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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도깨비’(8) 지금까지의 궁금함을 전부 다 알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발행일 : 2016-12-25 01:00:06

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제8회까지 왔다. 총 16회의 드라마에서 절반이 지났는데, 절반이 지난 것이 아니라 절반이 마무리된 것 같이 느껴진다.

‘도깨비’는 마치 16회 중 제1회부터 제8회까지는 시즌1이고, 제9회부터 제16회까지는 시즌2인 것처럼, 이번 제8회 방송에서는 그간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던 거의 모든 내용을 대부분 알려줬다.

얼마나 더 강하게 몰아치기 위해 지금까지의 긴장을 다 완화시켜버린 것일까? 얼마나 더 강하게 질주하기 위해 ‘도깨비’의 긴장 해소와 완화의 시간을 만든 것일까? 분명 긴장 완화인데, 오히려 더 긴장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죽음의 위기 뒤에 찾아온 잔잔함, 다시 질주하는 죽음의 상관관계

‘도깨비’ 제7회의 마지막과 제8회의 시작에 걸쳐 공유(도깨비 김신 역)와 김고은(지은탁 역)은 짧은 시간에 차례로 죽을 수도 있었던 위기에 직면한다. 이번 회는 죽음의 강조가 눈에 띈다.

제3자의 죽음뿐만이 아닌, 주인공들이 죽음에 가까이 노출됐다는 것을 전달한다. 물론 그전에도 김고은이나 공유가 죽을 수 있는 설정이 있었지만 설마 이 상황에서 죽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젠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에서 도깨비가 무(無)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철학적이면서도 어쩌면 더 현실적인 의미이다.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말의 라임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치킨을 먹을 때 같이 먹는 치킨무를 보고 공유에게 무로 돌아가라고 이동욱은 말한다.

그냥 죽는 것이 아닌 아예 없어지는 개념인 무(無). ‘도깨비’는 저승사자인 이동욱을 통해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시청자에게 확인해줬지만, 도깨비에게는 무(無)로 돌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인간의 죽음은 다른 삶의 시작이라면, 도깨비의 죽음은 아예 존재 자체의 사라짐인 것인가? ‘도깨비’는 인간이 죽을 때 기억을 지워주는 것이 신의 배려라고 알려주는데, 도깨비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은 신의 어떤 뜻일까 궁금해진다.

치킨무를 보고 무(無)를 말한 라임에 빗대 좀 더 나간다면, 어쩌면 공유는 예전에 무관(武官)이었기 때문에, 무로 돌아갈 때 무(無)가 아닌 무(武)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눈 맞추치기 : 함께 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vs.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인 이동욱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춘다. 제8회에서 바닥에 쓰러져 누워있는 공유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김고은은 공유를 바라보며 바닥에 옆으로 눕는다. 눈 감은 공유를 바라보는 김고은의 표정은 풋풋하다.

‘도깨비’에서 눈을 맞춘다는 것은 극도로 상반된 정서에 둘 다 적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누군가는 함께 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눈을 맞춘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둘 중 어떤 경우라도 눈 마주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이전 회에서도 저승사자와 눈이 마주치면 위험하다고 김고은이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도깨비’에서 등장인물들의 눈에 초점을 맞추면 회차가 진행될수록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한 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모두 해당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를 보면서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해 본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울만한 분위기가 됐을 때 같이 울 수도 있지만, 갑자기 흘리는 눈물에 시청자의 눈에도 갑자기 눈물이 흐를 수 있다.

공유와 김고은이 입맞춤을 할 때 달달한 배경음악이 나오다가 검을 빼는 상황에서 음산한 음악으로 변화하면서 분위기를 급반전했고, 유인나(써니 역)가 혼술 하는 장면에서는 서정적 음악이 나온다. ‘도깨비’에서 매 장면 아름다운 미장센을 극대화하는 것은 배경음악이다.

시청자의 눈에 갑자기 눈물을 흐르게 만들 때도 배경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가진 배경음악이라는 이름처럼, 시청자들이 크게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큰 영향을 받게 만든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총 16회 드라마에서 제8회까지의 중간 마무리, 시즌 2를 맞이하는 것 같은 후반부의 기대감

‘도깨비’는 제7회를 거쳐 제8회로 연결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점점 더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 과거는 회상이 주를 이뤘으나, 갈수록 과거는 현재와 연결된다.

‘도깨비’에서 과거는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로 나눌 수 있다. 몇백 년 전 공유의 먼 과거에 대한 회상이 지금까지 많이 반복됐다면, 공유와 김고은이 만난 같이 한 시간의 기억과 추억도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갖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간이 주는 판타지, 연애의 기억에서 모두 시간이 중요하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해서 이번 회에는 거의 다 노출했다는 면은 무척 놀랍다. 공유는 그림의 여인(김소현 분)이 자신의 동생이라고 이동욱과 육성재(유덕화 역)에게 말하고, 유인나는 이동욱에게 자신의 본명이 김선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종방에 가까울 때 명확히 드러낼 것 같은 단서들이 이번 회 방송에서 거의 다 베일을 벗었다. 드라마의 전반부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의 의문과 추측에 대한 답을 거의 다 알려줬다. 후반부가 아닌, 전반부 마무리에 알려줬다는 것은, 후반부가 어떤 톤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궁금함을 갖게 만든다. 이엘(삼신할매 역)의 활약도 기대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공유가 망가뜨린 차 30대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막는 방법에서 거대 자본이 광고 철회를 빌미로 어떻게 언론을 좌지우지하는지 단면을 보여준다. ‘도깨비’는 판타지 멜로이면서 가끔씩 아주 잠깐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어쩌면 이러한 메시지는 제작진의 소심한 복수 또는 항변일 수도 있다.

이제 ‘도깨비’ 게시판에는 그간의 실마리를 근거로 추측했던 것들을 확인하면서, 앞으로는 후반부의 새로운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를 추측하는데 더욱 주력할 수도 있다.

‘도깨비’가 절반을 지나면서 많이 오픈했다는 것은, 시작도 안 한 더 큰 컷이 아직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시청자들은 단서를 근거로 한 작음 궁금함을 가지고 다음 회를 기다려왔었다면, 이번 주는 큰 궁금함을 가지고 일주일을 지내야 한다. ‘도깨비’ 제8회의 여운을 즐기기보다. 제9회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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