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는 과거 인물과 현재 인물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과 함께 도깨비가 신인지, 신이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많은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종교적인 개념을 적용하면 각자의 신앙과 신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고, 드라마 속 설정이 맞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야 할 수도 있다. 도깨비가 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가능하면 ‘도깨비’의 내용만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 최고 위치에 있는 절대신 ‘신’
드라마 ‘도깨비’에는 신의 개념이 혼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을 포함해 도깨비, 저승사자, 삼신할매 등이 모두 ‘신’으로 지칭하는 최고 위치에 있는 절대신이 있다. 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동욱(저승사자 역)에게 공유(도깨비 역)는, 신을 본 적이 있고 그때 신의 모습은 나비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신이 나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한낱 미물도 하찮게 여기지 말라는 신의 뜻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신이 구체적으로 인간사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9회에서는 어느 곳에 김고은(지은탁 역)이 있든 바로 찾던 공유가, 김고은을 찾지 못해 애타는 장면이 있다. 왜 갑자기 공유는 김고은을 찾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이때 육성재(유덕화 역)는 김고은을 본인이 찾겠다고 했고, 스키장으로 찾아가는 나비의 모습과 함께 김고은을 스키장에 있다는 것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이유로 육성재가 절대신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 삼신할매, 월하노인
삼신할매는 아이를 점지해 주며, 산모 및 태어난 아이의 출산과 건강을 관장하는 신이다. 월하노인은 중국 고대 전설에서 혼인을 관장하는 신이다. 월하노인과 삼신할매는 결혼과 출산, 건강 등 가족의 형성에 관계된 신이다.
‘도깨비’에서 삼신할매와 월하노인은 절대신을 모시며 특정 역할을 하는 신이다. 이엘(삼신할매 역)에게 공유는 존댓말을 하며 자신보다 위에 있는 신으로 대우하고, 이엘은 공유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의 뜻이 아닌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
서점에서 공유와 만난 후 화가 난 이엘이 우연히 만난 육성재에게 존댓말을 하며 술 마시러 가는 장면을 보고, 육성재가 월하노인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이엘은 존댓말을 했지만 극존칭을 사용하지는 않았고, 육성재는 반말에 가깝게 응대했다.
공유와 이동욱에게 삼촌, 끝방 삼촌이라고 말하며 존댓말보다는 반말에 가까운 어투를 사용하는 것은, ‘도깨비’ 초반에는 육성재의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육성재가 공유와 이동욱보다 더 높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추정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육성재가 절대신이라면 시청자들이 받을 혼동과 마음의 상처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는데, 월하노인이라면 포용력이 많은 어르신이라고 시청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월하노인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육성재가 절대신과 월하노인이 모두 아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육성재가 현재의 모습 이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과거에 김민재(왕여 역)와 공유를 갈라놓았던 김병철(박중헌 역)일수도 있다.
정말 놀랄만한 반전이 펼쳐진다면 육성재가 단지 현재의 인물로 판명될 수도 있다. 절대신과 월하노인으로 추정할만한 단서들을 뿌려놓고, 개성 있는 현재의 캐릭터로만 한정한다면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일 수 있다.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고 반전을 만들지 않은 이중 반전.
◇ 도깨비, 저승사자
공유와 이동욱은 전생에 인간이었다. 현재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신인지, 신의 역할을 대행하는 중간자인지 애매할 수 있다. 필자에게 한 시청자는 ‘도깨비’에서 도깨비가 신인지 아닌지에 대해 동생과 하루 종일 설전 중이라며 문의하는 메일을 보냈다.
‘도깨비’에서 도깨비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한다고 볼 수 있다. 김고은에게 공유와 이동욱은 자신들의 일은 신들의 업무라는 것을 반복해 말한다. 그러면서, 절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들은 신이 아닌 듯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고 신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드라마 이전에 도깨비는 민간신앙에서 믿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 중의 하나이지만, 신이라고 하기보다는 잡된 귀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도깨비’는 도깨비를 신 또는 신에 가까운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도깨비’에서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신이긴 한데, 영구불멸의 신이 아닌 일정 기간의 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도깨비의 검이 뽑혀 무(無)로 돌아가는지가 현재 무척 중요한데, 무(無)로 돌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신이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종교적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신의 존재와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방송을 즐겁게 보는 방법 중 하나로 설전을 펼칠 수는 있겠지만,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종방으로 다가가며 과거 인물과 현재 인물의 매치가 확정될 때, 어쩌면 그 연관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즐겁게 복기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따라가 보는 것은 물론 좋다. 그리고 마지막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빈자리와 어긋남을 드라마적 환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은, 그간 시청하며 행복했던 시간의 여운까지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