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석 감독의 ‘축하(congratulation)’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자신의 사진 전시회를 앞두고 긴장한 35살의 주인공 상수(정우영 분)는 자신이 주인공인 행사의 자리에서 회사 동료, 군 시절 전우들, 사랑했던 여자친구, 학교 동창들, 그리고 가족을 만나 모두에게 축하받는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자신이지만, 상수가 찍은 각각의 사진의 주인공은 상수를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인데, 전체적인 자리바꿈은 강렬한 스토리텔링의 반전보다는 영상 속 감정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촬영 경력이 더 많은 감독이 바라본 시야는 인상적이다.
◇ 한 사람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모습
‘축하’는 상수의 샤워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샤워하는 모습 샤워할 때도 거울이 있고, 옷을 입을 때 상수는 직접 보는 시야, 거울을 통해 보는 시야의 두 가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영화 속에 전시된 사진 하나하나도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영화 속 관람객은 자기를 찍은 사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상수에게 꽃을 건넨다. 사진 속 얼굴과 영상 속 얼굴은 마치 기억의 거울을 꺼내들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미장센의 표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전 후에 되돌이켜 보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은 이전에 찍었을 것이기 때문에 오래지 않은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전시회 관람객은 같이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생각할 시간은 많이 주어지고 되돌이켜 생각할 시간은 짧게 주어진다.
◇ 카메라 워킹 자체에 주목해 상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축하’에서 전시장에서 축하를 받으며 다니는 상수의 모습을 카메라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직접 밀접하게 따라붙어서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에 잡힌 상수의 모습은 상수의 모습이자 정우영 배우의 모습인 동시에 최효석 감독의 내면인 것이다. 사진 전시회를 영상 전시회라고 생각하면 상수의 모습은 감독 자신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카메라는 상수의 상반신을 잡기도 하고 상수의 눈보다 약간 더 높은 곳에서 상수를 바라보기도 하는데, 너무 어지럽지는 않을 정도로 좌우상하의 변화를 주기 때문에 영상에 집중하다 보면 관객은 영상 자체에 감정이입될 수도 있다.
◇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시간에 무언가 불안함을 표현한 정우영
‘축하’에서 정우영은 초근접 촬영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짜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힐 때 눈이 빨개지는데 진정성이 느껴지고, 긴장한 모습, 무언가 예견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거의 유일한 암시는 정우영의 표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반전 전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축하’라는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복합적인 이미지로 변환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 축하를 받는데 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일까에 대한 표정의 디테일을 따라가던 관객이라면 감독이 표면적으로 말하는 것과 그것을 위해 쌓아온 감성을 동시에 느끼며 해소할 수도 있다.
‘축하’는 하나의 정서에 집중한 후 큰 울림을 주는, 단편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다. 최효석 감독이 추후에 연출이 아닌 촬영에 매진하더라도 감독의 의도와 등장인물의 정서를 더욱 잘 살려 멋진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