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마무리됐다. 21일 제15회와 제16회가 연속 방송되며 일주일을 구백 년으로 느끼게 만든 ‘도깨비’의 본방은 더 이상 없다.
‘도깨비’의 출연배우들은 대본을 외울 일이 없어 슬프다는 소감을 전하고, 시청자들은 찬란하게 마무리한 드라마의 빈자리를 너무 쓸쓸하게 느낄 정도로 드라마와 시청자가 하나 된 8주가 지났다.
◇ 케이블 드라마의 약점을 케이블 드라마의 장점으로 승화한 ‘도깨비’의 영화 같은 영상
자체 최고 시청률, tvN 역대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라는 양적 타이틀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촘촘히 파고든 ‘도깨비’는 이후 케이블 드라마의 희망과 가능성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도깨비’가 방송된 tvN은 CJ E&M 계열이다. CJ E&M은 드라마로는 공중파를 위협하며 성장하고 있고, 영화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도깨비’가 영화 같은 영상을 매회 보여줘 매일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을 줬다.
예전에는 영화 영상, 미니시리즈 영상, 일일드라마 영상, 시트콤 영상을 구분해 볼 줄 아는 사람은 높은 안목을 지닌 전문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는 TV와 컴퓨터 모니터, 영화관의 기술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조명, 배경음악, 카메라 워킹 등 영화 이상으로 매회 심혈을 기울인 ‘도깨비’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멋진 등장인물들의 연기력과 만나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닌, 정말 감동적인 드라마가 된 것이다.
◇ 회차에 따라 달리 편성된 방송시간
‘도깨비’의 흥행에 영향을 미친 요소 중의 하나는 방송시간이다. 공중파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의 시간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도깨비’는 매회 방송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길게 이야기해야 할 회차에는 방송시간이 늘어났다. 정해진 시간의 틀 안에 맞추려다 보면 찍은 장면을 줄이거나 일부 시퀀스는 통째로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든 편집은 제작진의 의도를 전부 전달할 수 없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뭔가 감정선상의 크고 작은 점핑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떤 드라마에서 뜬금없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면, 스토리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정해진 시간 안으로 편집하려다 보니 생긴 안타까움일 수도 있다. 영화의 경우 극장판 이후 일반적으로 더 긴 시간 상영되는 감독판이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감독판은 이미 찍은 장면을 그냥 더하면 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배경음악, 색보정 등을 새로 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장면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한 아쉬움에 수익성에 상관없이 제작된다.
‘도깨비’에서 방송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드라마 입장에서는 무척 부러운 일이다. 만약 ‘도깨비’가 공중파 드라마였으면 친절하게 설명됐던 부분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감정을 쌓기 위해 반복된 이전 장면들은 상당 부분 생략됐을 것이다. 스토리는 그대로 진행됐겠지만, 지금의 감정선의 깊이까지 시청자들이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 컴퓨터 그래픽(CG; Computer Graphic)의 자유로운 활용
‘도깨비’에서 공유(도깨비 김신 역)의 가슴에 꽂힌 검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CG는 일반 촬영 이외의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시나리오가 집필되면서 CG 시간과 강도는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늘어날 수 있다.
CG의 증가는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제작시간의 증가도 가져온다. 공중파 드라마의 경우 이런 추가 작업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결재과정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반영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도깨비’에서 처음에 계획된 것만큼 CG가 활용됐을 수도, 변경되거나 추가로 CG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공유의 가슴에 꽂힌 검이 시각적으로 부각돼야 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갔거나 생략됐으면 어떨까?
공유와 이동욱(저승사자 역)이 접시와 칼을 공중에 띄우며 장난치는 장면이 줄어들었다면 그들의 캐릭터는 진지함과 목적의식적 성향만 크게 남지 않았을까? 첫눈이 오는 장면도 줄어들었을 수 있고, 겨울에 꽃 피는 횟수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도깨비’에서 CG의 자유로운 활용은 이 드라마를 영화 같이 느끼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CG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공중파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무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도깨비’의 시청률은 점점 높아져 역대급으로 마무리됐다.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 TV로 시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PC나 모바일로 시청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체감 시청률은 훨씬 높게 생각된다. 포털 게시판의 반응 또한 그렇다. ‘도깨비’의 성공으로 케이블 드라마, 그리고 전체 드라마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