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나빌레라’(감독 김경정)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

발행일 : 2018-02-01 08:56:37

김경정 감독의 ‘나빌레라(Like a butterfly)’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어릴 때 떠난 아버지를 미워하는 수현(이규현 분)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49재가 열리는 절을 찾아가서 아버지가 남긴 것들을 마주한다.

이 작품은 가볍게 대할 경우 편하게 볼 수도 있는데, 감정이입해 깊숙이 들어가면 여러 번 생각해도 행간의 의미를 전부 파악했다고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종교적인 관점 유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와 마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빌레라’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빌레라’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미, 절의 건축미와 탱화의 아름다움

‘나빌레라’는 뛰어난 영상미를 발휘하는 작품인데, 인위적으로 세팅했다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절의 건축미와 불교의 신앙 내용을 그린 그림인 탱화의 아름다움은 조화를 이루는데, 절에 가기 전 수현이 입고 있었던 탈춤복과 탈 또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아름다움의 정서를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해 영화적으로 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신앙의 유무와 종류에 따라서 관객은 더욱 아름답게 느낄 수도 있고 그냥 담담하게 느낄 수도 있다.

◇ 감정의 생략! 수현과 아버지, 수현과 어머니, 수현과 수희

‘나빌레라’에서 수현은 복합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릴 때 떠난 아버지에 대해서는 자신을 버린 인물로 생각할 수 있고, 어머니 또한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고 떠나간 인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감독은 감정을 촘촘하게 나열하기보다는 여백을 줘 관객이 채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희(감소현 분)와 수현의 감정은 어색함과 경계, 이질감과 미움, 공감과 안쓰러움이 모두 교차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이 또한 자세하게 서술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감독은 이를 직접적으로 구체화하기보다는 내면의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기를 바랐을 것인데, 그러기에는 단편영화라는 시간상의 한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나빌레라’ 김경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빌레라’ 김경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세 명의 수현은 수현의 세 가지 마음을 각각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나빌레라’에서 수현의 연기는 3명이 나누어서 한다. 소년 수현(강지석 분)과 성인 수현, 무용수 수현(이혜준 분)이 같은 수현을 표현하는데, 아버지가 떠나 있지만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다 떠나고 나 혼자만 있다는 마음, 그리고 춤으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승화된 마음이 전달된다.

처음에 수현이 추는 춤이 탈춤이라는 것도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탈을 쓴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기질이 감춰진 채로 표정 변화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아픔을 직면하기 힘들기에 탈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나빌레라’는 영화를 보고 각자 느낀 대로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것도 괜찮지만, 아프고 미워도 삶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김경정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이면에 담긴 디테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