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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듀얼’(11) 이성훈과 장득천의 악연은 제11화가 아닌 제4화 또는 제6화 이전에 공개됐어야 한다

발행일 : 2017-07-14 18:39:49

이종재 연출, 김윤주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11화는 이성훈(양세종 분)이 장득천(정재영 분)에 대해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났다. 어릴 적 위기 상황에서 장득천에게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걸 진지하게 듣지 않고 구해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제11화 초반은 그 이전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마음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줬는데,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이 제11화에 와서야 공개된 이유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납득하지는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이성훈과 장득천의 악연은 제11화가 아닌 제4화 또는 제6화 이전에 공개됐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의 관객 성향을 따라갔으면 제4회 또는 제6회 안에 과거 악연이 공개됐어야 한다. 제9화까지 이성훈은 악의 축이었는데, 제10화에서는 악의 축이 아니라 더 큰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대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제11화에 와서는 장득천의 잘못에 대해 끈질기게 추적한 것이라는 게 추가로 밝혀졌다.

큰 반전을 주기 위해 이렇게 이끌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봤을 때 납득한 만큼 충분한 암시나 복선은 찾을 수 없다. 최근 시청자들의 정서에 대입하면 이건 반전, 드라마적 트릭이 아니라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장득천에 감정이입해 이성훈을 나쁜 존재로만 욕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은 순간 갈 곳을 잃을 수 있다. 만약 이성훈이 어린 시절 악연에 대해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면, 동심이 받은 상처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성훈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이성훈의 고통에 대해 미리 동정하고 공감했으면, 단순 선악의 대결이 아닌 복잡한 관계 속에서 더욱 감정에 집중해 관람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성훈과 이성준의 연기를 1인 2역으로 펼친 양세종의 연기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더욱더 소름 끼치도록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순간이, 어떤 누군가에게 절박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도와달라고 했잖아. 들어줬어야지. 믿어줬어야지.”라는 이성훈의 말이 제11화에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온다. 처음에는 이성훈이 장득천에게 한 말로, 그다음에는 장득천의 회상으로 반복되며 시청자들에게도 메시지와 정서를 반복해서 전달한다.

실제로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순간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왜 꼭 도와줘야 하는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가진 것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듀얼’을 알려주고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수연이와 맛있는 것을 먹으로 간 시간, 완급조절의 묘미를 죽인 ‘듀얼’

‘듀얼’ 제11화에서는 회복한 수연(이나윤 분)이와 득천, 성준, 미래(서은수 분), 기홍(김기두 분)이 외식해 샌드위치와 피자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반전을 통해 피로감을 축적한 제11화 방송에서 완급조절의 묘미를 살린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수연과 함께 간 곳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샌드위치 집이고,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상표가 잘 보이는 피자를 야외에서 시켜 먹었다. 그전에 특정 상표의 스마트폰도 노골적으로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로 노출됐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드라마 제작비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지만, 극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거슬리는 간접광고는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라 노이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광고 제공자와 제작진은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 또한 마음의 문을 열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에 펼쳐지는 간접광고가 아닌, 결정적인 순간에 흐름을 끊는 간접광고는 좋은 광고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간접광고를 피치 못하게 해야 할 경우라면 간접광고가 너무 뜬금없지 않도록 적절한 암시를 사용했어야 한다. 수연이가 성훈에게 납치됐을 때 샌드위치와 피자를 먹고 싶었다는 것을 말하는 장면이 있었거나, 그때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더라면 시청자들은 간접광고인 줄 알면서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제작진은 간접광고를 위한 암시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일부러 간접광고가 튀어 보이기 위해 어색함을 강조해 연출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진실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 알고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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