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을 얹은, 소형의, 후륜구동, 프리미엄, 쿠페’라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모델, BMW 120d 쿠페를 시승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비교상대를 찾기 곤란한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가치가 빛나지만, 이번 시승차는 ‘BMW 퍼포먼스’의 순정 액세서리들로 꾸며진 차량이라 그 잠재력과 강한 개성이 더욱 돋보였다. 왕년의 2002를 연상케 하는 1시리즈 쿠페는 컬트 카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사실 이런 차가 국내에서 정식판매 된다는 것은 어지간한 수퍼카의 진출 소식보다도 더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어째서 디젤이었을까? 아니, 어째서 쿠페였을까? 그렇다면 왜 수동은 아니었을까? 한국에 맛보기로 들어온 BMW의 막내를 둘러싼 궁금증은 시승과 함께 점차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어 갔다.
7, 5, 3으로 작아지는 BMW의 라인업에 1이 더해진 것은 2004년의 일로, 5도어 해치백이 그 스타트를 끊었다. 진작부터 3시리즈 아래급 모델의 필요성을 느껴왔던 BMW는 3시리즈의 트렁크를 잘라 만든 3도어 해치백 ‘컴팩트’에게 이 역할을 맡겨왔었고, 그 아래로는 성격과 브랜드가 판이한 미니(MINI)가 있을 뿐이었다. BMW가 3시리즈의 동생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미니와의 판매간섭이나 플랫폼 공유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BMW의 접근방식이나 결과물은 예상을 빗나갔다.
1시리즈 해치백에 대한 유럽시장의 평가를 살펴보면 대체로 이러한 언급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값이 비싸다. / 못생겼다. / 실용적이지 않다. / 하지만 후륜구동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소형차/해치백=FF(앞 엔진 / 앞바퀴 굴림)’라는 공식이 불문율로 자리잡은 지 오래건만, BMW는 브랜드의 DNA와도 같은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여기서도 후륜구동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FF의 상징과도 같은 미니와의 ‘그렇고 그런 관계’는 기우에 불과했고, 1시리즈는 오히려 현행 3시리즈와 서스펜션을 비롯한 60%이상의 부품을 공유해 만들어졌다. 이 급에서 엔진을 세로로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차는 1시리즈가 유일하다. 차의 좋고 싫음을 떠나서 ‘역시 BMW!’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데뷔 이후 5도어 해치백만으로 연간 15만대 내외의 판매를 보이며 3시리즈와 5시리즈의 다음 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1시리즈는 2007년 봄에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3도어 해치백을 추가했고 그 해 가을에는 쿠페와 컨버터블 버전을 연이어 선보였다. (개발코드상으로는 3도어 해치백/E81 – 쿠페/E82 - 5도어 해치백/E87 – 컨버터블/E88 순) 2002년, BMW가 1시리즈의 컨셉카로 선보인 ‘CS1’자체가 컨버터블 형태였을 정도로 이러한 모델 전개는 예고된 수순을 따른 것이었으며, 2008년 판매는 22만대를 넘겨 5시리즈를 젖히기에 이른다.
이중, 쿠페는 1시리즈의 본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BMW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그만큼 1시리즈 자체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쿠페와 컨버터블 버전만을 팔고 있는 미국에서는 1시리즈 쿠페가 현행 3시리즈의 뿌리가 되는 ‘2002’모델의 환생인양 마케팅되고 있고, 해치백을 주력으로 하는 일본에서는 135i쿠페를 단일모델로 도입해 1시리즈의 이미지리더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1시리즈 역시 3,5,7같은 대중적 모델보다는 컨버터블로만 들어오는 6시리즈처럼 구색형, 틈새형 모델로서의 접근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시리즈에는 못생겼다는 평이 많고, 특히 쿠페에 와서는 어색한 비례가 자주 도마에 오른다. 다행인 것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것이고, 시승차처럼 화장이 짙은 모델이라도 만나게 되면 ‘누가 감히 못생겼다는 소릴!’하고 1시리즈의 편을 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BMW 퍼포먼스’의 튜닝파트들로 치장하고 나선 이 시승차의 외관은 2007년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여졌던 ‘tii’컨셉카를 연상케한다. 역시 ‘2002tii’를 모티브로 했던 모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짱구처럼 이마가 튀어나온 얼굴이나 작고 옹골찬, 하지만 날렵하지는 않은 이 쿠페의 바디라인을 보고 있자면 자연히 2002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1968년에 등장한 2도어 세단 형태의 2002는 현재까지 BMW가 내세우고 있는 스포츠세단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첫 모델로 꼽힌다. 작고 가벼운 차체에 2,000cc급 엔진을 탑재해 높은 성능을 냈으며, 특히 1973년에는 터보 버전을 추가함으로써 BMW의 첫 터보 승용차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생산된 이 차는 현행 BMW 3시리즈의 까마득한 선배 격이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3시리즈의 덩치가 너무 많이 커져버린 관계로 이제는 1시리즈가 그 이미지를 계승하고 나선 것이다.
