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3회는 needs의 시대를 내레이션과 함께 자막으로까지 언급하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의 결정보다 타인의 요구가 우선시되는 시대.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세상이 원하는 규격에 맞춰 살아가도록 강요되는 시대.
그렇지만, 드라마는 자기 자신의 결정을 위해 노력하는 서정(서현진 분)의 모습에 관심을 가진다. 서정의 노력 또한 외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더라도 서정은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상대방을 대한다. 요구의 시작점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요구의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낭만닥터 김사부’는 보여주고 있다.
◇ 노력하는 서정, 요구의 결정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회장(주현 분) 수술 스태프로 들어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정이 준비하는 모습을 드라마는 보여준다. 특히,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정은 이론적인 공부도 하고, 실험 모형을 구입해 시뮬레이션을 실습한다. 눈에 띄는 점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동주(유연석 분)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큰 뜻을 품고 노력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칠 수 있는데, 후배 동주에게 겸허하게 배우는 서정의 모습을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김사부(한석규 분)가 수술의 퍼스트를 발표하는 순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줬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과 이완을 줄 때, 기존에 익숙한 방법을 응용해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시청자들은 빠르게 몰입할 수 있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자신도 모르게 준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치의로 여의사가 선정된 것을 거부하는 신회장과 서정의 기싸움도 노력의 일환이다. 여의사에게 진료받지 않겠다는 신회장의 요구에 대해, 김사부가 해결해 줄 것을 바라지 않고 서정은 직접 해결한다.
서정은 앞서 시뮬레이션 연습은 동주의 도움을 받았고, 김사부의 도움 없이 직접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서정의 이런 선택은 무척 돋보인다. 만약 동주의 도움은 거절하고, 김사부가 해결해주길 바랐다면 시청자들은 서정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만약 둘 다 도움을 받았거나, 둘 다 도움을 거절했다면 어땠을까? 서정의 선택은 우리에게 무척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노골적으로 전달하는 큰 교훈 이외에도 수많은 작은 교훈을 담고 있다. 이런 부분을 보여주기는 하되 부연 설명하지 않는 것 또한 수준 높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임원희는 왜 만화적 캐릭터일까?
돌담병원 행정실장 장기태 역의 임원희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대표적으로 만화적 캐릭터를 가졌다. 의학 드라마이고 시대를 언급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진지하다.
진지함은 몰입에 도움을 주지만, 진지함의 시간이 지속되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완급조절은 사건으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완급조절을 담당하는 캐릭터의 투입으로 더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임원희는 그냥 코믹한 연기를 하지 않는다.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아니 더 진지하다. 임원희는 진지한 채로 재미있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과도하게 진지해져 오히려 긴장감을 해소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임원희만큼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에서 만화적 캐릭터를 연상하는 인물은 외과 과장 송현철 역의 장혁진과 서정의 선배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인수 역의 윤나무이다. 출연하는 시간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윤나무가 서현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추후에 별도로 다뤄볼 예정이다.
◇ 다른 종류의 질병과 사고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만든다
‘낭만닥터 김사부’ 제13회는 사우디 출장을 다녀온 사람의 가족이 메르스 의심 환자로 격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매뉴얼에 따라 응급실을 폐쇄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드라마를 통한 실전 교육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드라마에는 응급실과 지방 병원의 특성상 다양한 질병과 사고를 다룬다. 매번 다른 긴장감을 주면서 어떻게 조치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이 알게 만든다. 드라마를 통한 이런 간접 경험은 웬만한 교육 이상의 교육적 효과가 있다.
메르스 의심 환자 신고에 대해 안이한 대처를 하는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중앙 컨트롤 타워가 이래도 되냐고, 김사부는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드라마 속에서 대신 전한다. 드라마 속 상황을 보며 시청자들이 불만에 쌓일 때 적절하게 해소하며, 드라마는 시청자와 같은 팀이 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사건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심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인다. 제3자가 아닌 몰입돼 감정이입한 상태로 시청할 수 있기에 공감도가 무척 올라간다. 이 드라마의 극본과 연출, 기획이 얼마나 똑똑하게 이뤄졌는지 감탄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