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법원 “정유라, 송환 요건에 해당” 내달 22일까지 구금…고등법원 항소 안 할 듯
31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의 판사가 전날 정유라 씨를 내달 22일까지 구금하라고 판결하면서, 정씨가 범죄인 인도(송환)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의 구금 재연장 심리를 지켜본 한 소식통은 심리과정에 법정에서 언급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점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올보르 지방법원 판사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향후 정씨 송환 문제 처리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찰이 정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고 정씨가 이에 반발해 송환 거부 소송에 나설 경우, 1차적으로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법적 분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씨의 소송전은 ‘시간 끌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심리에서 판사는 검찰 측과 정씨 변호인 측이 덴마크법상 정씨가 송환 요건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논박을 벌인 것을 지켜본 후, 구금 재연장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판사는 검찰이 정씨를 내달 28일까지 구금할 것을 요청했으나 내달 22일까지 구금하도록 기간을 줄여서 판결했다.
또한 정씨 변호인 페테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한국 특검이 정씨에 대해 제기한 혐의 가운데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특혜 의혹은 덴마크법상 징역 1년형이 나오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며 송환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 지원을 통한 제3자 뇌물의 경우, 정씨가 삼성과 K스포츠 간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관령성이 없는 만큼 정씨가 송환 요건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국 특검의 정씨 송환 요구를 ‘정치적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정씨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려고 했다.
실제로 변호인은 정씨를 직접 심문하면서 “특검을 누가 선정했느냐”, “한국에서는 특정 정당이 특검을 추천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특검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검찰이 정씨의 도주 우려를 구금 재연장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것에 대해 “전자발찌라도 차겠다”며 도주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며 석방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을 대표해서 심리에 나온 데이비드 슈미트 헬프런드 검사는 정씨가 한국 송환을 거부하고 있어 도주할 우려가 크고, 1차 구금 심리 때 자신이 주요 계약서에 서명했던 사실을 인정한 만큼 혐의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의 대학 부정입학 및 학점특혜 의혹에 대해 덴마크법상 충분히 송환 요건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들의 공방을 지켜본 판사는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정씨에 대해 구속 재연장을 결정했다.
정씨는 법원의 구금 재연장 결정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금 재연장 결정이 난 다음날인 31일까지 정씨가 관할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씨는 지난 2일 1차 구금연장이 결정됐을 때, 다음날(3일)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이 바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정씨와 정씨 변호인은 항소를 해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실익이 없다고 보고 이번에는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리환 rpm9_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