영화 의 한 장면. 이것이 BMW 2002다.
사실 1시리즈 쿠페도 2002와 비교하기엔 큰 차다. BMW의 막내라는 선입견도 있고 해서 실물을 보더라도 작고 귀엽게만 보이지만, 실제 사이즈는 길이 4,360mm, 폭 1,748mm, 높이 1,423mm, 휠베이스 2,660mm로 국산 소형과 준중형 세단의 사이쯤. 실속 차리기에 급급한 대중차들은 따라 하기 힘든 풍성한 볼륨감과 여느 쿠페들처럼 나지막하지 않은 지붕 높이가 차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가령 이 차는 현대 (뉴)엘란트라와 길이가 엇비슷하나 폭과 높이가 훌쩍 더 크다. (왜 하필 오래 전에 단종된 차를 비교대상으로 삼는가 하면, 테일램프가 서로 닮아서다. 1시리즈 해치백의 뒷모습을 나중에 나온 현대i30가 참고한 듯 했기 때문에 이렇게도 한번 엮어본다. )
이 뒷부분의 형상도 측면의 캐릭터라인으로부터 연결되는 면의 입체감이 상당한데, 시승차의 경우 측면을 장식한 액센트 스트립(줄무늬)과 트렁크의 카본파이버 스포일러가 이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액센트 스트립은 회색 투톤이라 튀지 않으면서도 흰색 차체를 은근 세련되게 꾸며주고, 리어 스포일러는 뒤로 삐죽 튀어나간 형상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스포일러 뿐 아니라 뒷 범퍼 하단의 디퓨저와 앞범퍼 하단의 스플리터, 그리고 사이드미러 커버가 모두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져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BMW 퍼포먼스의 에어로 다이내믹 킷이 적용된 상태라 앞뒤 범퍼 형상도 순정과는 많이 다르다. 검게 처리된 키드니 그릴이나, 흡기구형상을 넣은 사이드씰도 마찬가지. 오목과 볼록으로 기교를 부린 측면은 워낙 면 처리가 현란한 지경이라, 덧붙여진 사이드씰의 흡기구 형상은 사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이드씰이나 도어의 아래쪽 절개선이 평편하지 않고 완만한 역아치를 이루는 것은 1시리즈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다.
차고를 낮춘 스포츠 서스펜션이나 더블스포크 디자인의 18인치 휠 역시 BMW 퍼포먼스 사양의 일부. 앞바퀴의 경우 휠 안쪽으로 ‘BMW Performance’ 로고가 새겨진 금색 캘리퍼(6피스톤, 알루미늄)와 타공/슬릿 디스크가 존재감을 뽐내는데, 미리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제동성능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실내는 나름 고급스러운데, 기본형 오디오와 수동 에어컨이 달린 센터페시아의 검정색 플라스틱 부분들이 질감이나 조작감 면에서 다소 미흡하다. 은색페인트로 처리된 메탈룩의 장식도 마찬가지. 대시보드나 도어 트림 등 바탕이 되는 나머지 요소들의 질감이 좋아서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보이는 듯도 하다. 특히 시승차처럼 밝은 내장을 적용한 경우에는 훨씬 좋은 점수를 주게 될 것 같다.
도어트림의 위아래를 대각선으로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손잡이 형상은 1시리즈의 데뷔 당시 상당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기억인데 이제 와서 실물을 마주하고 보니 윈도우스위치를 조작할 때 팔을 뒤로 빼야 하는 불편함이 더 눈에 띈다. 도어는 유리부분에 기둥이 없는 필러리스 타입으로, 개폐시 유리가 자동으로 오르내리는 숏드랍 기능을 채택하고 있다.
크루즈 컨트롤과 제논 헤드램프, 후방주차센서, ECM룸미러 등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사양들이 의외로 잘 갖춰져 있고, 화장거울 조명이나 발공간 조명 같은 부분도 빼먹지 않았다. 흰색 LED를 사용한 번호판 조명과 외부 도어손잡이 조명은 덤이다.
