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19회는 진한 베드신으로 시작했다. 금강고를 빼도 오연서(진선미 역)에 대한 이승기(손오공 역)의 사랑이 변할지에 대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두고 정서를 만들어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나서, 에로틱한 장면으로 순수함을 저해하는 반전, 진짜 감정의 반전을 가져왔다.
드라마 초반부터 CG가 문제를 일으켰는데, ‘화유기’ 제19회는 흑룡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그런 일관성을 계속 유지했다. 마치 작가가 바뀐 것처럼 제19회에는 앞뒤가 안 맞는 설정이 펼쳐져, 제18회까지 무척 촘촘한 스토리텔링, 암시와 복선의 디테일에 감탄했던 시간을 제19회를 통해 한 번에 무색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베드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어야만 하는가?
베드신, 에로신이 꼭 필요했을까? ‘화유기’에서 베드신이 나오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보는 드라마에서 만약 이런 톤으로 나갈 것이었으면 제14회 이전에 나왔어야 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끝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육체적인 사랑으로 노골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장면으로 더욱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도 물론 있겠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감정선은 점핑과 단절을 가져왔을 것이다.
키스신까지만 가고 나머지는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방법을 선택했으면 어떨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베드신이 최종회 직전인 제19회 방송 초반에 상당 부분 길게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화유기’의 결말이 새드엔딩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19회 방송이 제18회까지의 논리적 일관성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새드엔딩이 아닌 개연성 없는 반전이 제20회에 펼쳐져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제19회에 죽었던 대상들이 논리적 연관성 없이 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흑룡은 넷플릭스를 위한 설정? 그렇다면 CG에 더 신경 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동양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용은 신성시되는 존재이지만, 서양에서는 반대이다. ‘화유기’에서 용이 흑룡인 이유는 혹시 넷플릭스를 위한 설정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CG는 좀 더 디테일하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화유기’의 제18회까지의 구성과 스토리텔링에 비해 무척 떨어지는, 제19회의 CG 수준과 용에 대한 나쁜 이미지 전달은, 넷플릭스를 통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전 세계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용과 이승기의 싸움은 어설프다가 말하기보다는 싸움을 한 게 맞는가 싶기도 했는데, 제19회에서 갑자기 ‘화유기’의 작가가 바뀐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승기와 오연서는 엄청 피를 흘렸는데, 오연서의 피에도 악귀가 하나도 몰려들지 않았다. 피 한 방울에도 주변에서 큰일이 발생했는데, 제19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연서는 칼에 찔렸지만, 칼에 찔리지도 직접적으로 부딪히지도 않은 이승기와 성혁(동장군 역)의 얼굴에 상처가 나고 피를 토한다는 것이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물론 흑룡과의 싸움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지만, 그런 암시와 복선은 하나도 있지 않았는데 이것 또한 ‘화유기’답지 못한 일이다.
‘화유기’ 제19회에서는 몇 명이 죽었는데 눈물이 펑펑 흐른다기보다는 허무하고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용을 죽이는데 삼장이 한 일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삼장의 소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기 위해 제18회까지 제작진은 노력한 것인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차승원(우마왕 역)의 아들이 누구인지도 무척 중요한 이슈였는데, 제19회에서의 진행을 보면 제20회에서 허무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20부작이 아닌 24부작이나 30부작의 드라마를 급하게 마무리하면서 그냥 막 생략해 앞뒤가 얽힌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이 느끼는 안타까움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