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형 포드 퓨전은 구형과 많이 다르다. 겉과 속 모두 그렇다. 이름만 물려받았을 뿐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야 한다. 강력한 터보엔진에 최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로 무장했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덤이다. 그럼에도 값은 4,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고급형인 2.0 티타늄(Titanium)을 시승했다.
앞모양이 어딘가 친숙하다. 영국의 고성능 브랜드 ‘애스턴 마틴’의 향기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옛날에 한솥밥을 먹었던 기억 탓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변화는 긍정적이다. 크롬으로 도배된 구형보단 훨씬 낫다는 평이 많다. “포드 차가 맞냐”며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멀리서 봐도 단단하지만 날렵해 보인다.
겉모양이 바뀐 것도 놀랍지만, 이보단 꽉 찬 속이 훨씬 큰 매력이다. 특히 포드가 내세우는 ‘에코부스트’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포드의 다운사이징 기술이다. 환경을 생각하며 성능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퓨전 2.0은 배기량 1,999cc 직렬4기통엔진에 터보차저를 얹었다. 최고출력은 234마력, 최대토크는 37.3kg.m의 힘을 뿜어낸다. 3000cc 이상 자연흡기 엔진보다 힘이 세다. 그래서 가속할 때 느낌이 좋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거침없다. 페달을 밟는 게 즐겁다. 또한 엔진과 배기 사운드도 듣기 좋다. 운전이 재미가 있다. 터보차저의 힘이 크다. 셀렉트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강한 엔진과 맞물려 힘을 바퀴에 전달하며, 운전대엔 패들시프터가 붙어있어 수동 변속이 쉬웠다. 자연흡기 방식의 튜닝된 외제차와 함께 달려봤다. 순정 상태치곤 가혹 조건에서 생각보다 잘 버텼다. 높은 토크와 이를 주행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지능적으로 배분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술 덕분이다. 서스펜션도 탄탄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 적당히 부드러움을 갖춰 운전이 편했다. 본연의 컨셉트는 중형 세단이어서, 이에 충실한 듯싶다.
배려도 잊지 않았다. 퓨전을 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운전자를 돕는 첨단 안전장치다. 장거리 운전에 큰 도움이 됐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밟으면 운전대를 원래대로 돌리며, 운전대 떨림과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요구한다. 오랜 시간 운전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효과적이다. 다만 차선이 지워진 곳이나, 사람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곳에선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 장치만 믿어선 안 된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기능이 탑재돼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돕는다. 혹여 사고가 예상되면 운전자의 앞 유리창에 빨간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경고음을 낸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지 않으면 스스로 사고를 대비한다. 그리고 가끔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경우엔 그 차 쪽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서 스스로 거리를 유지하게 하거나, 브레이크를 밟아 운전자가 거리를 조절해야 안전하다. 두 장치를 함께 쓰면 차선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차와 거리도 스스로 유지할 수 있어 자율 주행에 가까운 개념으로 인식되지만, 운전자를 돕는 보조 시스템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어쨌든 운전자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능 탑재는 무조건 환영한다.
또 다른 배려도 곳곳에 숨어있다. 타이어엔 ‘림프로텍터’가 있어서 주차장이나 도로 경계석 등에 휠이 상하는 걸 막아준다. 비싼 휠 손상을 줄이려는 타이어 회사의 노력 덕이지만, 이런 기술이 들어간 타이어를 채택한 것도 완성차 회사의 노력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뒷좌석에선 110v 전원을 이용할 수 있다. 달리면서 노트북을 연결하거나 여러 장치를 충전할 수도 있다.
퓨전은 중형 세단이다. 1.6리터와 2.0리터급 에코부스트 기본형, 이번에 시승한 2.0 티타늄, 하이브리드까지 총 4개 라인업을 갖췄다. 포드는 멋스런 디자인을 갖춘 한 차종에서 효율과 성능, 실용과 고급스러움을 개성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 또한 배려라면 배려가 아닐까 싶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