. 비트도 기대이상으로 강했다. 하지만 볼륨이 더 높아지면서 음이 많이 뭉개지고, 도어 패널이 떨리면서 소형차다운 한계를 드러냈다.

몸을 잘 잡아주는 인조 가죽 시트가 기본이라고 한다. 전동시트 기능은 없고 마무리 품질에서 소형차다운 허술함이 살짝 보인다. 뒷좌석도 센터 암레스트가 없는 간단한 디자인이다.

실내에서 소형차라서 빠진 것을 찾자면 ECM룸미러, 원터치 트리플 방향지시등, 동반석 화장 거울 조명과 덮개 정도다. 후방 모니터가 달린 룸미러에는 ECM 룸미러도 포함된다. 반면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 안전 장비는 기본으로 장착해 최대한 안전을 고려했다. 아주 바람직한 구성이다.

사실 고급스러운 실내와 편의 장비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아반떼에 적용된 1.6 GDI 엔진과 6단 수동, 자동변속기가 엑센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물론 경제적인 1.4 MPI 엔진도 함께 적용되지만 1.6엔진의 선진성과 매력을 감안해 현대자동차 측에서도 1.6과 1.4의 판매 비중을 반반으로 전망할 정도로 1.6 GDI 모델에 대한 인기도 높을 듯하다.

1.6 GDI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6,300rpm과 최대토크 17.0kg.m/4,850rpm을 발휘하고, 1.4 VVT 엔진은 108마력/6,200rpm과, 13.9kg.m/5,000rpm을 발휘한다. 연비는 자동 변속기 기준으로 1.6이 16.7, 1.4가 16.1km/L로 1.6 GDI 쪽이 더 좋다.

시승차는 모두 1.6 GDI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 조합이었고, 세련된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건다.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은 아반떼와 비슷하지만 중량이 1,085kg으로 아반떼에 비해 105kg, 약 10%정도 가볍다 보니 가속 응답성은 분명 엑센트가 더 빠르다. 가속이 상당히 경쾌하다. 변속 시 회전수는 6,500rpm이고, 50, 85, 125, 170km/h 부근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소음도 상당히 잘 잡았다. 150km/h 가까이 달려도 노면 소음이나 바람소리를 잘 차단한다. 특히 중저속까지 하체의 반응은 상당히 탄력 있는 편이며, 요철 넘어가는 솜씨는 과거 소형차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넘는다. 시승 중 약간의 산길을 수동모드로 달릴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형차에 수동 변속 기능이 있는 자동 6단 변속기와 140마력 엔진…… 오랫동안 자동차 매니아들이 꿈꿔왔던 그 그림이다.

하지만 고속 영역은 기대에 못 미쳤다. 기대하기는 200m/h까지 달려 주길 바랬지만 끝없이 뻗은 새만금 방조제 위에서도 180km/h를 넘기기 힘들었다. 물론 바닷바람이 어느 정도 불고 있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고속 영역에서 여전히 안정감이 떨어지는 문제도 남아 있었다. 150km/h 정도 되면 차체 뒤쪽이 조금씩 흔들렸다. 물론 일반 운전자들이 엑센트로 150km/h 이상 달릴 일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현대차의 소형차 만들기가 세계 정상급인 만큼 그에 맞는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차체 안정성에 있어서 만큼은 말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미 잘 만든 i30가 있으니 기대해 볼 만도 하다.

새 엑센트는 디자인, 품질, 편의, 안전 장비, 동력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동급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 아니 한국에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었다. 부디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 트랜드를 엑센트가 바꾸어서 매력적인 소형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마티즈나 모닝 고객은 그대로 두고……

<현대 엑센트 1.6 GDI 시승 사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