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 제8화는 제7화에서 구축된 윤소림(조이 분) 캐릭터가 같은 톤으로 지속돼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제7화까지 우유부단하거나 회피적인 성향을 보여줬던 강한결(이현우 분) 캐릭터는 적극적으로 직면하고 직진해 새로운 매력을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됐는데, 윤소림 캐릭터, 애매하게 치대는 서찬영(이서원 분) 캐릭터가 주는 답답함을 강한결 캐릭터의 직진이 상쇄해 자칫 고구마 진행으로만 흘러갈 수 있었던 ‘그거너사’에 사이다 같은 톡 쏘는 느낌을 더해줬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 두 남자의 적극적인 대쉬, 비적극적인 양다리를 걸친 윤소림 캐릭터
‘그거너사’ 제8화에서 강한결과 서찬영, 두 남자의 적극적인 대시를 받은 윤소림은 두 사람의 관심과 사랑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비적극적인 양다리의 자세를 취했다. 음악으로 접근한 서찬영이 잡은 손을 윤소림은 뿌리치지 않고 그대로 뒀고,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는 서찬영에게 안겨 울기도 했다.
서찬영이 잡은 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일부러 뺄 이유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 윤소림이 운 이유가 서찬영 때문이 아니기에 안겨서 운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윤소림의 입장에서는 맞을 수도 있다.
윤소림은 본인의 의도했든지 인지했든지에 상관없이 비적극적인 양다리를 걸치게 된 것인데, 자신이 사랑하는 강한결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서찬영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만약 윤소림이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두 남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빼앗는 팜 파탈이었으면, 오히려 윤소림 캐릭터는 매력적이 됐을 것이고 강한결 캐릭터와 서찬영 캐릭터 또한 지금보다 더 살아났을 것이다.
“약속했잖아요, 오빠랑 같이 하겠다고.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열심히 하겠다고.”라고 윤소림은 서찬영에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드라마 속 윤소림을 제외한 서찬영과 강한결, 그리고 시청자들 또한 단순히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윤소림이 두 사람을 부르는 호칭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서찬영에게는 ‘찬영 오빠’라고 하고, 강한결에게는 ‘한결 씨’라고 했다. 물론 윤소림은 ‘~씨’를 더 의미 있게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호칭 사용 또한 비적극적인 양다리를 걸치는 윤소림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그거너사’의 제작진이 윤소림 캐릭터를 이렇게 구축한 것은 드라마의 제목과 연결해 생각할 수도 있다. 아오키 고토미 원작의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본 시청자와 ‘그거너사’를 처음 시청한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어쩌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일 수도 있다.
◇ 점점 더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채유나 캐릭터
‘그거너사’ 제8화에서 적극적이 된 강한결 못지않게 주목된 인물은 채유나(홍서영 분)였다. 톡톡 튀는 매력을 이전에 보여준 채유나 캐릭터는 제8화를 통해 사랑에 대해 솔직함, 감정에 대해 솔직함을 가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강한결에게 곡을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 또한 당당했는데, 홍서영의 표정연기와 눈물연기는 ‘그거너사’에서 카타르시스를 전달했다. 일반적인 스토리를 예상할 때 강한결과 채유나가 다시 결합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솔직해진 두 캐릭터가 대비되는 매력을 발산해 ‘그거너사’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 조이의 노래와 영상 싱크 맞지 않는다, ‘그거너사’가 줬던 음악적 매력은?
‘그거너사’ 제8화의 내용 중에는 크루드플레이의 노래는 음원과 연주가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크루드플레이 멤버들은 자신들은 모르겠는데, 강한결의 까탈스러운 귀가 그렇게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거너사’의 음악 또한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제7화에서 윤소림이 부르는 노래 장면은 립싱크라는 것을 너무 티 나게 보였고, 음악적 감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은 말 그대로 배경음악으로 시청자들이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배경으로 들려야 한다. ‘그거너사’는 등장인물들이 부르는 노래를 라이브에서 시작해 녹음본으로 이어가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데. 실제 부르는 노래를 배경음악처럼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지 않다는 면을 시청자들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일주일에 두 화를 방송하는 스케줄 속에서 제작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그거너사’가 음악 드라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음악의 톤과 연결의 디테일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그거너사’는 음악을 듣는 재미만으로도 시청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디테일의 보완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