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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가능해? BMW 520d의 치명적인 유혹

발행일 : 2010-12-30 09:46:37

치명적인 유혹이 시작됐다. 월드 베스트셀러, BMW 5시리즈 중에서 넉넉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연비가 무려 18.7km/h에 이르는 520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음 같아서는 기름을 가득 채우고 서울, 강릉, 부산, 목포 찍고, 인천 거쳐서 서울로 돌아오고 싶지만, 그리고 그렇게 달리고도 기름이 얼마나 남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 지 않아 출퇴근 길을 멀리 돌아 다니고, 사진 촬영을 위해 영종도를 다녀 오는 정도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게 다 가능해? BMW 520d의 치명적인 유혹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이젠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5시리즈지만 모처럼의 만남은 설렜다. 바로 디젤 엔진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디젤 엔진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BMW다. (물론 가솔린 엔진도 그렇다.)

분명히 520d임을 확인하고 시승차를 받아 나왔지만 U턴 한 번 하고 나자 이 차가 디젤엔진 차라는 걸 까먹어 버렸다. 막히는 도산대로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아니 옆에 지나는 차에서 나직이 엔진 소리가 스며드는 걸 느끼고서야 그게 내가 탄 차의 엔진소리가 반사되어 들려 오는 것임을 알아 차렸다. 520d가 이렇게 조용해졌나? 분명 최근까지의 BMW 2.0 디젤에 비해서 더 조용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소음을 잘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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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을 밟을 때도 분명 힘있게 등을 미는 반응이 나타나지만 BMW 특유의 매끈한 엔진 회전 상승에서 느낄 수 있는 정교함 혹은 예리함과는 다른 우직함이 느껴진다. 지금의 5시리즈를 처음 시승했을 때 느꼈던 ‘BMW 답지 않음’을 디젤 엔진을 통해서 한 번 더 강하게 느끼는 심정이다.

5시리즈는 7시리즈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도 닮고 차체도 커졌다. 그리고 과거 단단한 서스펜션과 예리한 핸들링으로 얻었던 스포츠 세단의 명성을 잃지 않으면서,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세단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 같다. 그 결과 디자인에서 지난 6세대 5시리즈의 날카로웠던 스타일이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진 것만큼 주행 감각도 부드러워졌다. 거기다 그 동안 BMW가 디젤 모델에는 좀 더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을 보였던 것처럼 520d도 5시리즈 휘발유 엔진 모델들에 비해 더 부드러운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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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d의 크기는 길이, 너비, 높이가 4,899×1,860×1,464mm이며, 휠베이스는 3m에 육박하는 2,968mm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4,868×1,854×1,471mm에 휠베이스 2,874mm, 아우디 A6가 4,927×1,855×1,459mm에 휠베이스 2,843mm다. 차체 크기는 세 모델이 대동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길이는 A6가 제일 길고, 키는 E클래스가 제일 크며, 폭은 5시리즈가 제일 넓다. 그리고 휠베이스는 5시리즈가 가장 길다.

