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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도깨비’(14) 공유를 소환할 답을 찾은 김고은

발행일 : 2017-01-21 17:53:57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14회는 무(無)로 돌아간 공유(도깨비 김신 역)를 김고은(지은탁 역)이 소환하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촛불을 끄면 공유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면서, 그간 드라마 속에서 말한 무(無)가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고 했던 제12회의 육성재를 통한 신의 메시지에 공유나 이동욱(저승사자 역)이 아닌 김고은이 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내가 존재조차 기억되지 못하고 잊힌다면?

‘도깨비’ 제13회에서 김고은이 소중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기록이었다. “기억해야 해”라고 되뇌며 메모를 했는데, 존재가 모두 사라지는 것에 대해 최소한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와 같은 코드이다. 이름을 잊으면 다 잊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존재조차 기억되지 못하고 잊힌다면 어떨까? ‘도깨비’는 찬란한 허무만 남는다고 답을 한다. ‘도깨비’는 기억의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 이전 방송에서 기억을 지우는 것도 신의 은총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했었다. 기억을 하기 때문에 괴로움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움, 실제로 내게 마주한 일이라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까?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라는 공유의 대사가 있다. 이동욱은 그리움이란 벌을 받는다고 말한다. ‘도깨비’는 시대를 거쳐 역사적인 원한과 마주하면서도, 결국 그리움과 사랑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남긴다. 전생의 원한으로 다른 입장의 공유와 이동욱의 현재 가장 큰 공통점은 그리움이다.

‘도깨비’는 생사를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면의 무척 민감한 부분이 스토리의 전개에 무척 중요하게 작용했다. 900년을 넘게 외로움을 몰랐던 공유가 김고은을 알게 되고 헤어진 9년 동안 너무 외로웠다는 것은, 김고은을 향한 공유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는 판타지를 만든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번엔 왜 웃어요?”라는 김고은의 질문에 “몹시 좋아서, 이런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모든 게 완벽해서”라고 답하며 미소 짓는다. 연애 숙맥이었던 공유의 주옥같은 멘트는 외우고 있어야 할 것 같이 인상적이다.

◇ 과거의 기억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은 현재의 마음이 아닌 기억일까?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인공 한 면이 기억상실에 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데, ‘도깨비’는 반대 상황을 만든다. 공유만 빼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기억이 지워졌기 때문에 지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다. 기억이 나면 다시 사랑할 수 있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안타까운 사랑으로 잊히는 것일까?

마음이 똑같다면, 매력이 똑같다면,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도 지금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전생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을 때도 이동욱을 사랑한 유인나처럼, 과거에 같이 한 기억이 없는 김고은이 현재도 공유에게 끌리는 것처럼.

‘도깨비’는 표면적으로 사랑은 기억으로 표현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기억나지 않아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려준다. 결국 사랑은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도깨비’에서 사랑을 대하는 마음 또한 판타지적으로 연결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공유를 소환할 답을 찾은 김고은

승부는 과정의 공정성을 필요로 하고, 반전은 과정의 개연성을 필요로 한다. ‘도깨비’에서 과정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방법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암시와 복선이다.

신은 질문만 하니 답은 그대들이 찾으라고 했을 때, 그 당시 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공유와 이동욱이었다. 이야기를 듣지 못 했던 김고은이 공유를 소환하는 방법으로 살려냈다. 살려냈다기보다는 인간 세계에서 무(無)의미한 존재를 유(有)의미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9년 전 김고은이 공유를 처음 소환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김고은은 자신이 공유를 소환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모른다. 김고은이 불을 끄면 공유가 소환되는 것을 대부분의 시청자는 이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고은의 소환은, 신도 버린 세계에서 공유를 불러왔다. 김고은의 그런 능력은 어디서 왔으며 왜 생겼을까? 이것은 제15회, 제16회 연속 방송에서 크고 작은 반전을 줄 수도 있다.

단순히 드라마적 환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간 도깨비는 치밀하고 촘촘한 인과관계를 보여줬고, 암시와 복선이 확실했다. 지은탁의 전생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도깨비 신부가 된 이유도 정황은 있지만 정답은 아직 없다는 점도 반전의 가능성을 남겨둔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어쩌면 열린 결말이나 번외편, 다음 시즌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기존의 기억과 기록이 모두 지워졌는데 마지막 순간 김고은이 급하게 적은 글은 남아 있는 것도 김고은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곧 있으면 ‘도깨비’ 제15회와 제16회가 연속 방송된다. 마지막까지 한 주를 900년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선물을 시청자들에게 할 수도 있었는데, 두 회의 연속 방송은 두 회를 같은 감정선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본방사수를 하면서, 재방 때처럼 연속으로 방송을 보는 기쁨을 주는 ‘도깨비’ 마지막 두 방송이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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