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토일드라마 ‘듀얼’은 드라마 초반에 장득천(정재영 분)과 악의 복제인간 이성훈(양세종 분)의 대결이었다가, 이성훈과 선의 복제인간 이성준(양세종 분)의 대결이 더 첨예하게 부각됐다.
이전 방송부터 차츰 기미가 보이긴 했는데, 제10화에서는 이성훈 또한 악의 축의 최고봉이 아니라 더 큰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외부의 더 큰 적 앞에서는 동지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어쩌면 이성훈 또한 이성준이나 장득천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 대결 구도의 변경, 더 큰 범위에서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 이전의 적은 같은 편으로 바뀔 수도 있다?
‘듀얼’에서 갈등 구조와 대결 구도는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다. 드라마 초반 장득천은 이성준을 적으로 오인해 추적했으나 오해가 풀리고 나서 이성준은 장득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조력자가 됐다.
장득천은 딸 장수연(이나윤 분)을 납치한 이성훈과 대립 관계를 이루는데, 갈등이 커지고 대결 구도가 진행될수록 장득천과 이성훈의 대결은 이성준과 이성훈의 대결로 변화됐다.
제10화에서는 다친 이성훈 대신에 이성준이 이성훈의 조력자이자 감시자인 차길호(임일규 분)에게 자신을 이성훈으로 속이며 장수연을 찾기 위해 적진으로 들어간다. 차길호는 자신의 고용주인 ‘어르신’에게 충성하는 스타일인데, 이성훈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성훈은 악의 축이자 악의 최고 위치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산영제약에 이용당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는데, 그렇다면 이성훈은 복수와 생존을 위해 이성준 그리고 장득천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만약 이성훈이 이성준과 손을 잡는다면 그간 ‘듀얼’의 대결 구도는 의외로 단순히 정리돼, 시청자들은 집중된 정서를 통해 남은 여섯 번의 방송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용섭의 기억이 떠오른다? 복제인간이 원본인간의 기억까지 간직한다면?
이성준은 자신의 기억을 찾는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원본인간인 이용섭 박사(양세종 분)의 기억까지 떠올랐다. 제10화의 기억은 이성준의 기억, 이성훈의 기억, 이용섭의 기억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성준 안에 축적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듀얼’ 제10화에서는 장수연을 납치한 이유가 필요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수연은 산영제약의 줄기세포를 통해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납치됐다는 것인데, 납치된 큰 이유는 밝혀졌지만 디테일한 관계는 드러나지 않아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복제인간이 원본인간의 기억을 간직한다는 것은 드라마적 설정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세포가 저장한 데이터는 현재의 상태만이 아닌 과거의 이력을 포함한다는 개념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여겨진다.
◇ 한유라의 등장, 갈등의 돌파구인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가?
산영연구소 수석 연구원이자 이용섭 박사의 부인인 한유라(엄수정 분)의 등장은 스토리텔링의 빈자리를 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만약 한유라의 존재가 이전 방송에 적절하게 나타나 암시 또는 복선을 깔아줬다면 제10화 뒷부분의 이야기는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한유라의 등장은 그간 펼쳐진 갈등을 이해하고 봉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남은 여섯 번의 방송이 질주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