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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엔진 핵심 부품 내재화 전략 `흔들`

발행일 : 2013-12-23 10:25:14
현대·기아차, 엔진 핵심 부품 내재화 전략 `흔들`

현대·기아차의 엔진 핵심 부품 내재화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보쉬와의 합작 관계 청산, 전자제어 개발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 설립 등을 통해 엔진 제어용 ECU와 연료분사시스템 등을 자체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 같은 계획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트론은 최근 그룹으로부터 신규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그룹의 업무 감사 직후 나온 것이어서 그동안 진행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케피코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내재화를 추진해 온 ECU 및 인젝터 개발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보쉬와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현대오트론을 설립한 것은 엔진 제어를 위한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최근 현대오트론의 지지부진한 개발 성과로 이 같은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CU와 인젝터는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87년 보쉬와 합작해 설립한 케피코를 통해 이들 부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해 왔다. 하지만 엔진을 비롯해 자동차 전체에 적용되는 전장 부품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 부문에 대한 기술 내재화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또 단일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품 공급망 체계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도 컸다.

이를 위해 그룹내 전자제어 및 반도체 개발 인력을 모아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외부 연구인력도 대거 수혈했지만, 기술 확보에 난항을 겪어 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월 대규모 리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의 실질적인 해임 이유가 이 같은 전략 차질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어 및 연료분사 시스템은 엔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장기간의 개발 경험과 정밀한 부품 제조 기술이 합쳐져야 하는 분야”라며 “현대·기아차가 단기간에 기술 내재화를 추진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신규 프로젝트 중단으로 현대오트론의 향후 진로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연말 임원 인사를 전후해 대규모 조직 개편 및 해체를 포함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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