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9회에서 도원장(최진호 분)은 신회장(주현 분)의 성공적인 인공 심장 수술을 김사부(한석규 분)의 돌담병원이 아닌 거대병원에서 했다는 거짓 보도 자료를 뿌리고, 인공 심장 수술 스태프들을 본원으로 데려오려는 계획을 세운다.
미스터리한 궁금증을 가졌던 김사부는 회를 거듭하며 거의 본 모습을 보여줬는데, 시청자들이 아직 궁금하게 여겼던 점은 바로 설명하고 해명하면 됐을 일에 대해 왜 김사부는 가만히 있으면서 큰 불이익을 감수하는지였다. 마지막 남은 궁금증에 대한 김사부의 적극적인 해소 시도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거대한 결말로 이어지고 있다.
◇ 누구나 자신이 제일 위중하고 급하다고 생각한다
응급실에서의 진료 순서가 먼저 온 순서인지 응급한 순서인지에 대해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전부터 시청자들에게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지고 공유와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회는 그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적인 갈등을 더 키웠다.
동주(유연석 분)는 자신이 어렸을 때 병원을 찾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수술을 뒤로 미뤄 아버지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 김사부에게 울분에 찬 상태로 질문을 한다. 김사부의 대답을 듣고 나서도, 동주는 머리로 알아듣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돌담병원을 찾은 다른 환자는 현재 의사인 동주에게 비슷한 상황에 대해 크게 항의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무척 급하고 억울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입장만 이기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보여준다.
의사로서의 동주와 환자의 가족으로서의 동주는 서로 이율배반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원망과 욕도 먹는 직업이라고 김사부는 동주에게 말하는데, 시청자들은 각자의 생각과 상황에 따라 이런 면을 달리 받아들일 수도 있다.
◇ 부용주라는 이름 내려 놓기
간단하게 설명하면 쉽게 끝날 것 같은 일을 김사부가 바로 해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누명을 뒤집어쓰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낭만닥터 김사부’와 김사부가 시청자들에게 바로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와 관련이 있었다.
김사부는 14년 전에 변명하지 않는 것은 잘 몰랐고, 비겁했고, 그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김사부의 첫 번째 내려놓기는 부용주라는 이름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밝힌다.
드라마가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나서 김사부의 이름이 부용주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김사부가 스스로 알려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비밀을 폭로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사부가 부용주라는 것을 숨기거나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제19회는 그것이 김사부의 첫 번째 내려놓기라는 것을 알려줬다. 사건과 행동의 대반전이 일어나기 전에 내면 깊숙한 곳에서의 심리와 정서에 대한 반전이 먼저 일어난 것이다. 이 반전은 최종 반전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부여한다.
◇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
‘낭만닥터 김사부’ 제19회에서는 김사부는 서정(서현진)이 중요한 수술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자신이 수술 보조를 맡고, 수술이 끝난 후 쓱 지나가는 말이 아닌 멈춰 서서 칭찬하는 말로 서정의 노고를 인정했다.
또한, 동주가 강하게 어필하는 것에 대해 진압하기보다는 차분히 들어준 후 대답을 회피하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동주와 서정에 대한 김사부의 태도 변화는 약간씩 감지돼 왔지만 이번 회에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14년 전에 못 했던 것을 하기 위해 신회장의 수술에 참여했던 스태프와 함께 거대병원으로 향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것은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이다.
김사부는 첫 번째 내려놓기의 주제와 이유에 대해 드디어 밝히면서, 두 번째 내려놓기를 바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던 김사부가 이제는 무척 친근한 인물로 느껴지는데, 마지막에 어떤 멋진 행동을 보여줄지, 그러면서 우리 마음에 쌓인 답답한 마음도 어떻게 풀어줄지 다음 회의 종방이 기대되면서도, 종방이 다가왔다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종방 후에 번외편이 한 번 방송될 예정인데, 종방과 번외편을 거치면서도 시청자들이 ‘낭만닥터 김사부’를 바로 내려놓지는 못할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표방했던 시대에 대한 정의를, 드라마 속이 아닌 현실에서 우리가 이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