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앞둔 아베, 트럼프 마음 사로잡기 위해 선물 한 아름 준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일본 주요 기업과 정부 자금 등을 동원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간을 거둬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게 미국 투자 규모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들이 초고속 고속철도와 같은 미국 인프라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주 아베 총리는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회장을 만나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함께 논의한 바 있다.
사다유키 사카키바라 일본경영인협회 회장은 “미국은 일본에게 경제, 안보, 정치적으로 중요한 나라인 만큼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4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1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미국의 수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전했다.
도요타 회장 역시 최근 트럼프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콕 집어 비판한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도요타는 지난 1월 5년에 걸쳐 미국에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프린스턴 연구소에 4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도 4년 동안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가장 큰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는 것이다.
두 정상은 오는 11일 플로리다 마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회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국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일본의 현 상황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환율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환율조작국’ 이라며 엔저현상을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이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를 무마하기 위해 ‘미-일 성장과 고용 이니셔티브(U.S-Japan Growth and Employment Initiative)’ 라는 투자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니셔티브에는 미국에 일자리 70만 개를 만들고, 향후 10년간 4천500억 달러(한화 약 511조 7천850억 원) 규모의 신(新)시장을 창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미국 달라스-휴스턴, LA-샌프란시스코에 초고속열차 건설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속열차 노선을 건설하게 되면 일본의 ‘신칸센’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처럼 일본은 미국 투자를 위해 정부 지원을 다방면으로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행 국제협력기금이나 외환보유고와 연동된 인프라 기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이어 정부연기금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만큼 미국 투자에 나설 공산도 크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국내투자에 세제혜택을 계획하고 있는 점을 들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본 기업이나 정부 기금이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기업 계획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가 실제로 필요한 공장만 미국에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일본 금융업계 종사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이 너무 큰 약속을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세금 문제 등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이어 고속열차건설과 관련한 공적투자에서 ‘바이 아베리칸(Buy American)’ 정책으로 신칸센 수출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장벽과 미국 제조업 부양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이 부분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리환 rpm9_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