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택의 車車車] 우리 시대 최고의 세단, BMW 760Li](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9/10/22/cms_temp_article_22143132953136.jpg)
BMW 7시리즈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더불어 럭셔리 대형 세단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1977년 처음 태어난 이후 현재 6세대 후기형 모델까지 진화했다.
이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3세대(E38)의 후기형 모델이다. BMW 본사에서는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모델 중에 하나로 2세대(E32) 모델을 꼽기도 했지만, 내 취향에는 3세대 모델이 최고다. 1990년대 후반 이 차가 시판됐을 때는 벤츠 S클래스와 다른 BMW 특유의 스포티함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지금까지 나온 7시리즈 중에 각종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모델이기도 하다.
높은 가격 때문에 꿈으로 그칠 줄 알았지만, 2015년 2월의 어느 날 E38을 덜컥 지르고 말았다. 중고차 사업을 하는 동창친구가 소개해준 모델인데, 첫 주인에게 13년 동안 봉사한 후 중고차 매매업소에서 1년 동안 잠들어 있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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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이가 많이 들었어도 역시 BMW 7시리즈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긴 차체에서 대형 세단의 웅장함이 느껴졌고, 운전을 할 때면 안락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저녁 술자리가 잡힌 날에는 다른 차를 제쳐두고 7시리즈를 몰고 나갔다. 술자리 후 뒷좌석에 앉아 대리기사가 모는 차에서 느껴보는 ‘회장님 코스프레’는 정말 최고였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수리 목록은 봉급쟁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내가 관리하지 않은 차여서 부품 교체 주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하나를 고치면 다음에 또 다른 게 고장 났다. 여러 날 고심 끝에 나보다 이 차를 더 잘 챙겨줄 수 있는 주인에게 넘겼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었던 7시리즈는 올해 6월, 6세대 후기형으로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환상적인 물안개를 배경으로 등장한 신형 7시리즈는 더욱 웅장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임의택의 車車車] 우리 시대 최고의 세단, BMW 760Li](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9/10/22/cms_temp_article_22143225586107.jpg)
이 차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자 키드니 그릴이 지나치게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 지적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 차를 사진으로만 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릴 위쪽이 보닛 쪽으로 꺾여 있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는 작아 보인다.
보닛은 레버를 두 번 당겨서 여는 방식. 때문에 보닛을 닫을 때는 힘이 좀 많이 들고, 서서히 닫으면 양쪽에 있는 걸림쇠 중 하나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보닛을 열면 웅장한 V12 엔진이 눈에 들어온다. 엔진이 큰 만큼 엔진룸에는 여유 공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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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전기형 모델을 기본으로 세부적인 디테일을 다듬었다. 가죽 시트의 퀼팅 면적을 넓혔고, 760Li에는 메리노 가죽을 덮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대시보드는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클러스터를 완전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꿨다. 이 부분은 BMW의 다른 최신 모델들과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공유돼 패밀리룩을 이룬다.
뒷좌석 안락함은 흠 잡을 곳이 거의 없다. 내장재가 구형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진 덕에 손에 닿는 촉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뒷좌석을 눕히면 시트 쿠션도 올라가는데, 이 때 약간 붕 뜬 기분이 느껴진다. 시트가 올라가지 않고 앞으로만 움직이면 좋겠는데, 뒷좌석 구조상 한계로 보인다.
최고출력 609마력의 V12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로 컨트롤하도록 했다. 차의 특성은 강력한 파워와 부드러운 승차감. 최고의 정숙성으로 요약된다. 시승회 때 잠깐 타본 740Li 퓨어 엑설런스 모델에 비하면 힘이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임의택의 車車車] 우리 시대 최고의 세단, BMW 760Li](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9/10/22/cms_temp_stats_1571722381544745289.jpg)
이 차의 주 사용자가 뒷좌석에 주로 타는 ‘쇼퍼 드리븐’이기 때문에 패들 시프트 따위는 없다. 그래도 가끔은 오너 드라이버가 되어 운전을 즐길 수도 있을 텐데, 패들 시프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막다른 골목길이나 일방통행로에서 후진해서 나와야 할 때 유용한 ‘후진 어시스트’도 그 중 하나다. 후진 기어를 넣고, 디스플레이에서 후진어시스트를 누르면 그 직전까지 저장된 50m의 경로로 그대로 후진을 진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벤츠 S클래스에 없다.
뒷좌석 만족도는 S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운전할 때의 감각은 두 차가 꽤 다르다. 7시리즈는 진화를 거듭할수록 부드러움이 더욱 강해지는 데 비해, S클래스는 점점 더 스포티해진다. 주행모드에 따른 승차감의 변화도 S클래스가 조금 더 크다.
![[임의택의 車車車] 우리 시대 최고의 세단, BMW 760Li](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9/10/22/cms_temp_article_22143528160768.jpg)
이런 특성 때문에, 3시리즈나 5시리즈를 직접 몰던 이들이 7시리즈로 넘어갈 나이가 됐을 때 선택의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펄펄 날던 BMW 특유의 감각이 무뎌진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760Li의 연비는 신호가 많은 시가지 위주로 달렸을 때 리터당 3.7~3.8㎞ 수준이다. 엄청난 배기량과 기통수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760Li는 몇 가지 과제도 남겼다. 우선 차체 크기에 비해 트렁크가 크지 않다. 전동식 뒷좌석이 장착된 탓인데, 그 점을 감안해도 후속 모델에서는 트렁크를 키우는 게 좋겠다.
계기반에 나오는 한글 서체는 아직도 어색하다. BMW의 영문 서체는 상당히 예쁘고 독특한데, 한글 서체도 새롭게 개발하면 좋을 듯하다. 디지털로 표시되는 내용 중 토크 단위가 유럽 기준(Nm)으로 표시되는 것은 우리 기준에 맞게 ㎏·m로 수정되어야 한다.
뉴 7시리즈의 가격은 뉴 730d xDrive, 740d xDrive, 745e s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이 각각 1억3700만원, 1억4680만원, 1억4670만원이며,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 1억3950만원, 1억4930만원, 1억4920만원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인 뉴 730Ld xDrive, 740Ld xDrive, 745Le sDrive, 740Li x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은 각각 1억4800만원, 1억6290만원, 1억6210만원, 1억6200만원이며,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1억5050만원, 1억6540만원, 1억6460만원, 1억6450만원이다.
상위 모델인 750Li xDrive의 가격은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이 1억9700만원,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프레스티지 모델이 1억985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 1억9800만원이며, 강력한 M 퍼포먼스 모델인 M760Li xDrive는 일반 모델과 V12 엑셀런스 모델 모두 2억3220만원이다.
760Li와 함께 한 며칠 동안은 아주 행복했다. 뒷좌석에 타지 못하고 내내 운전만 했지만, 운전기사가 몰도록 놔두기엔 아까운 차라는 생각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뒷좌석에만 앉아있기에는 아까운 최고의 세단.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