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4회는 메르스 의심 환자로 인해 격리된 응급실에 들어가 쓰러진 동주(유연석 분)와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는 서정(서현진 분)을 응급실 문 앞에서 바라보는 김사부(한석규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번 회 제목은 ‘파라고니미아시스 효과’이다. 파라고니미아시스는 자막으로 폐흡충증이라고 설명한다. ‘파라고니미아시스’에 ‘효과’가 붙은 이유가 무엇일까? 드라마 속에서는 이를 노골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파라고니미아시스 효과는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 했을 때 생긴 결과일수도 있고, 오해로 인한 영향일 수도 있고, 나비 효과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마음에 눈 뜬, 사랑에 솔직해진 계기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
‘낭만닥터 김사부’는 작은 행동이나 사건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작은 갈등은 큰 갈등의 암시나 복선으로 작용하며, 작은 갈등은 쉽게 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서정은 동주가 쓰러진 응급실에 막무가내로 그냥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서정이 응급실에 들어간 뒤 메르스 의심 환자가 확인 판정을 받으면 신회장(주현 분) 수술에 참여할 수 없는 위험성과 그에 대한 마음의 결정을 여러 번 확인한다. 인범(양세종 분)의 행동에도 개연성을 부여하고, 인범이 만든 갈등의 해결을 위한 조치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자식이 있는 응급실 격리구역으로 들어가려는 어머니의 모정과 자신이 살기 위해 격리구역을 무단으로 이탈하려는 사람의 마음이 동시에 겹쳐지게 만들어, 갈등의 상황을 다각도로 전개하면서도 시청자들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게 만든 방법은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 얼굴에서 반짝반짝 광이 나는 서현진
서정은 위험에 처한 동주 앞에서 자신도 위험을 감수하며, 그 순간만큼은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어 주고 싶었다고 결심한 마음을 보여준다. 서정과 동주의 사랑은 철없는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이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번 회에는 서정 역 서현진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광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함에 있어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을 넘어서, 진짜 진정성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유연석을 밀어내면서도 “너를 좋아해”라고 고백했을 때 서현진의 표정은 정말 사랑이 깊고 넘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드라마 ‘또 오해영’과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다른 스타일의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은 서현진이 로맨스 퀸으로 더욱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서현진은 팜 파탈 역을 맡아도 무척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회부터 유연석과 서현진, 둘만 있는 장면에서는 뒤쪽 창문에서 역광이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둘이 만나면 빛이 난다는 상징적 이미지를 주기도 하고, 장면을 더욱 판타지적으로 만드는 역할도 한다. 특히, 키스 장면에서의 역광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애타게 만드는 극적 효과를 발휘했다.
돌담병원 여운영 원장(김홍파 분)의 방에서 회의를 할 때는 창문 밖에서 빛이 환하게 비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회의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반투명막을 통한 간접조명으로 은은하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광을 사용하는 방법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독창적인 선택이다.
신회장의 수술에 대한 내적, 외적 난관, 미스터리 했던 여인 우연화(서은수 분)이 자신의 본모습으로 재등장하는 등 ‘낭만닥터 김사부’의 열혈팬들의 일주일을 흔들어 놓고 제14회는 마무리됐다. 에필로그 영상에 등장한 장기태(임원희 분)과 오명심(진경 분)은 앞으로 둘이 만들 꿀 잼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마스터’의 개봉과 함께 드라마와 영화에서 모두 진경이 뜨겁게 회자되는 한 주가 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