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감독의 <길모퉁이가게>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대학에 가지 않은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돈벌이와 인간다움 사이에서 진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에 가지 않은 청소년’이라는 개념화된 굴레로 모든 직원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각 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사회 현상 속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 속에 있는 사람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게 <길모퉁이가게>의 장점 중 하나로 사료된다.
◇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길모퉁이가게>는 현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가진 전체적인 문제보다 개인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 전체보다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인간 자체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학에 가지 않은 청소년’이라는 ‘개념화된 자기’에 갇혀 모든 구성원을 동일한 하나로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개인’을 인정해 ‘맥락으로서의 자기’로 각자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점이 무척 의미 있게 보인다.
대학을 가는 청소년과 대학을 가지 않는 청소년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 ‘대학을 가지 않는 청소년은 이렇다’라고 개념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 고양이’와 영화 <길모퉁이가게>의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청(소)년에게 혜택을 베푼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 속에서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 사회적 기업! 돈벌이와 인간다움 사이의 갈등!
아직 성장하지 않았을 때와 잘 되기 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가 잘 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길모퉁이가게>는 보여준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한 십 대 후반 청소년들이 ‘일’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인원도 충원하고 가게도 넓은 곳으로 옮긴 것만 보면 함께 일한 사람들이 모두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길모퉁이가게>는 ‘매출이 오를수록 구성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질문을 계속 던진다.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질문을 반복해 던진다고 생각된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자 인원과 공간을 넓혀온 가게는 재정위기에 처한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결정하고 통보하기보다는 같이 모여서 의견을 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
<길모퉁이가게>를 보면서 관객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를 하면 해결책이 생길 수 있거나, 최소한 구성원 간의 갈등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길모퉁이가게>는 사회적 기업의 가치와 그 구성원들의 함께 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이 일반적인 회사에 취직할 경우(취직이 쉽지도 않겠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일을 하면서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길모퉁이가게>는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젊은 직원에게 어떻게 주인의식과 참여의식, 책임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보여준다. ‘소풍가는 고양이’가 롱런해 돈벌이와 인간다움이 아름답게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