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스페셜이 비서 역으로 출연한 조우진의 코멘터리(commentary)로 진행됐다. 코멘터리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장면이나 행위에 대해 해설 또는 부연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뜻한다.
코멘터리는 감독이나 작가 등 제작진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깨비’에서 조우진은 주연은 아니기 때문에 등장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드라마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종방 후가 아닌 본방 기간 중 스페셜 방송이므로, 조우진의 코멘터리는 드라마 속 인물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해주는, 드라마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줬다.
◇ ‘도깨비’는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
조우진의 표현처럼 시청률, 화제성, 음원차트 올킬까지 ‘도깨비’는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신과 인간에 대한 고찰 등 진지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도깨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도깨비’는 사랑 이야기이다.
과거를 차지하고 드라마 속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도깨비’ 방송 초기에는 공유(도깨비 역), 김고은(지은탁 역), 이동욱(저승사자 역)은 연애를 해 본 적도 없는 숙맥이었고, 유인나(써니 역)은 연애에 있어서는 어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 비약적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방법이 성장한, 공유와 김고은
그런데, ‘도깨비’의 회차가 거듭되면서 공유는 연애의 고수로 비약적인 진도를 나갔고 심쿵 공유를 넘어서 심멎 공유의 경지에 이르렀다. 드라마 속에서 공유가 여심을 자극하는 정도는, 현실의 시청자들의 여심을 자극하는 정도와 진도가 이젠 같아졌다.
김고은의 경우 남자와의 연애, 사랑뿐만 아니라 자라나면서도 사랑보다는 구박을 받아온 캐릭터였는데, 어느새 연애와 사랑을 잘 알고 잘 하는 인물로 드라마 속에서 성장했다.
‘도깨비’에서 김고은은 순수하고 감정에 솔직하다. 그런데 제13회를 거쳐 스페셜 방송까지 성장한 김고은을 보면 남심을 흔드는 선수의 매력을 발휘한다. 의외로 밀당을 잘하고 남자에게 져주는 아량도 보인다. 주저하는 공유 앞에서 먼저 키스를 하고, 감정 표현도 정확하고 솔직하다.
공유에게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공유와 같이 있을 때는 공유에게 충실하고, 보고 싶었다는 표현도 충분히 한다. 만약, 김고은의 지은탁이 일주일만 옆에 붙어있다면 처음에 마음이 없었던 사람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유가 마음을 빼앗긴 이유를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다.
◇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고지순한 순애보, 이동욱
이동욱은 드라마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이다. 전생의 죄로 저승사자가 됐다는 것이 잘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사랑 앞에서 순진한 인물이다.
이동욱의 전생인 김민재(왕여 역)을 유인나의 전생인 김소현(왕비 역)이 사랑하는 모습이 드라마 초반에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왜 저런 왕을 사랑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현생에서 보여주는 이동욱의 순애보는 전생의 김소현이 충분히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하게 만든다.
◇ 이동욱을 능가하는 반전의 순애보, 유인나
사랑에 쿨하고 선수적인 매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도 있었던 유인나가 오히려 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작은 반전이다. 순애보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이는 캐릭터였기에, 유인나의 순애보는 더욱 반짝인다.
유인나가 처음부터 순애보를 연상하는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유인나의 순애보는 매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말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받는 것으로만 생각됐을 수도 있다. 지나고 보니 제작진이 얼마나 멋지게 스토리텔링과 유인나의 캐릭터를 연결했는지 알게 됐다.
전생의 인연과 깊게 연결하지 않고 현생의 현재를 위주로 보면, 공유와 김고은은 연애를 무척 잘하는 알콩달콩한 커플이고, 이동욱과 유인나는 외모와는 달리 둘 다 순애보를 간직한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하는 커플이다.
‘도깨비’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누가 먼저 사랑을 시작했는지에 상관없이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 아닌, 서로 비슷한 방법과 톤으로 주고받는 사랑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도깨비’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로 사랑도 시공간을 넘어 이어지면서 판타지적으로 흐를 것 같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척 현실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시청자들이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감정이입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사랑에 대한 설정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