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11회에서 칼에 찔린 차승원(우마왕 역)은 죽겠다는 결심을 한다. 죽겠다는 게 아예 사라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모습으로 언제까지 살겠다는 것을 결정한 후 다른 모습으로 살겠다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판타지와 오래 살아서 뭐 하냐는 두 가지 인간 본연의 마음을 요괴를 통해 새롭게 정립한다는 점은, 정말 새로운 판타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
◇ 언제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영원히 살고 싶은 영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활동적으로 역할을 하며 사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오래 사는 것보다 적정하게 사는 게 더 좋다는 마음 또한 가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화유기’에서 요괴들의 대화를 들으면 언제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그 후에 죽음 것으로 알려지게 한 후, 다시 또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그야말로 엄청난 판타지를 전달한다.
특정한 시기까지 특정한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작품 속에서 매번 다른 사람으로 다른 모습으로 사는 배우들의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작품이 마무리되는 시각은 정해져 있거나 정해지는데, 다른 작품에 계속 출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배역의 다른 연기를 통해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화유기’ 제11회에서 요괴들의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다소 충격적이거나 신선하게 들릴 수 있었을 것인데, 그 대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딱 우리 이야기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정이입해 촬영을 했을 수도 있다.
우희 회장으로 더 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한 차승원은 흐느껴 우는데, 한정적으로 정해진 삶을 살더라도 그 삶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촬영을 하는 동안 그 역할로 살면서 배역에 애착과 애정이 생긴 것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우리 삶 전체에 대해 우리 각자가 애착과 애정이 있는 것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한 반전, 보는 즐거움 속에 재치와 해학이 담긴다
‘화유기’ 제11회에서 차승원이 죽기로 결심한 이유만큼 다시 같은 모습으로 살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계기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통한 반전에는 보는 즐거움, 재치, 해학이 모두 담겨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친자 소송에 대한 여러 사건에 대한 패러디와 함께, 차승원이 죽는 것을 이승기(손오공 역)가 반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 아이디어는 무척 돋보인다. 엄청난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아니라 코믹한 상황을 만들면서 드라마의 톤을 유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서 그냥 마무리가 됐으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흥미를 준 시간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는데, 차승원이 바로 퇴원하지 않으면서 송종호(강대성 역)의 병문안을 받게 돼 그 이후의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은 제작진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다.
◇ 이세영의 드라마 속 이름이 ‘정세라’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엄마와 만날 수 있는 개연성을 확보하는 방법
‘화유기’ 제11회에서 차승원의 죽음 결심과 다시 같은 모습으로 살기로 재결심하는 반전, 차승원 병문안 장소에서 이세영(좀비 소녀 역)을 죽이려고 했던 송종호의 등장, 병문안을 온 이세영의 엄마 또한 같은 병원에 있고 이세영의 드라마 속 이름이 ‘정세라’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의 연결고리는 촘촘하게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생에서 이번 모습을 마감하겠다는 차승원과는 달리, 예쁠 때 사라지겠다고 결심을 이세영이 하는 모습은 대비를 통해 더욱 마음 아프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드라마 밖 시청자들은 이세영이 사라지겠다는 결심이 바뀌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스토리텔링을 확장해 가는 게 아니라 갈등이 언제든 격발할 수 있고 격발된 갈등이 질주할 수 있다는 암시와 복선을 모두 확보한다는 점은 돋보인다. B급 코드, 병맛 코드를 발견할 수 있는 드라마에서 스토리텔링과 암시, 복선은 특A급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