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5부는 신회장(주현 분)의 딸 현정(김혜은 분)의 등장한 배경을 설명한다. 일주일을 기다린 시청자들이 가졌던 궁금증과 긴장감을 잠시 해소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언제든 격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꾸준히 반복하며 강조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시대의 정의, 기다린 순서대로 수술해야 하는 것인지 힘 있는 사람부터 수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책임 회피의 길을 먼저 터놓을 것인지 어쨌든 사람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등이다.
이번 회의 제목은 ‘모난돌 증후군’이다. 당연히 김사부(한석규 분), 그리고 강동주(유연석 분)와 윤서정(서현진 분)이 모난돌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동주의 내레이션과 김사부가 도인범(양세종 분)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드라마 자체가 모난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기존 세력에 대한 모난돌인가?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모난돌인가?
“종속의 시대. 개성과 능력에 대한 존중보다 쓸모와 용도에 따라 사라들을 평준화시키고 저울질하는 세상. 매뉴얼대로 생산된 엘리트라는 집단, 그 집단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줄 아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파벌에 대한 충성심이 최고의 미덕이 되고, 신념을 가진 능력자들이 가차 없이 용도 폐기되어 버리는 그런 이상한 세상이 되었으니...”
이번 회 동주의 시대에 대한 내레이션은 이번 회에 펼쳐지는 에피소드에 대한 내용임과 동시에 지난 회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한 시대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쓸 때 간단한 줄거리 또는 개요인 시놉시스(synopsis)를 쓰고, 시놉시스를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한 트리트먼트(treatment)를 작성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런 창작의 이정표 속에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철학과 신념을 나타낸 시대에 대한 정의도 내렸던 것이다. 시대의 정의를 내리고 그 안에 스토리텔링을 담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창작 방법이겠지만, 이 드라마가 시대에 대한 정의 부분을 모두 빼도 충분히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을 볼 때, 스토리텔링 안에 시대에 대한 정의를 녹여낸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더욱 대단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기다리는 순서대로 수술하겠다고 하는 김사부와 힘 있는 사람부터 수술하려는 세력의 이야기는 이번 회에도 반복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앞에서 김사부가 했던 행동을 뒤에서 동주의 행동으로 다시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기다리는 순서대로 수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동주가 먼저 한 것이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간상 김사부가 먼저였겠지만, 시청자에게 전달된 시간은 동주가 먼저이다.
김사부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한다. 자신도 한때 권력을 쫓았던 시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김사부는 인범에게 모난돌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히면서 “모가 났다는 것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거니까”라고 말한다.
모난돌은 세상과 부딪히며 자기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 자기의 모양새의 만든다는 김사부의 메시지는 제작진이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로 생각된다. 스토리텔링을 위주로도 충분히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데, 시대의 정의를 넣는 제작진의 철학과 신념을 추측할 수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만든 자기의 모양새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드라마 안에 자기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하게 스토리텔링을 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것에 대해, 일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교훈이 주는 여운은 길게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낭만닥터 김사부’ 리뷰를 쓰면서 느껴지는 재미있는 점은 동주, 서정보다 유연석, 서현진이 더 빨리 와 닿는데, 한석규보다 김사부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다. 한석규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신인이 아닌 특A급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겨진다는 것은, 드라마 제목에 포함된 이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김사부가 가진 상징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 유연석 앞에서 떨리는 마음
제15회는 유연석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달달하게 표현했다. 유연석의 입술을 보고 설레는 서현진, 유연석의 작은 칭찬에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서은수(우연화 역)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쨌든 밝아진 우연수를 보고 미소를 짓는 김민재(박은탁 역)의 마음은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미묘한 감정의 표현은 이 드라마가 감정선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 회부터 지속적으로 ‘낭만닥터 김사부’를 시청한 열혈팬들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은, 드라마에 푹 빠지게 만든다.
자신이 준 목걸이를 하고 왔는지 아닌지 물어보며 질투하며 자신은 강 포커페이스라고 말하는 유연석, 절대 자신은 티 내지 않는다고 말하는 서현진, 두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을 다 알고 있는 시청자, 이 셋이 만드는 감정의 삼각관계는 이 드라마를 보는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다.
숨기되 너무 완벽하게 숨기지 않고 시청자들이 알아챌 정도로만 숨기는 공식을 철저히 따라가고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은 무척 돋보인다. 이번 주에 ‘낭만닥터 김사부’가 한 회만 방송되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정의하며 급박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미묘한 감정과 시작하는 사랑의 달달함을 놓치지 않는 점은 흥미롭다.
서현진의 표정 연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생생해진다. 사랑한다는 말은 유연석이 하는데 얼굴에 사랑이 흘러넘치는 서현진은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몸은 오그라드는데 그 떨림 속에 퍼져 나오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동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듯 들키듯 표현하는 서현진의 표정 연기는, 앞으로 그녀가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우리 앞에 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