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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9)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감독 이나연) 영화 제목이 상징하는 의미는?

발행일 : 2018-11-15 10:24:31

이나연 감독의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한 해의 마지막, 지혜(신지이 분), 지윤(손정윤 분), 지훈(함상훈 분), 삼 남매는 함께 살았던 집에서 엄마 옷을 입고 김장을 담근다.
 
영화 전반부 김장을 담그는 것과 영화 후반부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두 가지 의식으로 본다면, 영화 제목이 상징하는 바를 추측할 수 있다. 왜 ‘김치’이고 왜 ‘아프리카’인지를 살펴보면 삼 남매의 대화와 우애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둥지에 남겨진 삼 남매가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이야기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에서 삼 남매가 엄마의 옷을 입고 김장을 담그는 것은 엄마를 기리는 일종의 가족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엄마의 옷을 입는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고, 엄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너무 아플 수도 있는데, 삼 남매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승화해 받아들이고 있다.
 
엄마의 옷을 입고, 마당에 있는 나무가 죽은 것 같지만 살아있는 나무라고 말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생명감의 뉘앙스를 전달한다. 폐허 속에서 꽃이 핀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 분위기를 전달한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삼 남매는 아직도 엄마가 든든하게 챙겨주는 것처럼 각자 삶을 잘 영위하고 있는데, 엄마가 이 모습을, 이 영화를 본다면 뿌듯할 것이다. 삼남매의 대화와 대화 속 단어는 긍정적인데,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 아늑한 집 안과 재개발로 어수선한 집 밖의 대비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에서 집 안은 밝고 따뜻하다. 삼 남매의 훈훈한 열기와 우애, 엄마를 회상하는 마음이 따듯한 정서를 만든다. 반면에 집 밖은 재개발로 어수선하다. 집 밖은 불안하고 불안정하고 위험이 도사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감독이 집 안의 모습만 보여줬다면 삼 남매의 따뜻한 대화와 우애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없는 결핍이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집 밖의 모습과의 대비를 통해 따뜻함과 안정됨, 보호의 정서를 부각시킨다.
 
◇ 김장을 하는 것이 영화 전반부의 하나의 의식이었다면, 영화 후반부에는 아프리카 춤과 노래가 의식을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다고 생각된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후반에는 아프리카 의상을 입고, 아프리카 춤과 노래를 흥겹게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김장을 하는 게 영화 전반부의 의식이었다면, 아프리카 춤과 노래는 영화 후반부의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영화 제목은 현실적인 물음일 수도 있고 상징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김장과 아프리카 춤/음악이 영화에서의 두 가지 의식이라고 본다면, 내용에 부합되도록 제목을 절묘하게 지었다고 생각된다.
 
‘배추’가 ‘엄마’를 뜻하고 ‘엄마’가 ‘사랑’을 뜻한다고 보면 영화 제목의 ‘배추’는 ‘사랑’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는 어떤 의미일까? 배추를 상시적으로 재배하지는 않지만 심으면 배추를 키울 수도 있는 곳, 현재 사랑이 없어도 언제든 사랑을 할 수 있는 곳, 혹은 그런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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