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재 연출, 김윤주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4화에서 살인마 이성훈(양세종 분)은 진병준(조재룡 분)을 살해한 뒤 이성준(양세종 분)에게 계획적으로 살인 누명을 씌우고 유유히 사라진다. 조재룡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 신스틸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듀얼’ 제4화는 복제인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막연히 원본인간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복제하면서 생긴 차이점과 부작용들에 대해 디테일을 발휘하게 시작했는데, 이는 갈등의 격발과 전개, 그리고 크고 작은 반전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 복제인간에 대한 의문점과 호기심 자극
우리에게 자신도 모르는 능력과 경험이 있다면 어떨까? 현재 생각의 기억에는 없지만 과거에 내가 했던 경험에 의해 잠재의식 또는 몸이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경험과 능력은 축복일까, 아니면 괴로운 기억일까?
제3화에서 양세종은 상처 입은 자신의 팔을 직접 꿰맸다. 위급한 순간에 숨겨진 잠재적 본성이 나오는 것처럼, 양세종은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재능을 발휘했다. 작은 부분에서 먼저 보여준 ‘듀얼’의 이런 영역에 대한 표현은 앞으로 더 큰 능력 전개를 위한 암시 및 예방주사 같은 역할을 한다.
‘듀얼’ 제4화는 복제인간이기 때문에 언제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스토리텔링상 언제든지 반전을 가능하게 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복제된 개가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복제 기술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듀얼’에서는 노화된 상태의 개를 복제했기 때문에 어차피 오래 살지 못 한다고 대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그냥 팩트를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듀얼’에서의 인간복제가 생의 연장을 위해 마지막에 사용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생각된다.
수연(이나윤 분)이가 납치된 이유와 동기는 무엇일까? 드라마에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제4화에서 노화된 개체를 복제했을 때의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을 생각하면, 수연이를 납치한 목적을 추정할 수도 있다.
양세종이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이성준 캐릭터와 이성훈 캐릭터는 둘 다 복제인간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원본은 누구인가? 왜 원본인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일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인간복제를 행한 것인가?
죽었던 사람이 살아있고, 게다가 늙지도 않고 살아있는데, 살아있는 그 사람은 자신의 히스토리를 알지 못한다. 제4화에서 살인이 예고된 최주식 또한 이미 죽은 것으로 돼 있고, 최주호와 최주식이 같은 인물일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는 것도 의미 있지만, ‘듀얼’에서의 복제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재미있게 시청할 수도 있다. 만약 ‘듀얼’이 영화였다면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 철학적 개념은 몰입을 방해할 수 있지만, 다소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에서는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제인간은 어쩌면 영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판타지인가?
내가 없어지고 복제인간이 나를 대신한다면 그것은 나일까? 내가 아닐까? ‘듀얼’에서 복제인간은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의 정서와 심리라는 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영생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내게 소중한 대상이 나와 더욱 같이 있고 싶은 욕망은 복제인간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아닌 복제인간이 나의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간다면, 그건 내가 계속 살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똑같지만 나는 아닌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것일까?
이 또한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고, 개인의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복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이 생각하는 뇌인지, 생각하는 마음인지, 전체적인 몸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마음 또한 생각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도 생각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듀얼’에서도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 가능하다. 사건을 따를 것인가, 감정을 따를 것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