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7회는 신회장(주현 분)의 수술을 6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김사부(한석규 분)팀이 실력으로 승부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보여준다. 큰 갈등의 해소 뒤, 작은 갈등을 남겨둬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사랑의 달달함으로 완급을 조절하기도 한다.
제17회 제목은 ‘moment of truth’이다. 진실의 순간에 진실에 충실할 수 있는지, 진실을 마주했을 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에 대해 ‘낭만닥터 김사부’는 꾸준히 질문을 던진다.
◇ 실력으로 승부한다, 또 하나의 기적
이번 회는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수술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실력은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협업을 통한 팀의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전 회부터 강조해 왔는데, 동주(유연석 분)과 인범(양세종 분)의 협업은 인상적이다.
자칫 수렁으로 빠질 수 있었던 인범을 구출하게 만든 이유 또한 협업으로, 같이 돕는다는 것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선악의 대립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악이 절대악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논리성을 가진 이기적인 악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 큰 갈등의 해소 뒤, 작은 갈등을 남겨둔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갈등을 키우고 해소하는 방법은 흥미롭다. 큰 갈등을 진전시키기 위해 작은 갈등을 먼저 해소시키고, 큰 갈등 사이에 외부 변수를 넣어 큰 갈등을 증폭시킨다.
큰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일 때, 작은 갈등을 발생시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긴장감이 피로감이 되지 않도록 이완하기도 한다. 창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갈등에 관한 일련의 방법을 좋은 사례로 익혀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회장 수술이라는 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동주와 인범 사이의 작은 알력을 없애고 서로 돕게 만든다. 서로 도운 행동에 개연성과 몰입감을 주기 위해 천공으로 실려 온 응급환자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외적 변수를 투입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6시간 안에 수술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 신회장의 수술을 6시간 2분 만에 끝냈을 때 갈등이 모두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큰 갈등 해소 뒤 작은 갈등을 남겨둔다. 인범과 연화(서은수 분), 도원장(최진호 분)과 김사부는 이전보다는 크지 않지만 충분히 비중 있는 혹은 확장될 수 있는 갈등을 만든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갈등이 연속됐더라도 피로감을 주지 않기 위해 동주와 서정(서현진 분)의 달달한 어깨 스킨십과 연화를 위한 은탁(김민재 분)의 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마음과 위해주는 마음은 큰 사건이 있는 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 진실을 마주할 용기, 진실을 세상에 전할 용기
“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라고 김사부는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무언가 큰 것을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진실이 무엇인지도 궁금하지만, 왜 김사부는 진실을 바로 말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이번 회차에서 정답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힌트를 줬는데, 힌트는 궁금증을 해소하기보다는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
“팩트가 난무하는 시대. 힘 있는 이들의 말이 팩트가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의 말은 유언비어가 되는 세상. 사실을 사실 답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주장, 거짓말들이 이것이 팩트라며 서로 우기는 그런 세상. 진실은 언제나 팩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러나 모든 팩트가 다 올바른 것은 아니었으니...”
이번 회는 시대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시작할 때 알려주던 시대에 대한 정의를 마지막에 알려준 것은, 이 정의가 이번 회차보다는 다음 회차에 더 많이 해당되는 내용이라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대에 대한 정의를 예고편으로 사용한 것인데, 다음 방송에서 어떤 팩트가 드러날지 더욱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