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가 제18회까지 진행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행동을 하는 동기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Deci와 Ryan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을 통해 이승기(손오공 역), 오연서(진선미/삼장 역), 차승원(우마왕 역)이 얼마나 자율적인 조절 유형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어떤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승기의 오연서에 대한 마음은 금강고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철저하게 외재동기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금강고를 빼도 오연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일지를 의심하는 단계를 거쳐, 제18회에서는 금강고와 상관없이 마음이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외재동기가 점차로 내재화돼 내재동기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Ryan & Deci의 자기결정성 이론이란?
Ryan & Deci의 자기결정성 이론은 인간이 자율적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자율성’이 핵심 개념인데, 인간의 동기가 무동기, 외재동기, 내재동기의 연속선상에서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동기는 외재동기와 내재동기로 나눌 수 있는데, Ryan & Deci는 서로 대립적이고 이분적이라기보다는 상호작용하면서 공존한다고 제시했다. 연속적인 동기가 존재해 외재동기가 내재동기로 내재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내재동기는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나 재미가 동기로 작용하는 것이며, 외재동기는 외적인 보상이나 처벌에 의해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를 의미한다. 동기의 연속성은 동기가 바뀔 때 교체가 아닌 발달과 진행일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환경적 조건이 갖춰지면 외적으로 동기화된 행동도 점차 자신의 경험으로 내재화하고 통합하려는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 외재동기에 의한 외적가치나 조절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재화(내면화)라면, 그 조절을 자신의 것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통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재화와 통합은 성숙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고, 성숙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 Ryan & Deci의 여섯 가지 동기
조절 유형은 조절이 없는 무조절부터 외적조절(external regulation), 내사된 조절(introjected regulation), 확인된 조절(identified regulation), 통합된 조절(integrated regulation), 내재적 조절(intrinsic regulation)로 순차적인 유형이 있는데, 이는 행동이 내재화되고 통합되는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이에 따라 자기결정성 정도가 가장 낮은 순서대로 분류하면, 자기결정성이 전혀 없는 무동기(amotivation), 외재동기(외적동기, 내사된 동기, 확인된 동기, 통합된 동기), 내재동기로 나눌 수 있다.
자기결정성 이론은 인간이 역량과 기능을 잘 발휘하려면 자율성 욕구(need for autonomy), 유능감 욕구(need for competence), 관계성 욕구(need for relatedness)의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하다는 이론인데, 이 세 가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보편적 특성이라고 본다.
자율성 욕구는 행동의 주체가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이고, 유능감 욕구는 능력에 맞는 도전을 통해 과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성공하려는 능력에 대한 욕구로 과제 수행에 있어서의 피드백의 긍정성 여부에 따라 내재동기는 고양되거나 감소된다. 관계성 욕구는 의미 있는 타자와 가깝고 안전한 유대관계를 확립하려는 욕구로, 관계성은 감정의 연결, 따뜻함과 보살핌의 느낌으로 이어져 내재동기를 증진할 수 있다.
◇ 금강고를 차면서 외적조절에 따른 외적동기로 오연서를 사랑하기 시작한 이승기! 금강고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내재화와 통합의 경지로 발전하다
‘화유기’에서 이승기가 오연서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이유는 스스로 호감이 생겨서가 아니라 금강고를 찼기 때문인데, 철저하게 외적동기로 인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낮은 자율성 속에, 금강고라는 외부의 압력과 강요에 의해 행동하는 것인데, 이승기는 처음에 보상을 얻기보다는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행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이승기는 언제든 오연서를 잡아먹을 수 있다고 조절의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데, 이는 내사된 조절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힘을 과시하면서도 어릴 때의 오연서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는 내사된 동기로 나타난다. 이때까지는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면이 이승기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던 이승기는 오연서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며 자신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다. 상당히 많은 부분 내재화되고 있는 것인데, 확인된 조절 단계에서 확인된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승기의 마음이 오연서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아직은 어떤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외적동기와 내사된 동기를 발휘했던 때의 대사를 오연서가 계속 회상하면서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과 연결된다.
‘화유기’ 제18회에서 오연서에 대한 이승기의 마음과 태도, 행동은 통합된 조절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승기는 오연서의 존재와 오연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가치, 목표, 욕구, 정체성과 연결하면서 일치해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된 동기는 외재동기 중 자율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내재동기와 비슷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승기가 아직까지는 사랑 자체를 위한 사랑을 하는 내재동기에 의한 행동보다는, 필살의 인연을 끊고 둘 중 한 사람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결과를 추구하는 개인적이며 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통합된 동기의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의 심리적 욕구 중에 이승기는 처음부터 손오공이라는 강력한 유능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연서를 사랑함에 있어서 자율성 욕구와 관계성 욕구는 점점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8회까지 진행된 ‘화유기’를 보면 이승기는 마지막에 완전한 내재적 조절, 내재동기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되지만,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happy ending)일지 새드엔딩(sad ending)일지 열린 결말(open ending)일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