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16회를 기다리는 시청자 중에 많은 사람들은 이번 회차가 마지막인지 아닌지 궁금해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번이 마지막회인지 아니면 4번의 방송이 더 남아있는지에 따라 그간 시청해 온 감정선을 마무리할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화유기’ 제작진은 왜 이 드라마가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게 20부작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일까?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소하지만, 몰입에서 빠져나와야 하는지의 측면에서는 무척 중요한 화유기가 몇부작인 것에 대해 논쟁을 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촘촘한 디테일로 잘 만든 드라마가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친절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 매사 변명하는 귀여움을 보여주는 이승기,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 차승원
‘화유기’에서 이승기(손오공 역)와 차승원(우마왕 역)은 서로 협력 관계이기도 하면서 경쟁관계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두 사람은 대비될 때가 많다.
제16회에서 이승기는 귀엽게 매사 변명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차승원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사녀가 진선미의 몸으로 들어왔을 때 키스한 게 좋아하는 의미가 아니라는 변명, 백로가 데리고 온 아이가 자기 아니가 아니라는 변명은 날건달 같았던 이승기의 이미지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순수한 구석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승원은 이세영(아사녀 역)의 말에 흔들리면서 스스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 천계가 자신을 천 년간 속였을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부터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차승원의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은 차승원 자체의 의심의 의미도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도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것을 의심해야 된다는 뉘앙스를 전달했고, 실제로 수렴동에 다녀간 오연아(백로 역)를 통해 삼장의 탄생이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다.
삼장의 탄생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삼장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안도감과 함께 속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는데, 차승원의 감정을 제15회에 이어 제16회까지 강조함으로써 분위기를 조성해 뉘앙스적 암시를 줬고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인간 사이코패스 강대성, 요괴 사이코패스 아사녀
‘화유기’에서 공공의 적은 누구일까? 한때 이소연(책장수 역)이 공공의 적이 되긴 했지만 짧고 강한 인상을 심고 사라졌고, 연기를 워낙 잘해서 미워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삼장과 손오공의 필살의 운명이 공공의 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막연한 대상으로 여겨져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드라마 후반부가 되면서 인간 사이코패스 강대성(송종호 분)과 요괴 사이코패스 아사녀는 시청자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명실공히 공공의 적이 됐는데, 사이코패스 (Psychopath)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를 겪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능력과 죄책감 모두의 결여인데, 시청자들을 공감할 수 없게 만들고 뻔뻔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그냥 싫은 게 아니라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세영은 좀비 소녀 역을 할 때는 무섭지만 동정심을 유발했고, 진부자 역을 할 때는 귀여움에 보호본능을 자극했는데, 아사녀 역을 하면서는 같은 얼굴인데 그런 모습의 여운보다는,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청자들이 가지게 만들었다. 다소 어색한 듯한 연기를 펼치는 이세영의 연기가 어색한 게 아니라 캐릭터의 특징에 맞게 정말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당신은 불길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시켜 주는 방법!
오연서(진선미 역)는 불길한 사람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를 구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마이클 리(조나단 역)의 입을 통해 가능성을 제시한 뒤, 오연아를 통해 확실하게 알려줬다.
운명이 이승기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승기를 미워하는 마음이 사그러듦과 동시에 쓸데없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와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는 오연서로부터 전달되는 불편함을 다소 해소한 것이다.
오연아는 원 포인트로 등장해 해결을 하고 메시지를 던지며 사라졌는데, 오연아가 바로 등장했으면 약간은 생뚱맞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오연서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마이클 리가 먼저 등장해 확신에 가까운 암시를 미리 줬다는 점은 스토리텔링의 구성상 무척 똑똑한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