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이 나왔을 때,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3가지로 나오는 보기 드문 자동차라는 점은 긍정적 요소였지만, 좁은 실내공간은 옥의 티로 꼽혔다.
2016년 3월 데뷔한 기아 니로는 아이오닉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아이오닉이 해치백 스타일이었던 데 비해 니로는 SUV 스타일이었고, 덕분에 하이브리드카보다는 소형 SUV와 경쟁을 펼치게 된다. 아이오닉과 가격이 엇비슷하면서도 공간 활용성이 앞서는 니로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 3월에는 ‘더 뉴 니로’라는 이름으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선보였다. 좀 더 입체적인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 등으로 멋을 내는 한편, 화살촉 모양의 리플렉터로 포인트를 줬다.
실내에서는 10.25인치의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구형은 디스플레이 좌우에 송퐁구가 있어서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던 반면, 신형은 송풍구를 디스플레이 아래에 놓고, 테두리가 없는 심리스 디자인으로 더욱 커보이게 했다.
더 뉴 니로는 안전 보조장치의 강화가 두드러진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와 차로이탈방지보조(LKA, Lane Keeping Assist), 운전자 주의경고(DAW, Driver Attention Warning) 하이빔 보조(HBA : High Beam Assist) 등의 장비가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됐으며, 차로유지보조(LFA, Lane Following Assist)와 고속도로주행보조(HDA, Highway Driving Assist),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정차 및 재출발 기능 포함(SCC w/S&G, Smart Cruise Control with Stop & Go) 등이 신규 적용됐다.
최근 현대·기아차에 적용되는 차로 유지보조 기능(LFA)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은 웬만한 수입차보다 정확도가 우수하다. 니로 역시 시승 도중 LFA 기능을 테스트한 결과 차로 중앙을 정확히 유지하는 기능이 뛰어났다. 특히 곡선 구간에서도 꽤 오래 유지되는 게 놀라웠다. 많은 수입차들이 곡선 구간에서 LFA가 작동하지 않거나 금방 풀려버리는 것과 비교된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역시 아주 훌륭하다.
물론 이 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옆 차가 급히 차선을 바꿔서 치고 들어올 때는 니로뿐 아니라 대부분의 차가 감지하기 힘들다. 아직까지는 ‘보조장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파워트레인 성능은 기존 니로와 차이가 없다. 105마력의 1.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43.5마력(32㎾) 모터의 조합은 성능보다는 연비에 초점을 맞춘 구성. 그 덕에 급가속 때는 다소 힘겨워할 때가 있는데,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이보다는 평범한 운전을 즐기는 이에게 더 어울린다.
서스펜션 구성 역시 차로 유지보조 기능만큼이나 현대·기아차가 최근 칭찬받는 부분인데, 신형 니로도 예외는 아니다. 적당히 탄탄하고 적당히 안락해서 크게 흠잡을 게 없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 서스펜션을 좀 더 단단하게 바꾸도록 한다면 완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형 니로의 인증 연비는 18인치 휠 기준으로 도심 17.7㎞/ℓ, 고속도로 16.4㎞/ℓ, 복합 17.1㎞/ℓ다. 도심과 간선도로를 섞어 달린다면 보통 15.0㎞/ℓ 정도의 연비를 찍고, 도심 위주로 달려도 평균 12~13㎞/ℓ의 연비는 나온다.
가격은 하이브리드 럭셔리 트림 2420만원, 프레스티지 트림 2590만원, 노블레스 트림 280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 2993만원이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트림 3452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 3674만원이다. 최고급형은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중간급 이하는 가성비가 꽤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니로는 수많은 신형 모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인기를 유지하는 인기 차종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는 전년 대비 50% 포인트나 증가했다. 상품성을 더욱 높인 신형은 앞으로도 당분간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넓은 공간과 연비, 정숙성을 모두 원하는 이에게 안성맞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