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본선경쟁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픽션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완충하는 방법이 주목된다.
기록의 가치를 내포한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큰 사건에만 집중할 경우 놓칠 수 있는, 그 안에 오랜 기간 있었던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픽션 영화!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완충하는 방법!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누구보다도 죽음을 많이 본 여자가 살아남은 건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강해서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전달하며 시작된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큰 줄기의 이야기는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는 픽션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의정부 기지촌에서의 미군 위안부, 무속인, 유령, 저승사자 등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할 경우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감독은 픽션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해 완충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감독은 연출의도를 통해 “영화는 기지촌 여성이었던 박인순의 자전적 역사쓰기에 관한 픽션이며 존재했으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소멸에 저항하기 위한 복수극이다.”라고 밝힌다. 연출의도의 문구는 다소 어렵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실제 영화를 보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 기록의 가치를 내포한 영화
영화는 의정부 미군기지 철거 뉴스에 마음이 불안한 박인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레이션은 여자는 죽어서 독수리가 되고 싶은데, 죽어서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의 눈알을 파먹고 싶어서라고 전한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확정된 큰 사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 의견에 대한 찬반 의견은 관객에 따라 다르게 낼 수 있지만, 묻힐 수 있었던 의견이 영화에 담긴다는 것은 기록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불편한 이야기라고 다 없애버렸을 경우 더 왜곡된 진실만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오랜 기간 있었던 사람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영화에 남겨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 이승을 헤매는 유령들을 찾으러 온 저승사자! 저승사자들은 유령들을 데려가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인순은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에서 이승을 헤매는 유령들을 찾으러 온 저승사자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이든 박인순이 느끼는 마음과 정서가 담겨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소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이승에서 40년 넘게 살았던 곳이 소멸되는 두려움과 죽어서 이승에서 자신이 소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포함한다. 죽어서 이승에서의 삶이 소멸되는 것에 대한 비유를 통해, 40년 넘게 살았던 곳이 소멸되는 두려움에 관객들이 더욱 공감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초반에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고, 그 객관성이 공유된 후에는 저승사자와 유령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정서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구전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많이 붙은 것처럼 표현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