새로 나올 신형 A6는 크기에서 여전히 가장 길고 가장 낮은 차체를 유지하면서, 폭이 가장 넓어지고, 휠베이스는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중간 정도로 설정했다. 결국 이들 경쟁 모델들의 차체크기는 대략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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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모델이라고 외관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트렁크 리드에 작은 ‘d’가 하나 더 붙었을 따름이다. 휠도 523i와 동일하다. 왠지 ‘나, 디젤이야!’라고 티를 좀 내고 싶지만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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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뱅글의 예리한 5시리즈를 오랫동안 봐오다 부드럽게 변신한 지금의 5시리즈를 처음 봤을 땐, 누가 말했듯 렉서스를 닮아가는 듯해 어딘가 어색했지만, 역시 세월이 약이라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오히려 이전 모델보다 더 단단한 느낌이 들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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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의 인테리어는 블랙 원톤이어서 차분하고 기능적으로 다가왔다. 최고급 그레이드인 535i와 비교하면 스티어링 휠 패드 아랫부분의 알루미늄 트림 장식과 시프트 패들이 빠진 정도가 바로 눈에 띄고, 조금 더 살펴보면 화려했던 시트 조절 장치들이 두 개의 레버로 간소화되고, 냉방 시트 버튼이 없어진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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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일부 편의장비가 빠진 것이 있지만 한국형 네비게이션과 크루즈컨트롤, 헤드 업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고급 편의장비들을 갖추었다. 한가지 낯설거나, 혹은, 아쉬운 부분은 버튼 시동 장치까지 갖추었는데, 도어를 스마트키로 여는 기능까지는 적용되지 않은 점이다. 그나마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차 문을 연 후, 키는 그냥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두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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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틱처럼 생긴 변속기 레버도 이제는 익숙할 뿐 아니라 아주 편리하다. 탄력 있는 조작감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파킹이 되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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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버튼들을 밖으로 배치해 좀 더 편하게 개량된 iDrive에는 전화 버튼이 있긴 하지만 520d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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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하다 차가 잠깐 멈추어 설 때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잡아 주고 출발할 때 풀어주는 오토 홀드도 아주 매끄럽게 작동된다. 오토 홀드 기능을 최초로 적용했던 이전 세대 7시리즈 초기 모델에서 이렇게 약간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후 세련되게 개선되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최고급 모델에서도 아직까지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움찔하거나, 다시 엑셀을 밟아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출발할 때 움찔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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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d에 장착된 엔진은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은 184마력/4,400rpm, 최대토크는 무려 38.9kg.m/1,900~2,750rpm에 이른다. 아무래도 4기통 디젤엔진인 만큼 엔진자체의 소음과 진동은 꽤 큰 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실내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놀랍게 잘 차단되었다.

출력이 177마력에서 184마력으로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4기통 엔진이라 하기 힘들 만큼 강력한 토크를 갖고 있다 보니 1.7톤의 준대형 차체를 8.1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 시킨다. 특이한 것은 100km/h에 도달할 때까지 변속을 3번이나 한다는 거다. 즉 4단에서야 100km/h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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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드러운 주행과 뛰어난 연비 실현을 위해 4기통 엔진 최초로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변속기는 아주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풀 가속을 했을 때 변속이 일어나는 속도는 각각 40, 60, 85, 110, 140, 180, 220km/h에서다. 180km/h를 넘어 7단으로 바뀐 후에도 가속은 계속된다. 정말 BMW의 스테미너는 경이롭다. 최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좀처럼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다. 8단으로 변속을 마치고 나면 제원상 최고속도인 225km/h를 찍는다. 일반적으로 다단 변속기들이 6단 정도에서 최고속을 기록하고 그 이상의 기어는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세팅인 경우가 많은데, 정말 8단 변속기를 이렇게 아낌없이 사용하기도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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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어가 8개나 되다 보니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불과 1,500rpm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다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도 적용되어 있어 연비는 더 좋아진다. 공인 연비는 18.7km/L다. 2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소형차가 아니라 준대형차가 말이다. 가속력 파워풀하고, 225km/h에 이르는 최고속도까지 지칠 줄 모르고, 거기다 연비까지 소형차 수준이니 도대체 무슨 흠을 잡을 수 있을까? 고성능 스포츠세단과 비교해서 너무 부드럽고 빠르지 않다고 트집이라도 잡아야 할까? 더 비싼 모델에 비해 조금 수수해진 옵션 리스트와, 그럼에도 유럽산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에 걸맞은 가격표 정도를 꼬집을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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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토크의 디젤 엔진 특성상 어떤 속도로 정속주행을 하다가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시원하게 가속해 나가긴 하지만, 기어 레버를 좌측으로 밀어 ‘S’모드로 주행한다면 평상시 보다 조금 더 강력한 가속을 즉각적으로 얻어 낼 수 있다. 시내에서 조금 다이나믹하게 주행하고 싶다면 ‘S’ 모드, 강추다. 아, 여기서 한가지, S모드가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S모드에 비해 조금 약하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체가 상당히 부드러워졌어도 핸들링의 예리함은 살아있다. 그리고 BMW에 걸맞게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조금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뉴트럴에 가깝게 상당히 잘 돌아준다. 결국 520d의 성격을 고려한 주행이 필요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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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d는 중후한 스타일에 안락하면서도 여전히 뛰어난 안정성과 예리한 핸들링, 4기통 엔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넉넉한 가속성능이 더해져 비즈니스 세단으로 부족함이 없다. 거기다 70리터 용량의 경유 탱크에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지갑 걱정 덜 수 있는 여유를 가득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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