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스페셜의 제목은 ‘모든 날이 좋았다’이다. ‘도깨비’ 스페셜은 매 순간 매 장면 얼마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지 복습하고 감탄한 시간이었다.
스페셜 방송은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쓰여 있는데 ‘모든 장면이 좋았다’라고 읽힌다. 매 장면의 미장센, 음원차트를 올킬 한 음악과 더불어 주옥같은 멘트들도 빼놓을 수 없다.
◇ 한 편의 그림 속에 펼쳐진 시적인 대사
가슴 아픈 생의 기억을 가지고 불멸의 삶을 살게 된 공유(도깨비 역)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939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신비로운 낭만 설화에서 대사와 내레이션 또한 무척 낭만적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공유의 내레이션, 그리고 공유가 김고은(지은탁 역)에게 직접 전한 이 대사는 분리해 생각하면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같이 붙여놓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진 대사이다.
‘도깨비’의 대사를 듣다 보면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닌 소설 속 대사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실생활에서 문어체로 표현돼 어색함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전생에 김병철(박중헌 역)에게 끌려다녔지만, 제13회에서는 김병철 앞에 응징자로 나선 이동욱(저승사자 역)이 유인나(써니 역)에게 하는 대사와, 유인나가 이동욱에게 하는 대사 또한 문학적이다.
‘도깨비’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전달되는 문학적 대사는 뮤지컬신 이상의 세레나데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다. 노골적인 대사가 많은데, 시청자들이 오그라든다고 느끼지 않고 몰입해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척 흥미롭다.
◇ 도깨비 신부가 검을 뽑은 것은 아니다
‘도깨비’는 이전 회차의 장면을 그냥 반복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현재 내면을 표현하거나, 암시 또는 복선을 줬던 장면을 다시 환기해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회차의 장면이 다시 나온다.
스페셜 방송에서는 13회 동안 공유가 검을 사용하는 장면이 다수 나왔다. 제13회에서 공유의 가슴에 있던 검을 뽑은 사람은 도깨비 신부인 김고은이 아니라 공유가 스스로 뽑은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도깨비 신부의 역할이 도깨비 가슴에 있는 검을 뽑는 것이고, 검은 뽑힌 도깨비는 무(無)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김고은이 검을 뽑지는 않았다. 아직 3회의 정규 방송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반전을 줄 수 있는 근거를 제13회 마지막에 만들어 놓았다.
그 근거가 현실이 돼 공유가 무(無)로 돌아가지 않는지의 여부도 궁금하지만, 지금까지 강한 연결고리와 디테일을 보여준 ‘도깨비’가 어떤 과정으로 이런 핫한 이야기를 풀어줄지 기대가 된다.
“운명은 내가 던진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누구의 인생이든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라는 내레이션의 여운은 마지막 3회 동안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도깨비’의 시청자들은 일주일을 구백 년 같은 기다림으로 지낸다. 제14회 대신 결방 스페셜 방송에도 시청자들은 호의적이다. 일주일을 기다리면 2회의 방송이 아닌 3회의 방송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기다림의 일주일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불멸의 ‘도깨비’ 방송을 기다리게 될까? 스페셜 방송을 봤던 것처럼 재방송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도깨비’ 종방 후 후폭풍은 여운 이상의 큰 반향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