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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비밀의 숲’(13) 누군 죽이고 누군 그냥 살려둔 것일까?

발행일 : 2017-07-23 15:36:22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13화에서 서부지검 영은수(신혜선 분) 검사는 희생된 채로 발견됐다. 황시목(조승우 분)의 집에 괴한이 침입해 섬뜩한 경고의 행동을 했으면서도 황시목은 그냥 살려뒀다는 점과 대비된다.

누군 죽이고 누군 그냥 살려둔 것일까? 드라마 속 범인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고,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그렇게 선택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범인이 그냥 살려 둔 이유와 작가가 그냥 살려 둔 이유에 대해 별도의 시야로 보는 것도 ‘비밀의 숲’에서는 의미 있게 여겨진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드라마를 드라마 자체로 보면 되지 왜 제작진의 선택까지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비밀의 숲’은 한 번에 절대 쉽게 이해하기는 힘든 드라마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고민과 선택을 추정해보는 것은 오히려 극을 더 쉽게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 황시목이 추정한 성문일보에 제보한 사람이 가진 요건 3가지, 그 3가지 요건에 맞는 사람도 3명

‘비밀의 숲’ 제13화에서 황시목이 한여진(배두나 분)에게 설명해주며 추정한 성문일보에 제보한 사람이 가진 요건 3가지이다. 이창준(유재명 분)과 박무성(엄효섭 분)의 관계를 알고, 10여 년 전에 성문일보와 한조그룹의 관계를 알고 혼담이 오고 갔다는 것을 알고, 그때 혼담이 깨졌다는 것으로 성문일보 사장(태인호 분)에게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인 것이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황시목은 조건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 3명이라며 이윤범(이경영 분), 이창준, 이연재(윤세아 분)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만약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이런 친절함은 노골적인 스포일러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데, ‘비밀의 숲’ 제13화는 ‘비밀의 숲’답게 힌트인지 트릭인지 모를 궁금함을 선사했다.

◇ 제6화, 제9화, 제12화와 제13화, 주기적으로 시청자들과 밀당을 한 ‘비밀의 숲’

제6화에서 황시목은 ‘이윤범, 차장, 서동재, 영은수, 영일재, 서장’라고 쓴 메모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용의자를 공유했고, 제9화에서는 그간의 이야기를 ‘지난이야기’를 통해 정리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동시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특임검사실에 차출된 인물 김호섭 수사관, 최영(김소라 분) 실무관, 윤세원(이규형 분) 과장, 한여진 경위, 장건(최재웅 분) 형사, 그리고 박무성 살인사건 피의자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출신 김정본(서동원 분)이 용의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전달했었다.

제12화에서 방산비리라는 큰 그림을 보여주며 범인의 윤곽을 좁혔고, 제13화에서는 이윤범, 이창준, 이연재가 용의선상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제13화 후반부에 영일재(이호재 분)을 용의선상에 추가했다. 제6화, 제9화, 제12화와 제13화를 통해 일정 간격으로 용의자를 제시하는 것을 보면, ‘비밀의 숲’ 제작진은 스스로 세운 규칙을 준수하면서 시청자들과의 밀당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무성이 하나 뒤진 것뿐인데 팔수록 다 이 모양이니, 이건 박무성이 나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이 수준인가 싶기도 하고”

황시목 검사실에 근무하는 김호섭 수사관은 최영 실무관에게 사건을 조사한 이야기를 하며 “박무성이 하나 뒤진 것뿐인데 팔수록 다 이 모양이니, 이건 박무성이 나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이 수준인가 싶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메인 주인공이 아닌 김호섭을 통해 슬쩍 내비친 이 메시지는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전면에 내세웠을 경우 스토리텔링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김호섭을 통해 전달했다는 점은 똑똑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는 내면에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작가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초점을 흐리게 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중요한 메시지를 빠뜨리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비밀의 숲’의 결말과 마지막 메시지가 무엇일까 점점 더 궁금해진다. 현재 4%대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본방사수하는 열혈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나면 한동안 공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 중에는 출판 예정된 ‘비밀의 숲’ 대본집을 보면서 다시보기로 재시청하며 아쉬움을 메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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