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사로잡는다. 앞 차 운전자는 거울을 통해 힐끗 쳐다본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도, 지나가던 경찰도 시선이 머문다. 첫인상은 ‘예쁘다’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동글동글 귀엽기만 하다. 웬만한 슈퍼카에도 꿈쩍 않던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이유다. 멀리서나 가까이에서나, 새로운 모습이기에 그럴 법도 하다. BMW의 전기차, i3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시승했다.
2013 LA오토쇼가 열리는 LA컨벤션센터 건너편 주차장엔 BMW 시승센터가 따로 마련됐다. 전기차 i3 수십대가 줄지어 서있다. 충전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먼저 등록대에서 접수를 마치고, 각 구역 담당자들의 안내를 거쳐 차를 배정받았다. 설명을 들어보니 적게는 15분, 많게는 30분 동안 차를 탈 수 있는 코스다.
시트와 거울을 몸에 맞추고 변속기를 D모드로 바꿨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차가 스르륵 움직인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릴 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등이 시트에 확 밀착되며 차가 확 튀어나간다. 옆을 지나던 고배기량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았다.
주로 도심에서 달린 탓에 격한 코너링이나 급제동은 하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차의 밸런스나 여러 요소를 느끼려 노력하며 차를 탔다. 주행감성은 다른 BMW와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하려 했다. BMW의 경쾌한 핸들링, 민첩한 가속성능, 탄탄한 하체가 매력이다. 다른 전기차와 달리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어서 다루긴 쉬웠다.
시내를 다녀야 하기에 가다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 속도가 확 줄어든다. 아주 적극적인 에너지 회생 제동이다. 모니터를 통해 전기가 충전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토크는 25.51kg.m로 2.5ℓ급 가솔린 엔진의 힘을 자랑하지만, 차 무게가 1,195kg로 웬만한 경차 수준밖에 되지 않아 가속감은 매우 경쾌하다. 물론 가벼운 차체는 핸들링에서 큰 이점을 보인다.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차체 덕에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최고시속은 15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도달엔 7.2초가 걸린다.
그리고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30~160km 사이며, 최대 190km쯤까지 달릴 수 있다. 휠은 19인치지만, 타이어는 155/70R19 규격을 쓴다. 넓적한 타이어가 아니다. 모터사이클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풋 브레이크를 덜 쓰도록 세팅된 게 아닐까 싶다.
시트도 얇게 만들면서 몸을 잘 감싸도록 디자인 됐다. 최대한 고급스러움을 주려 했다. 높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소재를 싼 걸 쓰던 기존 전기차와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요소다. 인테리어 곳곳은 단순하면서 첨단 기능을 집어넣어 전기차를 탄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내공간도 답답하지 않고 널찍하다.
새로운 형태의 차에 있어 차별화 요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BMW는 i3를 위해 모든 걸 새로 만들었고, 가진 노하우를 모두 모았다. 직접 타보기 전까진 그저 예쁜 전기차에 불과했지만, 막상 타보니 ‘JOY’라는 BMW의 슬로건이 떠오른다. 운전이 재밌고, 차에 타는 게 즐겁다. 다른 전기차와 가장 큰 차별점은 다름아닌 BMW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로스엔젤레스(미국)=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