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전략이 크게 변하고 있다. 본격 성장기에 진입한 하이브리드 신모델 출시는 속도를 내는 한편, 전기차 신모델 출시는 늦추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일본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이 약화되거나 후퇴한 것으로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보급 지연에 대응해 신모델 출시를 늦추는 대신 판매 가격을 대폭 인하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주 미쓰비시는 내년 봄 미국에 출시할 아이미브 부분변경 모델 가격을 종전 모델보다 26%(6130달러) 낮춘 2만3845달러로 책정했다. 앞서 닛산은 지난 2월부터 미국서 판매 중인 리프 변형 모델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2%(6400달러) 낮은 2만8800달러로 인하했다. 이에 힘입어 닛산 리프의 올해 11월까지 미국 판매량은 작년 동기의 2.4배인 2만81대로 급증, 쉐보레 볼트 판매량을 곧 추월할 기세다.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는 정부의 전기충전소 지원책과는 별도로 50개 신설 충전소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들 4개사는 완속 충전소 35개와 급속 충전소 15개 사업자를 선정, 내년 봄부터 충전기 설치비와 유지비뿐 아니라 전력비까지 공동 지원할 예정이다. 이 외에 도요타는 충전기 설치 확대의 실용성 평가 실증 시험을 내년 3월 중순까지 실시하면서, 사용자 위주 충전기 인증 방법과 동전기 투입 충전기 설치 및 운용을 시도할 계획이다.
나아가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를 이용해 가정과 빌딩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 개발과 보급도 가속하고 있다. 정전 등 비상 시 전원 기능과 피크타임 전력비 절감 기능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이고 수요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미쓰비시와 닛산은 전기차 전력 가정 공급 시스템을 가장 먼저 개발해 이미 작년 2분기에 출시했다. 도요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력 가정 공급 시스템을 작년 7월 개발해 실증 시험 중이고, 혼다는 연료전지차 전력 가정 공급 시스템을 올해 3월 개발해 실증 시험 중이다. 더구나 닛산은 전기차 리프 6대를 이용한 빌딩 전력 공급 시스템을 올해 6월 개발해 실증 시험을 하고 있다.
요컨대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가격 인하에 의한 시장 선점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및 수요 기반 확대 전략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이는 전기차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정부 및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