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길호 연출, 이수연 극본의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6화에서 황시목(조승우 분)은 자신이 생각한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의 용의자 6명의 명단을 메모하며 의심되는 사항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윤범, 차장, 서동재, 영은수, 영일재, 서장”라고 씐 메모는 일종의 예상 답안지라고 볼 수 있는데, 예상 답안지 속에 정답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의외의 답이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정답에 가까운 유의성 있는 답이 예상 답안 외에 존재할 수도 있기에 섣불리 용의자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황시목의 시야를 따라가는 것은 의미와 흥미 면에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된다.
◇ 박무성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 김가영이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
황시목은 먼저 이윤범(이경영 분)을 가장 먼저 적었고, 이어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 분), 서동재(이준혁 분), 영은수(신혜선 분), 영일재(이호재 분) 그리고 서장 김우균(최병모 분) 등 6명의 명단을 적었다.
황시목이 추정한 이 여섯 명은 영일재(이호재 분)에서 시청자들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용의자로 의심스러운 사람은 더 있지만 황시목의 시야를 그대로 따라가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박무성(엄효섭 분)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 김가영(박유나 분)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했는데, 영일재를 제외했다. 영일재는 갈등과 반복의 대상이긴 하지만,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에서 용의자라고 보기에는 동기가 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황시목이 6명에서 5명으로 용의자를 줄일 때 덜 의심스러운 사람을 제외한 것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사람을 체크하고 그 외의 사람을 제외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밀의 숲’은 어떤 특정 인물을 옹호하거나 보호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용의선상에 있다는 것을 이런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차장에게 벌을 내리고자 할 사람
황시목은 “차장에게 벌을 내리고자 할 사람”이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윤범, 서동재, 영은수의 이름에 세모 표시를 하고, 영일재의 이름에는 여러 번에 걸려 동그라미를 쳤다. 박무성, 김가영에 대한 직접적인 원한 동기는 없지만, 차장에 대한 강한 적대감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인데, ‘비밀의 숲’에서 어떤 특정 단서가 범인을 특정하는데 핵심적인 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연이어지는 황시목과 영일재의 대화를 황시목이 회상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영일재가 가졌을 수도 있는 범죄 동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비밀의 숲’에서 회상장면의 반복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이윤범이야, 다 그 놈 짓이야”라고 말한 영일재
영일재와 황시목의 대화 속에서는 이창준과 이윤범이 용의선상에서 언급됐지만, 영일재는 이윤범이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윤범이 범인이라는 확신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 황시목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시목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에 대해 “저마다 모두 찍고 싶은 이를 찍어 내리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서동재는 자신에게, 영일재는 이윤범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왜 자신은 계속 차장일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황시목의 메모와 추정을 고려하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이윤범이거나 이창준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이창준이 범인이 아니라면, 이창준과 황시목 사이에 쌓여있는 갈등의 원인과 크기가, 검사 스폰서 살인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결정적인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윤범이 범인이라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시청자들 중 일부가 강력하게 의심하는 것처럼 황시목 또한 용의자가 될 수도 있고, 이윤범의 딸이자 이창준의 아내인 이연재(윤세아 분)가 유력한 용의자일 수도 있다. 서동재와 함께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여준 용산경찰서 강력계 형사 김수찬(박진우 분) 또한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 없고, 박무성의 어머니(예수정 분)와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장성범 분) 또한 의심할 수 있다.
장성범은 하정우와 닮음 목소리로 시청자들로부터 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 드라마에서 조승우와 하정우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듯한 착각은 희한한 방법으로 주위를 환기하고 있다.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의 범인이 동일범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단독 범행이 아닌 공동 범행이었을 수도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궁금하지만, 범인을 어떤 과정을 통해 특정지을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