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최근, 남해 일대에서 연례 시승행사인 `JOY Driving Experience Day 2013`를 개최했다. 2007년부터 이어온 이 행사는 매년 새로운 테마로, 새로운 코스를 통해, 한 해 동안 출시된 신차들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차 성격에 맞춰 BMW를 즐겁게 체험할 기회를 준다는 게 목표다. 그래서 기자들을 매년 초청해 차를 마음껏 타보게 하는 강도 높은 시승행사로 유명하다. 올해는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포함한 가치인 `조이(JOY)`를 바탕으로 `심미적인(Aesthetic)` 요소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채로운 건물이 특징인 행사 장소가 그것이다. BMW 성능 체험을 넘어, 감성까지 이해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해볼 수 있겠다.
이 행사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뉴 X5와, 새로운 시리즈인 4시리즈 쿠페를 비롯, GT와 Z4, 5시리즈 등 주요 차종이 총 동원됐다. 이중에서 행사에서 가장 높은 차 X5와 가장 낮은 신차 4시리즈 쿠페를 번갈아 시승했다. 코스는 약 150km구간으로, 여수엑스포를 맞아 지어진 한옥호텔 `오동재`에서 출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남해안을 따라 이국적인 건물이 들어선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클럽`으로 향했다.
◇BMW 뉴 X5
의외다. 거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타보니 부드러움이 달랐다. 자상하면서 든든한 `아빠`같은 느낌의 차다. 겉모양이 더욱 듬직해졌다. 커진 얼굴이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큰 덩치에서 풍기는 느낌이 매력 있다.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에어벤트와 에어브리더도 눈길을 끈다. 스포츠카에서 주로 쓰는 `공기 흐름을 이용한 주행 안정화 기술` 중 하나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올라 탔다. 꽤 높다. 운전석에 앉으니 내려다보는 느낌이 좋다. 인테리어는 요즘 나오는 다른 BMW와 비슷하다. BMW를 타던 사람이면 금세 적응할 수 있겠다. 센터페시어의 10.25인치 모니터도 눈에 띈다.
새로운 X5는 세 가지로 출시됐다. 배기량 2,993㏄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m의 힘을 내는 뉴 X5 xDrive30d는 5인승과 7인승으로 나뉜다. 여기에 성능을 높인 뉴 X5 M50d는 BMW M 퍼포먼스 트리플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돼 최고출력 381마력과 최대토크 75.5㎏·m의 강한 힘을 뿜어낸다. 이중 5인승 30d를 탔다.
주행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BMW답다고 할 수 있겠다. 2톤이 넘는 큰 덩치가 사뿐사뿐 움직인다. 오르막길도 평지처럼 거침없다. 주행모드에 따른 변화도 차이가 크다.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RPM(분당 엔진 회전 수)이 높아지면서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굽은 산길에서도 의외로 잘 버텨준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어서 다루기 쉽다. 도로와 주행 상황에 맞춰 네 바퀴 모두에 알아서 힘을 주는 BMW의 네바퀴굴림기술인 `x드라이브(xDrive)`가 적용돼 주행 안정감이 뛰어다. 하지만 코너를 돌거나 급히 멈춰 설 땐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차 무게와 특성이다. 오프로드도 염두에 둔 탓에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스트로크)이 큰 편이고, 2톤이 넘는 차를 스포츠카처럼 갑자기 멈춰 세우거나 방향을 바꾸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에코 프로 모드로 바꾸자 한껏 성이 난 야수에서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했다. 꽤나 부드러워진다. 편안하다. 과속 방지 턱을 넘을 때에도 노면 충격이 상당 부분 걸러진다.
◇BMW 뉴 4 시리즈 쿠페
4시리즈 중 디젤 모델인 420d를 탔다. 앞서 탄 X5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차다. 기본기가 매우 탄탄해서 남해의 굽은 해안도로도 거침없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춰 선다. 차체가 강해진데다 가볍고 낮다. 여기에 M 스포츠 서스펜션까지 적용돼 날카로운 `손 맛`이 큰 매력이다. BMW의 정교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그럼에도 복합 연비는 리터 당 16.5㎞에 달한다. 420d는 배기량 1,995㏄의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85마력, 최대토크 38.8㎏·m의 힘을 낸다.
생김새만 봐도 잘 달릴 듯하다. 스포츠 쿠페의 전형이다. 3시리즈보다 길어졌지만, 높이는 오히려 더 낮다. 시트포지션은 로드스터인 Z4와 같다. 3시리즈의 편안함과 Z4의 과감함을 합친 듯한 느낌이다. BMW라인업 중 가장 낮은 무게 중심을 자랑하는 차다.
독특한 건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으면 로봇 팔(?)이 안전벨트를 어깨 옆까지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벨트를 매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쿠페는 문짝이 2개밖에 없어서 안전벨트가 한참 뒤에 매달려 있다. 때문에 안전벨트를 매려면 몸을 뒤트는 요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함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보완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지만 이런 즐거움도 잠깐 뿐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순간 새로운 즐거움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남해(경남)=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