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16화(최종화)는 ‘지난이야기’로 시작했다. 윤세원(이규형 분)의 행적을 위주로 펼쳐지면서, 최종화의 질주를 위한 환기의 기능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말 한마디의 위력이 드라마 속 인물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인상적으로 펼쳐진 시간이었다.
◇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 말 한 마디, 윤과장만 흔든 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흔들었다
“개 한 마리 죽여 봤자 도살자 밖에 더 될까?”라는 이창준(유재명 분)이 윤세원 과장(윤과장)을 움직이게 만든 말 한 마디이다. 제15화에 처음 등장한 이 대사는 제16화에서 다시 반복됐는데, 다시 회상될 때 더욱 크게 다가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체포된 범인은 칼날일 뿐, 손잡이는 제가 잡았습니다.”라고 이창준은 이윤범(이경영 분)에게 말하는데, 이 또한 지난 이야기의 빅피처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한 줄로 시청자들에게 요약 표현한 것이다.
빅피처의 주인공이 이윤범이 아니라 이창준이라는 것도 반전을 타당성 있게 만든 것도 장황한 설명이 아닌 함축적인 한 마디라는 점은 무척 돋보인다. ‘비밀의 숲’의 비리를 폭로하는 빅피처는 이창준이 만들었고, 비리 자체의 빅피처는 이윤범이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만들어졌는지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 이창준의 자살, 세상을 향한 마지막 복수이자 변화에 대한 트리거
‘비밀의 숲’ 제16화에서 이창준과 황시목이 만난 곳은 공사 중인 건물 현장이었다. 공사 중인 건설 현장의 장소적 특징은 상징적으로 누군가 비교 우위를 정할 수 없다는 것과 함께 위험 요소를 품고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복선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복수는 자살이라는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 이창준은 빅피처를 완성한 후 세상을 위한 마지막 복수를 행한 것인데, 이창준의 자살은 심리적 복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윤범과 그 주변을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행동의 격발, 심리적 트리거의 역할 또한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직 기회가 있어”라고 숨을 거두기 전 이창준이 서동재(이준혁 분)에게 한 마지막 말은 이창준이 서동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이자,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로 들린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것은 사람의 피이고,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창준의 유서 또한 이창준이 황시목에게 남긴 메시지이자,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 떡밥을 다 회수하지 않은 것은 해석의 공간과 여운을 남기기 위한 것일까?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일까?
이창준이 말한, 짐을 떠맡아 줄 사람에 대한 언급은 명분을 쌓아가기와 함께 시즌2를 위한 초석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암시와 복선을 의미한 떡밥이 ‘비밀의 숲’에서는 무척 많았는데, 그 결과를 의미하는 떡밥 회수가 다 이뤄지지 않은 것은 드라마적 트릭과 여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시즌2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비밀의 숲’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윤범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으로 풀려나와 악의 본성을 더욱 악랄하고 노골적으로 발휘할 수도 있고, 윤세원은 출소해 양면적 역할을 모두 하며 비중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이창준과 영은수(신혜선 분)의 빈자리를 어떤 캐릭터가 채워줄지 궁금해지는데, 드라마 초반 서부지검 형사 3부 부장검사로 시작해 검사장에 오른 강원철(박성근 분)이 이창준 캐릭터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고, 영은수의 자리에는 새로운 이야기의 불씨를 안고 있는 새로운 여검사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