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9회는 상처 외면의 시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실리를 챙길 수만 있다면 타인의 상처쯤 어찌 돼도 상관없는 사람들, 특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타인의 아픔 따윈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상처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동주의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
회차의 제목이 ‘선(善)의 경계’라는 것은 악(惡)이 아닐지라도, 선과 선이 아닌 영역의 경계에서 상처에 대한 외면이 이뤄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해 노골적인 선악구조를 가진 드라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매회 시대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은, 선악의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경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낭만은 판타지인가? 뻔한 감성 소환인가?
높은 시청률로 보여주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인기만큼 반대 정서의 이야기를 강하게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냥 의학 드라마에 낭만을 넣어 시야를 혼란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하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감성을 소환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이 드라마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정말 꼼꼼히 매회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보면 되는데 시간을 들여 시청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거나 디테일의 흐름이 자신의 정서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번 회는 ‘내 편인가? 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의 유무뿐만 아니라, 내 편 구분하기를 위해서도 경계가 필요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찬반의 수가 팽팽히 맞서지는 않지만, 반대 의견인 사람들이 확고함을 가지고 있고,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물론 방송이면서 예술이다. 혼자서 하는 예술이 아닌 상대가 명확한 예술이다. 불특정 다수이지만, TV나 컴퓨터, 모바일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범위가 명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드라마나 영화 모두 대다수의 정서와는 다르게 평론가들의 악평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절대 흥행할 수가 없다.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배우에게 시청자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반면에 공감능력이 뛰어난 배우는 많은 사랑을 받고 그 사랑 속에 시간을 보내며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진실은 김사부가 아닌 도원장일 수도 있다. 도원장이 선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도원장이 진리라 하더라도 이 드라마에서처럼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면 같은 경계 안에 들어올 수 없다. 드라마에 대한 평도 마찬가지다.
◇ 마음으로 쳐다보기, 몸으로 찾아가기
강동주(유연석 분)를 몰래 좋아하며 쳐다보는 우연화(서은수 분), 그런 연화를 마음에 품고 바라보는 박은탁(김민재 분), 그런 연화와 은탁을 모두 바라보는 시청자. ‘낭만닥터 김사부’의 등장인물로부터 시청자는 하나씩 더 많은 것을 차례로 알고 있다.
훔쳐보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은 짜릿한 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지금의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일이기에 너무 마음 아픈 상황이다. 훔쳐보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을 다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바라보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풋풋함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사직서를 낸 서정(서현진 분)을 찾아 직접 서울까지 가는 동주의 모습은,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돌담병원 안의 모습과 대비된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정적인 마음과 벗어난 공간에서의 동적인 움직임의 대비는, 앞으로의 스토리텔링도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