순정사양인 시트는 동반석까지 전동조절식이고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지만 조절범위가 단순하고 열선도 빠져있다. 어쨌든 거리 조절이 가능한 스티어링 컬럼을 갖추고 있어서 운전자세를 잡는 데는 무리가 없다. 운전석의 경우 페달 위치나 센터터널의 형상으로 인해 파워트레인의 실내침범이 다소 의식되는 편이다.
주차브레이크 옆으로 i드라이브 대신 마련된 컵 홀더 두 개는 말 그대로 ‘컵’사이즈인데, 탈착식의 보조 홀더가 하나 더 있어 장신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암레스트 아래쪽의 야트막한 수납공간은 다소 옹색한 기분을 주기도 하는데, AUX단자와 전원소켓은 그 안쪽이 아니라 주차브레이크 뒤편으로 노출되어있다. 모니터를 대신한 대시보드 상단의 수납공간은 뚜껑안쪽에 조명을 내장해놓았고, 스티어링 컬럼 왼편으로도 수납공간이 있다.
앞서, 1시리즈 해치백의 단점 중 하나로 실용성이 거론된 것은 뒷바퀴 굴림 방식의 채용으로 인해 실내공간 – 특히 뒷좌석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좁은 뒷좌석이 당연시되는 쿠페에서는 오히려 이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2와 비슷하게 맞춘 1시리즈 쿠페의 지붕 높이는 어지간한 ‘톨 보이’스타일 해치백들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 뒤로 드나들기가 덜 불편하고, 앉았을 때도 머리를 가누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뒷유리가 드러눕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에 닿는 쪽도 유리가 아니라 천장. 3시리즈보다 10cm 짧은 휠베이스도 다리공간 확보에는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어 아쉬울 정도.
뒷좌석 등받이는 분할 폴딩이 가능한데,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당긴 뒤 그대로 손을 뻗으면 등받이를 밀어서 넘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은근 콤팩트 함이 느껴진다. 다시 세울 때도 여느 쿠페들의 그것에 비하면 한결 간편하게 작업을 끝낼 수 있다. 기본 적재량은 해치백보다 큰 370리터로, 이는 벤틀리의 컨티넨탈 GT와 같은 수치이기도 하다(!). 런플랫 타이어를 장비한 대신 스페어타이어는 실려있지 않고, 트렁크 바닥에는 배터리가 들어있다. 전동식 릴리즈를 채택한 트렁크 덮개는 조작에서 실제 작동까지의 시간지연이 두드러지고, 묵직하게 열린다.
시동은 슬롯에 키뭉치를 꽂고 버튼으로 눌러 거는 BMW 특유의 방식 그대로 이루어진다. 같은 엔진을 적용한 520d와 320d의 차이에 대해서는 먼저 번의 시승기에서 언급한바 있지만, 320d와 120d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인 듯 하다. 특히 시승차처럼 잘 꾸며진 차를 신나게 운전하다 보면 까칠한 소음이나 진동은 스포티한 효과음이나 몸의 전율 따위로 무마되기 쉽다.
보닛을 열어보면 후드 인슐레이터는 붙어있지 않고 의외로 댐퍼와 스트럿바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시승차에는 기본 스트럿 바 외에도 BMW퍼포먼스의 카본파이버 스트럿 바가 추가되어 있어 감탄을 유도했다. 세로로 놓인 직렬 4기통 엔진은 앞바퀴 축보다 곱게 뒤로 물러 앉은 자태가 몹시 사랑스럽다. 이는 BMW가 고집하고 있는 후륜구동만의 다이내믹한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5:5에 가까운 무게배분과 언더스티어 감소를 위해 앞 서스펜션을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FF인 미니도 달리기 성능이나 운전재미 면에서는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135i가 M3와의 비교무대에까지 불려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영역이 확연히 나뉜다고 볼 수도 있겠다. 306마력을 내는 3.0리터 가솔린 트윈터보의 135i가 1시리즈의 왕이라면 디젤 중 최고는 2.0리터 엔진에 트윈터보를 달아 204마력을 뽑아내는 123d.
