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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도깨비’(9) 누가 나를 애타게 찾는다면? 누군가 나를 사랑으로 부른다면?

발행일 : 2016-12-31 01:15:38

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9회는 16회의 전반부를 마무리한 제8회에서 예측한 대로, 새로운 전개로 속도감 있는 진행을 선보였다. 사건의 속도감뿐만 아니라 감정의 속도감도 빠르게 펼쳐져 후반부에 들어선 드라마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도깨비’는 본방 전에 바로 전회를 재방한다. 전회를 못 본 시청자가 진도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지만, 본방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열혈 시청자들에게 반복을 통해 이전의 감정선을 연결한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1주일 혹은 하루의 공백을 메워 본방 시작부터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이런 몰입감은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사람들은 더욱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본방 사수의 즐거움도 주지만, 몰아서 볼 때 시청자의 감정선을 끊지 않고 감정이입하게 만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몰아서 시청할 때에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드라마는 종방 후에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 첫사랑을 만났다.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

‘도깨비’에서 공유(도깨비 김신 역)와 김고은(지은탁 역)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고, 운명을 숙제처럼 받아들인 그들이 이제 진짜 첫사랑에 빠졌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첫눈에 운명을 만나는 이야기가 예전의 드라마에서는 사랑의 판타지로 여겨졌지만,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의 시대가 대세가 된 지금,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드라마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

구백 살이 넘는 도깨비와 어린 인간 여인의 사랑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도깨비’에서 공유와 김고은의 첫사랑이 개연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차츰 알아가며 마음을 연, 설레는 마음을 간직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공유의 말이 작별 인사라는 것을 김고은은 뒤늦게 깨닫는데, 어쩌면 이 대사가 가진 깊숙한 사랑의 울림이 주는 깊이를 시청자들은 반복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을 수도 있다.

도깨비에서 죽음이 멀어지도록 원하는 기타 누락자와 같은 편이라는 이동욱(저승사자 역)은 도깨비가 죽지 않기를 바라며 진짜 우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이동욱이 말한 현재의 우정은 어쩌면 과거에서의 악연을 풀거나 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도 있다.

운명을 개척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어도 실제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개념인데, 간절함에 빗대 설명하니 와 닿는다. 이번 회는 ‘간절함’이라는 화두가 강조됐는데, ‘도깨비’의 후반부는 생존이 아닌 간절함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노래 가사는, 헤어짐을 포장한 변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도깨비’의 김고은과 공유를 보며 노래 가사는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누구나 태어났을 때는 순수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고, 순수한 사랑 또한 갖고 태어났을 것인데, 이기적인 사랑이 난무한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판타지가 되는 현실을 ‘도깨비’는 반영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상대를 살리고 싶은 마음과 서로 같이 있고 싶은 마음, 두 가지 간절한 마음은 어떤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오랜만인데”라고 육성재에게 인사한 이엘

공유와의 대화 이후 이엘(삼신할매 역)은 “오랜만인데 술 한 잔 할래요?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나서”라며 우연히 만난 육성재(유덕화 역)에게 말을 건다. 같이 술 마신 장면을 나오지 않고, 그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드러내지 않았다. 어떤 결과의 복선 또는 암시일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육성재는 이엘이 존댓말을 한다는 것과 지은탁을 찾기 위해 나비로 변신했다. 갑자기 들어간 시퀀스는 시간을 끌지 않고 다음 시퀀스로 넘어갔는데, 이전 회차에 신이 나비의 모습을 한다고 말했던 공유의 대사가 떠오른다. 육성재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에서 육성재와 이엘은 아직 히든카드로 남아 있다. 그런데, 둘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육성재는 그가 맡은 캐릭터의 정체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이엘은 캐릭터가 오픈된 상태에서 어떤 역할을 결정적으로 할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도깨비’의 후반부에서의 육성재의 정체와 이엘의 역할이 궁금해지는데, 전반부에는 바다만 보여주다가 스키장과 눈, 산 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간접광고, 가상광고의 영향으로 공간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16회 중 절반이 지난 후에 공간의 이동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공유와 김고은의 사랑은 바다와 평지였는데, 이제 눈 내리는 산이 떠오른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이제 등장인물들이 아는 것과 시청자가 아는 것이 같아졌다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 김고은만 모르는 것이 이제 없어졌다. ‘도깨비’는 제9회를 통해 시청자와 등장인물을 다시 동일 선상에 세우고 시작했다. 호기심을 넘어서는 감정의 괴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면서, 새로운 질주를 같이 하자는 제작진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공유와 첫 대면한 유인나는 공유에게 “거기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두 사람의 관계를 바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바로 알려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음 회로 넘기지도 않았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는 큰 갈등은 그대로 두고 작은 갈등은 회를 넘기지 않고 해소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과도한 호기심 유발은 무관심으로 변한다는 현대 대중의 마음을 잘 아는 제작진의 똑똑한 선택이다. 흥행하는 드라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확실한 힌트를 준 내용은 분명하게 확인하고 넘어간다. 어설픈 반전을 꾀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이 의심하지 않고 믿게 만든다. ‘도깨비’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좋은 교본이라고 생각된다. 본방을 사수하면서 느낀 감동은 리뷰를 쓰면서 점점 놀라움으로 변해간다.

연말 특집방송으로 방송편성표가 변하는 가운데, ‘도깨비’ 제10회가 예정된 시간에 방송된다는 것은 ‘도깨비’의 시청자들이 2016년에 마지막으로 받는 선물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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