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균, 김정현, 김병수 연출, 홍정은, 홍미란 극본,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3회는 심장에 채우는 금강고를 통해 손오공(이승기 분)이 진선미/삼장(오연서 분)에 대한 노골적인 애정 표현, 원초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설정이 돋보였다.
삼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 제3회에 드러났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평범해지지 않을 삼장이 평범함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생각하는 이유 또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이다.
◇ 노골적인 애정 표현, 원초적인 작업이 가능하게 만든 놀라운 설정
‘화유기’ 제3회는 손오공에게 채운 팔찌 금강고가 힘으로 손오공을 제압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심장에 채우는 금강고라는 것이 알려졌다. 말 그대로 금강고는 사랑의 족쇄였던 것이다.
삼장을 젊은 여자로 설정했고 손오공이 상대인 삼장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 이유가 사랑이라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볼 때 더욱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설정이다. 드라마에서는 반드시 사랑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시청자와 스토리텔링을 위해 사랑 이야기를 억지로 넣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청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묘수인 것이다.
◇ 다소 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진지한 사랑, 이승기가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사랑이 주는 판타지
제천대성 손오공은 “큰일이 났지, 내가 널 사랑하는 일”과 같은 진선미와 시청자에게 모두 어필하면서도 당황하게 만드는 멘트를 계속 투척했다. “그런데 어떡해? 사랑에 빠졌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 “난 당신이 아주 많이 보고 싶어서 아팠던 거야.”라는 말이 총 16회 드라마에서 제3회에 나오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점은 놀랍다.
다소 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진지한 사랑은 말도 안 되게 오글거리는 장면을 꼭 필요한 장면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마법을 발휘한다. 손오공이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사랑이 주는 판타지는 중독성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과도하게 긍정적인 손오공! 어이없어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빠져드는 진선미! 이런 표현을 쉴 새 없이 할 경우 말도 안 되는 사랑의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아닌 작가 홍자매!
‘화유기’ 제3회에서 손오공은 점점 더 노골적인 뻔뻔함을 보여줬는데, 얄밉기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연의 상황, 진선미의 대사 중에 나온 작은 뉘앙스만 가지고도 사랑의 이야기로 몰아가는 긍정성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손육공’이라는 인형을 선물하는 등 유치뽕짝 뽕뽕짝 하고 오그라드는 표현을 계속하는 손오공에게 어이없어 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진선미의 케미는 점점 흥미로워지는데, 이런 표현을 쉴 새 없이 할 경우 어떤 말도 안 되는 사랑의 마법이 펼쳐지는지 아는 홍자매의 센스(홍정은, 홍미란 극본) 주목됐다.
금강고를 차면서 시작된 사랑이지만 사랑의 감동, 진지함을 제대로 담고 있다는 점 또한 ‘화유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물론 시청자의 성향에 따라 이런 전개가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에는 뭐라고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는 시청의 중독성 또한 발휘될 가능성이 많다.
◇ 진지한 코미디를 펼치는 차승원, 우마왕이 신선이 되고 싶은 이유도 사랑
‘화유기’에서 우마왕 역의 차승원은 진지한 코미디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한다. “구원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짊어지고 있군요.”라는 표현처럼 우마왕이 신선이 되고 싶은 이유가 사랑이라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대의명분이 아닌 개인적인 소망이라는 이유도 현대적으로 볼 때 더 개연성 있다. 과거에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나찰녀(김지수 분)를 생각하며 “늦어진 하루만큼 고통받고 있어”라고 우마왕이 말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해진다.
밀어내려고 할수록 더욱 다가오는 손오공과 밀어내려고 할수록 마음속이 요동치기 시작하는 진선미의 사랑 못지않게, 우마왕과 나찰녀의 사랑 또한 ‘화유기’의 주요한 정서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평범한 사람, 평범함이 가진 중요한 가치
‘화유기’ 제3회에서는 차승원이 되고 싶은 것은 신선이고 오연서가 되고 싶은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바람이 대비됐다. 평범함이 가진 눈물 나는 행복이 드라마에 표현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판타지만은 아니다.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진 게 뭔지 모른다. 평범한 일상 속의 행복은 너무 많이 가져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 너무 가지지 못해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 모두가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물론 평범하다는 것 자체가 완벽한 부러움이 될 만큼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평범함 속에서만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행복과 재미가 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진선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 것,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악귀와 마주치지 않는 것은 정말 바라는 일일 것이다. 악귀가 든 집에서 악귀를 달래 떠나게 함으로써 집의 가치를 높여서 큰돈을 버는 부동산 사장 진선미의 능력을 많은 시청자들은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선미가 그런 능력을 부차적으로 가지게 되면서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사람은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3회에서는 등장인물의 확대도 눈에 띄었는데, 저팔계(이홍기 분)와 사오정(장광 분)의 분량이 점점 늘어나며, 마비서(이엘 분)와 이한주(김성오 분)가 각각 요괴와 인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화유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