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식, 박수진 연출, 강은경 극본의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짝수 회차는 화요일에 방송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주 한 회의 결방으로 인해 짝수 회차인 제16회가 월요일에 방송됐다.
2회의 결방이 아닌 1회의 결방은 요일의 변경을 가져오기 때문에 다음 회를 기다리는 정서의 변화를 가져온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1주일을 기다려야 했을 것인데 하루 만에 다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회 제목은 ‘위험부담’이다. 위험부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다음 방송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행복한 일이겠지만, 제작진이 세팅한 감정선의 완급에 변화가 생긴 것도 일종의 위험부담일 수 있다.
◇ 캐릭터의 변화, 큰 수술을 앞둔 조심스러운 변화
‘낭만닥터 김사부’는 캐릭터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위험부담을 다루며 예민해졌는데, 캐릭터들은 오히려 약간 차분해지고 온화해졌다. 완급조절로 볼 수도 있지만, 큰일을 앞두고 침착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신회장(주현 분)은 돈만 밝히는 욕심쟁이 할아버지에서 인간적인 향기가 나는 할아버지로 변화했다. 무조건 자신의 뜻대로 억누르지 않고 김사부(한석규 분)의 의견을 경청하며, 고맙다는 표현도 하고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한다. 신회장의 변화는 죽음을 무릅쓴 수술을 선택한 환자의 겸손해짐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명심(진경 분)은 똑 부러진 캐릭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만화적 귀여움을 가진 재미있는 캐릭터의 모습도 보여준다. 자신을 폄하한 도원장(최진호 분)에게 흥분하다가도, 김사부의 칭찬에 바로 마음이 풀린다. 명심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이 풍기는 인간적인 면을 점점 더 보여주고 있다.
김사부의 작은 변신도 흥미롭다. 냉철하게 판단하기에 존경스럽지만 무섭기도 한 캐릭터였는데, 자신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진 윤서정(서현진 분)을 보며 좋아하기도 하고, 자신의 앞에서 다른 의견을 내는 강동주(유연석 분)의 농담을 웃음으로 받아치기도 한다.
미친 고래였던 서정은 동주 앞에서 온화해지는데 사랑의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니 당연하게 여겨지고, 우연화(서은수 분)는 미스터리 했던 모습을 벗으면서 캐릭터가 달라진 것이니 개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각 인물의 특징을 살리고 캐릭터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과장하거나 생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신회장, 명심, 김사부의 작은 변신은, 변신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성격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 명 모두 평범한 인간적 매력이 새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처음에 인간적인 매력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캐릭터가 분화됐으면 시청자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확연히 달랐던 캐릭터에 공통적인 인간미를 부여해 전체적 톤을 조율했기에 시청하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질 수 있다.
◇ 수술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김사부, 불가능에 대한 도전 그리고 위험부담
제16회에서 김사부는 불가능하게 보일 수 있는 신회장의 수술을 결심한다. 그 도전에는 위험부담이 따르는데, 수술이 잘 될지에 대한 위험부담과 함께 도원장과 거대병원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브 써저리(Live Surgery; 수술 시연)를 하는 위험부담을 감내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의학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수술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특히 수술 장면 같은 경우 드라마 속 거대병원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라이브 써저리를 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줌과 동시에, 드라마 밖 전국의 실제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시청이라는 방법으로 라이브 써저리 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종방까지 4회 또는 5회가 남았다. 의학드라마는 내용의 확장이 용이한 장르이기 때문에, ‘낭만닥터 김사부’가 종방 후에도 두 번째 시즌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흥행한 드라마를 시즌제로 확장해 만든다는 것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신규 드라마도 흥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부담을 갖는데, 성공한 드라마의 다음 시즌은 이전 드라마의 성공까지 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김사부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신회장 수술을 결정한 것처럼, ‘낭만닥터 김사부’가 두 번째 시즌을 추진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