애석하게도 국내 수입사양은 그 아래 급으로 자동변속기가 마련된 120d이지만 4,000rpm에서 나오는 177마력의 최고출력은 과거 2002터보의 170마력을 넘어선 수치. 게다가 디젤인 만큼 1,750rpm부터 나오는 35.7kgm의 강력한 토크가 발군이다. 320d는 물론 520d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 만큼 차체가 더 작고 가벼운 1시리즈에서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감동스러운 수준의 성능은 무리인 것이, 덩치가 생각보다 작지 않은 만큼 무게도 아주 가볍지는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135i쿠페와 335i쿠페의 무게차이는 채 50kg이 되지 않는데, 120d쿠페 역시 320d보다 사람 하나, 520d보다 사람 둘 정도 가벼운 것에 만족해야 한다. 120d 쿠페의 공차중량은 1,450kg, 320d는 1,520kg이고 520d는 1,595kg. 참고로 2.0리터 디젤엔진을 얹은 라세티 프리미어(150마력, 6AT)가 1,470kg, 골프TDI(140마력, 6DSG)가 1,446kg, 골프 GT TDI(170마력,6DSG)가 1,510kg의 몸무게를 갖고 있다. 물론 충분 이상의 성능을 가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6단 자동인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의 변속패들을 제공하지 않고 수동모드에서의 반응도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라 수동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을 낳기도 하지만,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고 보면 토크의 여유를 바탕으로 가속페달 가감과 스포츠모드만으로도 어지간한 주행은 커버가 가능하므로 편하고 빠르게 달리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수동모드에서도 4,500rpm을 넘긴 시점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되고, 킥다운은 스위치를 건드릴 경우에 한해 이루어진다.
수동모드 기준 각 단의 자동변속시점은 40, 75, 117, 155km/h 부근. 0-100km/h 가속은 7.6초로 호쾌하고, 최고속도는 226km/h이다. 320d는 0-100km/h 가속이 8.0초로 늘어지는 대신 최고속도가 228km/h로 근소하게 높지만 의미를 둘 수 있는 부분은 물론 전자일 것이다. 시승기간의 연비는 12km/L가 나왔고 공인연비는 15.9km/L로 320d와 동일하다.
시승차에 설치된 BMW퍼포먼스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그 크기나 질감은 물론 부가 기능면에서도 재미가 상당했다. 기본형상이나 리모컨 배치는 순정 휠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스포크와 좌우 측 림 부분의 상당 면적을 알칸타라로 감싸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 경주용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 같은 쾌감을 더해준다. 이를 배가시켜주는 것은 림 상단 중앙에 내장된 LCD화면과 그 양 옆으로 펼쳐진 엔진회전수 표시용의 LED들(시프트 인디케이터). 스티어링 휠에 이런걸 집어넣을 생각을 하다니, 열선 외에 뭔가 넣을게 없을지 집중연구라도 한 것일까?
BMW가 F1의 영향을 받아 개발했다고 말하는 이 스티어링 휠의 작은 LCD화면은 랩타임/스플릿타임/0-400미터 기록/수온/유온 등을 보여주는데, 그 중 압권은 코너를 돌고 난 뒤 횡가속도를 표시해준다는 점이다. 모드 전환이나 설정 변경은 좌우 엄지손가락 부분에 내장된 스위치를 이용하면 되고, 변속 때 참고하게 되는 엔진회전수 표시기능은 특정 영역대를 지정해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시동 때 세레모니를 펼치지만 자동 헤드램프와 연동되어있기 때문에 밤에도 눈부시지 않고 원하면 그냥 꺼둘 수도 있다.
기존 출고차나 3시리즈에도 적용이 가능한 이 제품은 변속 패들의 부재를 아쉽게 할 뿐 아니라 실내의 메탈장식을 모조리 카본장식으로 교체하고 시트 역시 BMW퍼포먼스의 스포츠시트로 교체하고 싶게끔 만드는 지름신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액티브 스티어링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라 기본 조향력은 제법 묵직하고 조향반응은 즉각적이다. 제원상 회전반경은 5.35미터.
BMW 퍼포먼스의 부품들로 튜닝된 시승차는 승차감도 그 차이를 금새 느낄 정도로 단단해진 상태였고 그만큼 스포츠주행에서는 흡족한 성능을 만끽할 수 있었다. 타이어는 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RSC) 제품으로, 앞쪽에 215/40R18, 뒤쪽에 245/35R18사이즈를 끼워 탄탄하게 균형 잡힌 코너링을 이끌어냈다. 엔진성능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이처럼 탐스러운 하체와의 대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BMW의 1시리즈는 그 존재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다 ‘BMW’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동차 애호가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기 충분한 차다. 생긴 것을 문제 삼는 이가 있다면 그게 다 개성이라고 두둔해줄 수 있을 것이며 시승차처럼 화장빨(발), 조명빨을 통해 더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에 쾌재를 부를 것이다. 화장빨, 조명빨도 다 능력이므로.
120d쿠페 `쌩얼`버전
▶ [rpm9] BMW 120d 쿠페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