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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시댄스 난민 특집(2) ‘추방’ 자신의 이야기만큼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발행일 : 2018-10-04 15:58:44

미트칼 알즈가이르 안무의 <추방(Displacement)>은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8, 시댄스 2018) 난민 특집 작품으로, 10월 2일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2016년 파리 엘라르지 우승작이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와 다음 비자를 기다리며 자신의 삶과 예술을 이어가고 있는 안무자는 이 작품으로 현재 전 유럽을 순회공연하고 있다. <추방>은 자신의 이야기만큼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추방’. 사진=Tanz im August, Dajana Lothert 제공 <‘추방’. 사진=Tanz im August, Dajana Lothert 제공>

◇ 작품 제목보다 안무자에게 더욱 초점을 맞추는 시댄스! 난민 특집에 더욱 잘 어울리는 표기법!
 
이번 시댄스 공연의 입장권와 안내책을 보면 작품의 제목보다 안무자의 이름이 더 부각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장권에는 작품의 제목이 아닌 안무자의 이름이 표기돼 있는데, 어떤 작품인가보다 누가 만든 작품인가를 시댄스는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한두 번의 공연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안무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고, 작품 자체보다 작품이 안무자의 이야기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작품보다 인간을 부각하는 시댄스의 정신세계는 이번 난민 특집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다. ‘난민’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제3자의 시야, 전 지구적인 사회현상의 하나로 보기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삶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추방’. 사진=Laura Giesdorf 제공 <‘추방’. 사진=Laura Giesdorf 제공>

◇ 탭슈즈가 아닌 낡은 부츠를 신고 추는 탭댄스! 현란한 스텝보다는 삶이 그대로 반영된 다운바운스의 스텝!
 
<추방>은 공연 시작 전부터 한 켤레의 낡은 부츠가 무대 위에 먼저 올라와 있었다. 무대가 어두워지기 전에 들리는 소리는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맨발의 남자 무용수는 소리가 없어졌을 때 조용히 등장한다.
 
공연은 관객석을 어둡게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관객은 제3자의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공간이 그냥 무대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명은 무대와 관객석의 공간을 분리하지 않는다.
 
‘난민’이라는 측면에 집중해 해석하면 그들의 공간을 관람하러 온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 삶의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낡은 부츠를 신은 무용수는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밝은 관객석은 그런 무용수보다 관객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탭슈즈가 아닌 군화를 신고 펼치는 탭댄스는, 예술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서의 춤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추방>의 탭댄스는 투박함도 겸비한 탭댄스라고 볼 수 있는데, 업바운스의 탭댄스가 아닌 다운바운스의 탭댄스가 주를 이룬다. 삶의 무게를 다운바운스의 스텝으로 투박하게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연 중반부 이후에는 업바운스의 탭댄스 시간도 있다,
 
플라멩고(플라멩코)에는 화려한 스텝의 스페인 플라멩고와 상대적으로 투박한 스텝의 집시 플라멩고가 있는 것에 비유하면, <추방>의 탭댄스는 집시 플라멩고의 느낌을 내포한 탭댄스라고 볼 수 있다.

‘추방’. 사진=Tanz im August, Dajana Lothert 제공 <‘추방’. 사진=Tanz im August, Dajana Lothert 제공>

◇ 조명의 변화도 없이, 음악과 음향도 없이 펼쳐지는 안무
 
무릎 꿇은 남자 무용수는 한정된 공간에 묶여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조명의 변화도 없이, 음악과 음향도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안무가 펼쳐진다. 공연 중 대부분의 소리는 스텝을 밟는 소리이고, 공연이 펼쳐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검은색 무대로 무대 자체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무용수의 흰색 상의는 순수함과 깨끗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지 못하는 나약함과 억울함의 뉘앙스를 전달하기도 한다. <추방>의 무용수는 조명, 음악, 음향, 무대장치의 도움 없이 오롯이 본인의 감성만으로 안무를 표현해야 한다. 밝은 관객석은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데, 무용수의 입장에서는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이 소통의 역할을 할 수도 벽처럼 느끼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흰색 상의를 탈의한 후의 안무는 또 다른 느낌을 줬다. 벗어놓은 흰색 상의 위에서의 탭댄스는 업바운스의 느낌이 강해졌는데, 하나를 벗어던지니 가볍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일부였던 분신을 벗고 밟을 수 있느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낡은 부츠까지 벗은 후의 움직임은 난민이 아닌 포로가 된 것같이 보이기도 했다. 영혼이 다른 세계로 들어간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는데, 박탈당한 자유, 속박된 육체 하에서 구원은 영혼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부츠를 벗은 무용수는 바지도 벗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바지를 끝까지 벗지 못하고 발목에서 멈추었는데, 바지가 다리를 속박하는 도구가 됐다는 점은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만들었다. 벗어던지려다 오히려 속박된 것인데, 나를 보호하던 바지가 이제는 나를 구속하는 것이다.
 
이 속박에서 벗어나는 법은 결국 바지를 끝까지 벗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다시 바지를 입음으로써 무용수는 움직임의 구속에서 벗어난다. 무척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 세 명의 남자 무용수의 등장! 드디어 관객석은 어두워졌다
 
<추방> 후반부에는 세 명의 남자 무용수가 등장하면서 전반부와는 어느 정도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드디어 관객석은 어두워져 관객은 관객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계속 이런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생각될 때쯤 <추방>은 작은 반전을 계속 만든다.
 
세 명의 무용수는 천으로 몸을 가리고 얼굴과 발만 보이게 만드는 시간도 있는데, 몸통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하고 몸통이 그림자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다양성을 공연의 여운 중 하나로 남게 만들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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