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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치킨은 날지 못한다’(감독 조수연)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10)

발행일 : 2017-02-02 12:12:24

조수연 감독의 ‘치킨은 날지 못한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감독의 해학과 장난기가 재미있게 표현된 작품으로, 즐거움을 전달하면서도 진정으로 가고 싶은 꿈의 세계를 판타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무언가 틀어지게 만든 감독의 해학과 장난기가 넘쳐나는 영화

‘치킨은 날지 못한다’는 치킨집 ‘환상의 치킨’의 광고 영상으로 시작한다. 신문지, 벽지, 악보 등을 잘라서 풀로 붙여 만드는 근대미술 기법인 콜라주(Collage)를 한 것처럼 광고 영상을 만들어 실제 장면의 영상과는 확연히 다른 톤을 만들었다.

닭 인형의 탈을 쓰고 춤을 추는 아르바이트를 한 봄(박수연 분)과 셔니(서지우 분)는 귀여운 닭의 모습으로 본의 아니게 커플남(이제연)과 같이 치킨을 먹는 커플여(이현이 분)을 놀라게 한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감독은 서지우의 치아에 립스틱이 의도적으로 번지게 만들었고, 박수연과 서지우의 얼굴은 정말 피곤하게 보이도록 했다.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을 여배우들을 영화 처음부터 망가뜨리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진지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소개팅남(원승재 분)이 계속 사용하는 사자성어와 아재 개그 또한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뜬금없이 치킨을 배달한 우크렐라남(원승재 분)의 ‘치킨송’도 재미있게 전달된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첫 만남의 첫 춤, 플라멩코가 아닌 왈츠

‘치킨은 날지 못한다’에서 ‘치킨송’과 함께 중요한 음악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이다. 이 곡은 카르멘의 팜 파탈 매력을 발휘하는 곡으로 플라멩코 춤이 함께 하는데, 화려한 동작의 스페인 플라멩코가 아닌 투박한 집시 플라멩코 춤이 같이 펼쳐지는 곡이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에서는 집시 플라멩코의 이 곡에 맞춰 봄과 소개팅남이 왈츠 스텝을 밟는다. 감독은 기존에 흔히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벗어나 짧은 시간에 인상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고 싶을 때 진정으로 원하면 갈 수 있다.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은 어색한 이 분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 물론 약간 다른 과정과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감독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고 여러 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과 질문을 영화 속에 던져놓고 있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가 주는 제목의 상징적 의미를 심도 있게 파고들 수도 있고, 그냥 액면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킨은 날지 못한다’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제목이 ‘치킨은 날 수 있을까?’였으면 관람하는 동안 더욱 호기심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치킨은 날지 못한다’를 재미있게 보고 있으면 제목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에 와서야 관객들에게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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