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균 연출, 홍정은, 홍미란 극본,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2회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온기가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보여줬다. 역대급 방송 사고를 통해 드라마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오히려 공감 받은 것과도 오묘하게 맥을 같이 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화유기’는 재기발랄 발칙의 끝판왕
‘해리포터’가 영국식 고전적, 고상한 상상의 끝판왕이라면, ‘화유기’는 이건 재기발랄 발칙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실제 방송국의 오디션 촬영장이 나오고, PPL(간접광고)을 할 때 이승기(손오공 역)는 완전 깡패처럼 나온다.
능글맞고 맛깔나게 대사를 하고, 제대한지 얼마 안 되는 이승기가 드라마 속에서 군대 이야기를 할 때는 완전 빵 터졌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재기발랄한 웃음을 선사한다.
전화기 펜이 튀어나오는 모습도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 신선하고 재미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사가 보통이 아닌데, 현빈, 장나라, 이런 사람들은 요괴라서 늙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해학과 상상력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 것이다.
네티즌들이 하는 말을 반영해서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로 만든 공동 극본가인 홍자매의 재치는 통쾌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방부제 외모를 요괴라고 표현하고, 그래서 노화 수술을 한다고 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을 정말 유쾌하게 위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온기가 있어
‘화유기’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온기가 있어서, 카타르시스와 함께 정화된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아름다운 요정이 아니고 무지막지한 깡패 같은 느낌을 주는데 지나치게 혐오스럽지는 않기 때문에 잔혹동화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요정이 아닌 요괴를 등장시켜 세상을 미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시청자는 “나를 어른으로 대접한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냥 잔혹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화유기’는 여기저기에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엄청 돈이 많은 부자들, 인기 연예인, 대그룹 회장은 사람이 아니라 요괴라고 하면서 일반인들의 울분과 허무를 달래준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수저에 대한 반감을 상상력을 가미해 공감과 힐링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은 무척 돋보인다.
‘화유기’는 영웅을 뒤틀어 영웅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갖게 만든다. 영웅을 지나치게 훼손하지는 않으면서 적당하게 타락시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