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에서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차는 4000만~5000원대의 럭셔리 브랜드다. 국산차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뿐더러 수입차라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갖춘 게 매력이다.
이 시장에는 전통의 라이벌인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비롯해 렉서스 IS, 인피니티 Q50, 재규어 XE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그 위급에서는 BMW 5시리즈, 렉서스 ES와 GS, 아우디 A6,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의 경쟁 또한 만만치 않다.
포드코리아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이 내놓은 MKZ는 가격이 3시리즈와 엇비슷하지만 차체는 더 크다. 이번에 만난 차는 MKZ 하이브리드다. 지난 2015년 3월에 시승한 이후 두 번째 만남이고, MKZ 라인업 전체로는 세 번째 만남이다.
2014년에 처음 대면했을 때는 혁신적인 앞모습과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좋은 인상을 연비에서 구겼다. 리터당 6㎞대에 불과한 실 연비는 많은 이들의 구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2015년 3월에 시승한 하이브리드는 이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아쉬웠던 연비를 대폭 향상시키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 2016년 말에는 앞모습을 확 바꾼 신형 MKZ 하이브리드가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신형 MKZ의 앞모습은 신형 컨티넨탈과 유사하다. 스플릿 윙 타입 그릴을 단 구형도 디자인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아마도 컨티넨탈과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기 위한 변화로 보인다. 상위 모델과 닮아서 손해 볼 건 없지만 MKZ만의 개성이 옅여진 거 같아서 살짝 아쉽다.
그래도 멋진 뒷모습은 여전하다. 길게 뻗은 뒷유리에 이어지는 짧은 트렁크 리드, 그 아래에 배치된 얇은 테일램프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실내에서 구형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한글화된 인포테인먼트 기능이다. 구형의 경우 전부 영문으로 표기된 탓에 기능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신형의 싱크(SYNC3)는 일반적인 기능안내뿐 아니라 블루투스로 연결된 노래의 한글표기까지 완벽하게 지원해준다.
다만 계기반에서는 여전히 한글이 표기되지 않는다. 모니터에서는 한글로 노래제목이 나와도 계기반에는 물음표 표시로 깨져서 나온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141마력, 최대토크는 17.8㎏·m이고, 통합 출력은 191마력이다. 센터페시아 쪽의 시동 버튼을 누른 후 그 아래 배치된 변속 버튼을 조작하면 차가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승차감은 마시멜로처럼 달콤하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웬만한 충격은 거의 느끼기 힘들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거의 없다. 푹신한 차들에게서 나타나는 출렁거림도 거의 없다. 코너에서 차체 균형이 무너질라치면 오뚝이처럼 끈끈하게 버텨내는 모습이 기특하다.
MKZ 하이브리드의 특징 중 하나는 ‘Tutorial(사용 지침)’ 가이드 기능이다. 클러스터에 이 모드를 선택하면 주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에너지 중 몇 %가 배터리 충전으로 회수됐는지를 보여준다. 급제동을 할 경우 회수율이 낮고, 서서히 제동하면 100% 회수도 가능하다. 타면서 어떻게 하면 회수율이 높아지는지 계속 확인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경제운전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낸다.
MKZ 하이브리드의 인증 복합연비는 18인치가 16.3㎞/ℓ, 19인치가 15.8㎞/ℓ이다. 19인치가 장착된 시승 모델은 도심 위주로 달린 결과 12.0㎞/ℓ를 기록했다.
MKZ의 매력 중 하나는 컨버터블을 타는 느낌을 주는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다. 다른 차와 달리 선루프가 차체 바깥으로 밀려나 뒷유리 위로 이동하는 방식이어서 개방감이 월등하다. 가을바람이 살랑거리며 부는 요즘 같은 때 만끽하기 아주 좋은 기능이다.
레벨 울티마 오디오의 뛰어난 음질도 돋보인다. 고음, 중음, 저음의 분리가 확실하고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가 운전하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돋보이는 스타일과 좋은 연비, 뛰어난 음질과 승차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승 모델인 600A의 가격은 5820만원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추가된 4000만원대의 500A의 경우는 한국환경공단의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50만원) 혜택도 받는다. 고급스러운 느낌과 경제성을 함께 원한다면 이 차를 권하고 싶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럭셔리하면서도 경제적이다. 게다가 벤츠에 없는 하이브리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