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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기] 545마력 괴물, ‘닛산 GT-R’로 서킷을 달리다

발행일 : 2013-08-19 01:35:53
[동승기] 545마력 괴물, ‘닛산 GT-R’로 서킷을 달리다

압도당했다. 차를 타는 내내 맹렬한 GT-R의 움직임에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순간 가속력, 이리저리 서킷을 휘저으며 괴성을 질러대는 모습은 트랙 위 맹수가 따로 없었다.

지난 17일, 한국닛산이 마련한 ‘2013 닛산 트랙데이’에서 슈퍼카 GT-R 조수석에 탈 기회가 있었다. 닛산의 상징이자 기술력의 결정체, ‘괴물’ GT-R을 새롭게 느낀 시간이었다. 그동안 인제 서킷에선 다양한 차종을 직접 몰아봤지만 프로 드라이버가 모는 슈퍼카는 분명 다를 것이라 판단, 차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그에게 GT-R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을 주문했다.

[동승기] 545마력 괴물, ‘닛산 GT-R’로 서킷을 달리다

첫 바퀴는 차를 식히며 코스를 점검했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차의 각종 정보를 살필 수 있었다. 변속기오일, 엔진오일, 냉각수 등 곳곳의 온도를 세밀하게 살필 수 있었고, 타이어 공기압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두 번째 바퀴부터는 페이스를 높여 본격적인 서킷 공략에 들어갔다. 3.8리터 V6엔진에서 뽑아내는 최고출력 545마력, 최대토크 64.0kg.m라는 파워를 네 바퀴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면에 전달한다. 지금껏 타봤던 차들과 다른 움직임이다. 무언가 독특한 느낌이다. 이날 직선주로에서 기록한 최고시속은 약 250km. 직선코스가 끝나자마자 마주하는 내리막 첫 번째 코너의 공략 속도는 시속 140km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감흥이 적었다.

[동승기] 545마력 괴물, ‘닛산 GT-R’로 서킷을 달리다

오르막 정상의 헤어핀 코스를 빠져나와 차에 무리가 많이 가는 내리막 좌코너를 마주했다. 네바퀴굴림방식 차종 특유의 안정감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후 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선 진가를 발휘한다. 뒷바퀴가 사르르 미끄러지며 자세를 공격적으로 유지한다. 처음엔 이 느낌이 어색했지만, 분명 코너를 과감하게 돌파할 수 있도록 꿈틀대는 모양새다. 구동력을 적극 활용, 자세를 능동 제어하는 순간이다. 경사가 섞인 서킷 후반부 코너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브레이크는 섭씨 700도까지 견딜 수 있으며, 이날 가벼운(?) 주행을 마친 뒤 피트에서 잰 브레이크 온도는 약 300도였다.

이리저리 격한 코너를 돌파하는 GT-R을 보니 맹수가 방향을 바꾸며 미끄러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뒷바퀴굴림방식 차가 아님에도 특성이 비슷한 점이 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네바퀴굴림방식 차종의 움직임도 아니다. 굳이 꼽자면 아우디 RS5와 미쓰비시 랜서에볼루션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지만, 완전히 같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GT-R은 본연의 강점과 특징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 어떤 차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독특함. 그것이 GT-R의 존재감에 무게를 더해주는 이유가 아닐까.

예전에 서킷에서 몰아본 페라리 458이탈리아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엔진도 앞에 있고, 배기량도 훨씬 적다. 게다가 서킷을 달렸을 때 운전자가 받는 피로감이 덜하다. 훨씬 다루기 쉽고, 훨씬 조용하다. 그리고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천지차이 성격을 보여주는 차라는 생각이 든다.

[동승기] 545마력 괴물, ‘닛산 GT-R’로 서킷을 달리다

GT-R은 6세대 모델로 진화한 상태다. 지난 1969년 스카이라인 2000GT-R(PGC10)이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두 번이나 생산이 중단되며 위기를 맞았지만, 2007년 GT-R 기술 및 제품개발 총괄을 맡은 카즈토시 미즈노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탄생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카를로스 곤 회장의 주문에 따라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수퍼카’ 컨셉으로 개발돼 ‘기술의 닛산’ 부활을 알렸다.

에브리데이 슈퍼카 GT-R은 닛산이 지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한 플래그십 모델이다. GT-R 만을 위해 개발된 트윈 터보 차저 3.8L V6엔진은 파워, 응답성, 친환경 부분을 모두 충족시킨다. 특히, 닛산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GT-R 엔진은 닛산 요코하마 엔진공장에서 한 명의 테크니컬 마에스트로가 수작업으로 책임지고 조립한다. 그럼에도 값은 여타 슈퍼카보다 많이(?) 저렴한 편이어서 내장재 색상 등에 따라 1억6,530만원부터 1억7,800만원까지다.

글, 사진/ 인제(강원)=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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